[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스포츠 해설가 겸 방송인 안정환./ 사진=JTBC, 텐아시아DB
스포츠 해설가 겸 방송인 안정환./ 사진=JTBC, 텐아시아DB
“축구 할 때 제일 섹시해.”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 오랜만에 축구 실력을 과시한 안정환을 본 사람들의 말이다. “국가대표 출신이라 다르긴 다르다” “운동을 꽤 오래 안 했을 텐데 감탄만 나오더라” “보고 싶었어요. 반지의 제왕”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방송 활동을 시작한 이후 웬만하면 공을 차지 않았던 그가 잔디 위를 누비는 모습이 참 반가웠다.

‘뭉쳐야 찬다’는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등 왕년의 스포츠 영웅들이 ‘어쩌다FC’라는 조기 축구팀으로 뭉쳐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 감독을 맡은 안정환은 선수들을 지도할 뿐 경기엔 나서지 않는다.

지난 4일 방송된 ‘뭉쳐야 찬다’ 4회에선 축구하는 안정환을 볼 수 있었다. 안정환은 이날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인 이광연(강원FC) 골기퍼와 한 팀이 돼 어쩌다FC 4명과 2대 4 풋살 대결을 펼쳤다. 예전보다 체력은 현저하게 떨어졌어도 감각은 그대로였다. 정확하고 예리한 슛팅이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앞서 이광연 골키퍼와 벌인 승부차기 대결에서는 차세대 ‘거미손’도 손을 쓸 수 없는 감각적인 슛팅을 선보여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안정환이 축구 실력을 발휘한 이날 방송 시청률은 3.6%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보다 0.7%p 상승한 수치로, 시청률 반등의 발판이 됐다.

지난주 6회 방송 ‘어쩌다FC 단합대회’ 특집에서는 족구 대결에 나서 또 한 번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대편인 허재의 반발로 공격은 할 수 없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을 넘기는 등 명품 수비를 보여줬다. ‘예능 신생아’라 불리는 허재가 버럭하고 양준혁이 공에 맞는 등 몸개그를 펼치며 웃음을 줬지만 안정환이 공을 받고 차는 모습이 명장면중 하나로 남았다. 이날은 4.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안정환이 축구팀 감독으로 나선다는 사실만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안정환은 예능, 축구 해설 등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공부해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국내는 물론 해외 프로축구 팀을 지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K리그 감독 제의가 와도 나설 수 있는 인물이 조기 축구팀을 맞는 것 자체로 예능 소재가 됐고, 안정환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묵묵하게 어쩌다FC를 이끌고 있다.

안정환은 2015년 방송된 KBS2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서도 한 차례 감독을 맡은 적이 있다. 절친인 전 국가대표 이을용과 함께 ‘청춘FC’를 지도해 축구 선수들의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안정환은 “이 친구들을 데리고 웃기지 않을 것이다. 힘이 되고 싶을 뿐”이라며 진지하게 임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 안정환’의 성향이 드러났다. 대체로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강하게 통제하고 엄격하게 대했다. 묵묵히 지켜보면서도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강하게 밀어부쳐 변화를 이끌었다. 그 모습은 지금 ‘뭉쳐야 찬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안정환./ 사진=FIFA공식홈페이지
안정환./ 사진=FIFA공식홈페이지
선수시절 안정환은 그야말로 대스타였다. 2002년 월드컵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격침시키기 이전부터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다. 전매특허인 턴 동작부터 반박자 빠른 슈팅 등 플레이 자체가 간결하고 멋있어서 많은 남성 축구팬들이 그를 좋아했다. 공만 잘 찬 것이 아니다. 조각같은 외모로 ‘꽃미남’의 대명사가 됐고, 잘생긴 남자배우들의 전유물인 화장품 CF 모델로도 활약했다. 해외에 진출하기 전부터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얻었고 수많은 여성팬을 열광시켰다.

그런 그가 방송에 처음 모습을 비췄을 때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정환은 2013년 SBS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에 출연하며 방송인의 길로 들어섰다. 2014년엔 전 축구선수 송종국과 함께 MBC ‘아빠 어디가’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외모와 실력이 다 되는 축구 스타를 안방에서 본다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나이가 들면서 살은 좀 붙었지만 중후한 매력을 더해 편안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여기에 예상 외로 구수한 입담과 웃음을 유발하는 센스까지 겸비한 그는 빠른 시간에 방송가에 안착했다. 게스트를 넘어 ‘냉장고를 부탁해’ 등 여러 프로에서 MC를 맡아 탁월한 진행 실력도 보여줬다.

해설가로도 성공했다. 거침없고 솔직한 해설로 축구팬을 끌어들였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예능 출연을 통해 시청자와 쌓은 유대감이었다.

안정환은 방송을 하면서도 축구를 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쭉 함께 걸어왔다. 축구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관련이 없는 프로에서도 축구 특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방송된 MBC ‘궁민남편’에서 박항서 감독과 축구 대결을 펼친 순간은 시청률 10.2%를 기록하며 최고의 1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가 전성기 시절 그라운드를 누볐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 2002년 월드컵에서 골든골을 넣고 큰 대(大)자로 누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함께 울었던 이들은 그때 그 시절의 감동을 아직 기억한다. 긴머리 휘날리며 날렵하게 잔디 위를 누비던 모습이 생생하다. 안정환의 축구 예능이 반가운 이유다. 과거 꽃미남 시절에 비해 후덕해진 모습인데도 섹시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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