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백종원이 출연한 다양한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이 출연한 다양한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
‘음식 방송’의 달인 백종원의 활동 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TV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유튜브까지 진출해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10일 첫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3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이 구독했고, 백종원은 100 만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에게만 주는 ‘골드버튼’을 획득했다.

2015년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하면서 먹방, 쿡방 열풍을 일으킨 백종원은 이후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잇달아 히트 시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키워왔다. 또한 ‘집밥 백선생’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한식대첩’ ‘고교급식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먹방·쿡방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다.

‘마리텔’에 나오기 전까지 백종원은 프렌차이즈 음식점 ‘한신포차’ ‘새마을 식당’ 등의 창업주, 배우 소유진의 남편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불과 4년 만에 오로지 음식 관련 프로그램만으로 방송가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그의 경쟁력은 뭘까. 직접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능력, 맛집과 음식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 음식점을 창업해서 키워낸 장사 수완과 경영 능력,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들려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 등을 두루 갖춘 멀티 스페셜리스트라는 점이다.

백종원은 ‘마리텔’을 통해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친근한 모습을 보이며 의외의 매력을 발산했다. 혼자서 요리하고 먹는다는,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콘셉트였지만 상상 이상의 예능감으로 하드캐리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어려운 레시피가 요구되는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설탕, 간장, 치즈, 파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며 흥미를 끌었다.

이때만 해도 백종원을 셰프, 즉 전문 요리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일류’가 아니라며 그의 요리를 비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백종원은 엄연히 요리 연구자이자 사업가다. ‘마리텔’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었지만 그가 선보인 건 고급요리가 아니었다. 대신 값싼 재료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만드는 데 방점을 뒀다. 그가 선보인 쉬운 레시피는 SNS와 블로그 등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방송된 ‘백종원의 3대 천왕’을 통해서는 ‘맛집’ 열풍을 일으켰다. 그가 직접 찾아간 음식점은 여행 코스 중 한 곳으로 꼽힐 정도였다. 백종원은 식재료나 양념 등과 관련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마리텔’ 때 보다 전문가적인 면모를 뽐냈다. 또한 실감나는 맛 표현과 친숙한 말투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렸다. 특히 ‘맛’만을 강조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맛’과 ‘서비스’, 음식점 사장들의 음식에 대한 진심까지 짚어내면서 요식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한몫했다.

‘요식업계 창업의 신’이라 불리는 백종원은 ‘푸드트럭’과 ‘골목식당’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오랜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장사와 관련해 노출되는 여러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주고 솔루션까지 제공하며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문제에 봉착한 음식점 사장들에게 입에 맞는 걸 떠먹여 주는 식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호통을 치면서,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려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목식당’은 죽어가던 상권이 백종원의 마법으로 인해 안정 궤도에 오르면서 의미와 감동까지 더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랫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켜온 MBC ‘라디오스타’까지 밀어냈다.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는 해외 각지의 음식을 답파하며 음식에 얽힌 문화를 이야기하는 등 인문학적 지식을 전달했고, ‘한식대첩’ 시리즈에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는 전문적인 심사 능력을 보여줬다. 최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SBS ‘미스터리 키친’에서는 소리만 듣고도 무슨 음식인지 추리하는 등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tvN ‘강식당2’에서 선보이는 대부분의 레시피도 백종원이 전수했다. ‘강식당2’에서는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출연자들이 떡볶이, 김치볶음밥, 국수 등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전수받아 요리하고, 이를 손님에게 대접한다. 시청자들도 주변에서 흔히 맛 볼 수 있는 요리를 만들고 먹는 모습을 보며 괴리감 없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메인 출연자가 아닌데도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백종원은 일찌감치 음식 장사를 시작했다. 직접 만들어도 보고, 먹어도 봤다. 경영도 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여러 곳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식자재와 관련한 지식을 쌓아 어떤 레시피든 통달했다. 그러다 보니 백종원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단지 음식을 만들고 먹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음식과 관련해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최적화된 인물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어디에 내놔도 제 몫을 하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백종원은 2017년 방송 MC 브랜드평판 1위를 차지했고, 같은해 SBS ‘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연예대상’에서는 대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방송관계자들은 “백종원 씨가 방송 경력이 쌓여 진행자로서의 능력도 탁월하다”며 칭찬했다. ‘음식’과 관련한 전문성 외에 예능인으로서 감각도 탁월하다는 이야기다.

백종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면서 “내 이름을 내건 요리 레시피에 잘못된 정보가 많아 수정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공개한 제육볶음 100인분 만들기 영상은 3일 만에 조회수 300만을 넘겼다. 예능을 통해 보여준 흥행 파워가 유튜브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백종원 같은 거물의 등장으로 유튜브 생태계가 교란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백종원처럼 팬덤이 확실한 사람이 참여하는 유튜브 방송이 하위 문화가 아닌 또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힐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백종원은 현재 ‘골목식당’과 최근 시작한 JTBC ‘고교 급식왕’에 출연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양식의 양식’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지만, 각각 콘셉트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르다. ‘멀티 플레이어’ 백종원의 무한 소통은 계속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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