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나영석 PD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나영석 PD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요리로 따지자면 나영석 PD는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재료들을 혼합해 훌륭한 한 상 차림을 만들어내는 음식점의 사장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섞고, 어떤 요리사가 만드느냐에 따라 요리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 PD는 여행, 음식, 힐링, 로망 등 비슷한 소재들 속에서 매 번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내며, 믿고 보는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 익숙한 듯 신선한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윤식당’이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1.3%(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또 다시 대박을 쳤다. 4회 최고 시청률은 14.7%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나영석 PD의 입지는 더욱더 공고해졌다. 실패를 모르는 나영석 PD의 예능 레시피의 비결은 뭘까.

◆ ‘1박2일’→‘꽃보다 할배’→‘신서유기’, 여행의 변주

나영석 PD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연출자로 이름을 알렸다. 최고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1박2일’을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강호동·이승기·김C·은지원·이수근 등 멤버들의 여행과 복불복 게임으로 이뤄진 포맷으로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KBS에서 퇴사한 뒤 CJ E&M으로 이적한 뒤에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은 tvN ‘꽃보다 할배’였다.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이 유럽과 대만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꽃보다 할배’는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하지 않았던 노년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후 ‘꽃보다 할배’는 여배우들이 출연한 ‘꽃보다 누나’와 뮤지션과 각광받는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 ‘꽃보다 청춘’으로 변주를 주며,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갔다. 같은 포맷이라도 출연진에 따라서 달라지는 여행의 태도와 방법은 흥미로웠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왼쪽위부터 시계방향)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왼쪽위부터 시계방향)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송출된 ‘신서유기’는 방송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웹예능이었다. ‘신서유기’는 tvN의 모바일 예능 제작소 tvN go의 콘텐츠로 웹예능의 시대를 개척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강호동·이수근·은지원·이승기가 뭉쳐 중국 서안에서 각종 게임과 미션을 수행한다. 여행과 게임 등 ‘1박2일’과 비슷한 포맷이었지만 형식과 표현의 규제가 적은 만큼 TV보다 한층 ‘날 것’의 재미를 추구했다. 시즌2에서는 이승기 대신 안재현이, 시즌3에는 규현과 송민호를 새 멤버로 투입돼 한층 업그레이드된 캐릭터쇼를 선사하기도 했다.

◆ ‘삼시세끼’→‘신혼일기’→‘윤식당’, 로망을 자극하는 법

나영석 PD의 예능은 여행과 도시에서의 탈출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요약될 수 있다. 실제 나영석 PD는 시골 출신으로 도시에서 벗어난 생활로 시청자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뉴욕대 경영학과 출신의 이서진을 강원도 정선에 데려다놓고 삼시세끼를 해 먹는 과정을 그린 ‘삼시세끼’를 통해 고되지만 보람찬 시골 생활에 대한 낭만을 안겼다. 강아지 밍키, 염소 잭슨 등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고 추운 겨울날에는 타닥타닥 타오르게 불을 지핀다. 정선의 절경 밑에서 소소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이어 만재도, 고창, 득량도 등으로 장소를 바꾸며 시리즈를 선보였다.

강원도 인제의 빨간지붕집에 살림을 차린 신혼부부의 삶도 들여다봤다. 나영석 PD는 ‘신서유기’로 인연을 맺은 안재현·구혜선 부부와 왕래를 하며 그들의 사는 모습과 방식에 흥미를 느껴 ‘신혼일기’를 기획했다. 당시 막 결혼 8개월 차로 접어든 안재현·구혜선 부부가 함께 눈을 떠서 아침밥을 해먹고, 대화를 나누고, 싸우고, 화해하는 별 것 아니지만 ‘진짜’ 신혼부부의 리얼한 일상을 보여줬다. 가상 연애, 결혼 프로그램 사이에서 진짜 신혼부부의 이야기는 신선함을 안겼다. 본격 결혼 장려 프로그램으로 불릴 만큼 신혼 생활의 로맨틱한 면모를 자극했다.

‘신혼일기’ / 사진=tvN 제공
‘신혼일기’ / 사진=tvN 제공
현재 방영 중인 ‘윤식당’은 완벽하게 시청자들의 로망을 이뤄주고 있다. 프로그램은 신구·윤여정·이서진·정유미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기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나영석 PD가 주로 선보였던 여행, 쿡방 등에 해외에서 식당 운영이라는 재료를 첨가함으로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 인재를 발굴할 줄 아는 눈

훌륭한 재료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요리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나영석 PD는 훌륭한 요리사를 발굴 할 줄 아는 사장님이다. 엘리트 배우로만 인식돼있던 이서진을 자신이 연출하는 여러 예능에 출연시키며 완벽하게 예능인의 이미지를 구축시켰다. 나영석 PD는 다소 까칠하고 투덜투덜하면서도 시키는 일은 다하는 이서진의 ‘츤데레’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이 외에 ‘삼시세끼’ 차승원·유해진, ‘신서유기’ 안재현·규현·송민호, ‘윤식당’ 윤여정·정유미 등 다채로운 인재 발굴로 프로그램의 보는 맛을 한층 살렸다.

CJ E&M 나영석 PD(왼쪽)와 배우 이서진
CJ E&M 나영석 PD(왼쪽)와 배우 이서진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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