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 W 수목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 W 수목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 방송화면 캡처
‘시간이 멈추는 그때’는 여러모로 관심이 높은 작품이었다. 2014년부터 임신과 폭행, 친자소송 등의 논란을 겪은 김현중의 복귀작이자 데뷔 8년차 배우 안지현의 첫 주연작이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한 ‘시간이 멈추는 그때’는 임하룡, 인교진 등 베테랑 배우들과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로 균형을 맞추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 드라마는 기대와 달랐다. 휴머니즘과 로맨스, 판타지를 다 담았다고 자신하던 것과 달리 그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지 않았고 영상미나 대사, 연기 등에서도 내세울 강점을 찾지 못했다.

24일 오후 처음 방송된 KBS W 수목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연출 곽봉철·극본 지호진)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 문준우(김현중 분)가 능력을 사용해 산수화를 훔치는 것으로 시작됐다.

문준우는 이날 프랑스 박물관에 있다가 15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산수화 공개 행사장에서 시간을 멈췄다. 멈춰진 시간에서 유유히 산수화를 훔친 문준우는 장물아비(임하룡 분)에게 물건을 넘겼다. 장물아비는 “너는 어떻게 흔적도 없이 가지고 오는 거냐”고 궁금해 했고 문준우는 “영업 비밀”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장물아비는 “조심해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라고 경고하며 “저거 세상에 다시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다”고 그림을 가리켰다. 문준우는 “그래도 고향에 와 있는 게 더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선아(안지현 분)는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빚 독촉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를 찾아다니며 월세를 올라달라고 말했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무시하거나 어려운 상황인 척 연기를 했다. 착한 심성의 김선아는 그것을 알고도 따지지 못했고 결국 부동산을 찾아 건물의 지하방을 내놓았다.

그 시각 문준우는 지하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들렀고 엿보던 김선아가 자신의 건물로 안내했다. 김선아는 문준우와 계약을 하기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최대한 낮췄다. 문준우는 가격에 동의하면서 김선아의 건물 지하방에 입주하게 됐다.

신(주석태 분)의 하수인 명운(인교진 분)은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는 아이를 찾아냈다. 아이는 “동생이 아프다”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명운은 “소용없다. 그만하고 날 따라와라”라며 냉정하게 아이의 영혼을 소멸시켰다. 하지만 명운은 아이가 마음에 걸려 그 집을 찾았고 아픈 자식을 버려두고 술만 마시는 아버지의 목을 조르며 “지켜보고 있겠다”고 협박했다.

신은 하수인들에게 “신이 하는 일이 100% 완벽하지 않다. 오류들로 인해 신이 가질 법한 능력이 인간에게 잘못 간 것”이라며 “인간들은 그 힘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써서 세상이 어지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신은 시간과 관련된 인간을 소멸시키면 포인트가 높다고 말하면서 “시간은 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정색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선아는 졸음 운전을 하다 혼자 넘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음식을 주워담던 김선아는 갑자기 아빠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고 교통사고의 위기를 맞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문준우는 시간을 멈췄고 김선아에게 다가갔다. 김선아는 멈춘 시간에서 움직였고 “지금 이거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다. 문준우는 멈춘 시간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김선아를 마주하고 당황했다.

◆ 주연 배우 김현중X안지현의 환영받지 못하는 연기력

시간도 멈췄고 김현중의 연기도 4년 전에서 멈췄다. ‘시간이 멈추는 그때’를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현중은 연기력 논란을 알고 있던 탓인지 제작발표회 당시 연기적인 평가보다 내면적 성숙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첫 회에서 김현중이 연기한 문준우는 연기력도 내면적 성숙도 없었다. 그리 길지 않은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임팩트는 없었고 즐거운 상황에서도 즐거워하지 않았다. 당황, 놀람 등을 느껴야하는 눈빛은 텅 빈 듯 느껴지며 어색함을 남겼다. 문준우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졌다는 강렬한 포인트가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를 연기하는 김현중이 강렬함을 선사하지 못했다.

안지현은 ‘시간이 멈추는 그때’에서 김선아를 연기한다. 작가가 설정한 김선아의 캐릭터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발랄하고 당찬 매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안지현은 그런 김선아를 잘 살리지 못했다. 안지현이 보여준 김선아는 답답했다. 모든 상황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웅얼거리는 발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대사 전달로 인해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 설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 매끄럽지 못한 전개의 아쉬움

‘시간이 멈추는 그때’ 제작진은 곽봉철 PD의 감각적인 연출과 지호진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을 강점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연출은 그다지 감각적이지 않았고 섬세함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매끄럽지 못한 전개는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김현중의 이야기가 짧게 그려지고 안지현의 이야기가 짧게 그려졌다. 그러다 갑자기 어린이가 나왔고 두 눈을 질끈 감는 장면이 반복되더니 인교진이 등장했다. 드라마기 때문에 친절한 설명이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청자가 내용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 하나쯤은 필요하다. ‘시간이 멈추는 그때’는 그 장치마저 흘리듯 연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등장은 시간이 몇 분 전으로 돌아가고, 인교진이 능력을 가진 인간을 소멸하는 신의 하수인이라는 것이 밝혀져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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