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4
K팝스타4
‘K팝스타4’가 첫 회,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심사위원간 일촉즉발의 논쟁이었다.

지난 23일 첫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4’에서는 본선 1라운드가 공개된 가운데, 첫 도전자로 나선 홍찬미가 등장한 순간부터 심사위원들간의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홍찬미는 박진영과 양현석으로부터 불합격을 받았지만 유희열의 와일드 카드 덕에 구사일생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날 본선 1라운드 첫 도전자로 나선 홍찬미는 “7남매 중 여섯째”라고 밝히며 “큰 무대 경험이 처음이다. 심사평을 들어보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키보드를 치며 다니엘 파우터의 ‘프리 루프(Free Loop)’를 부른 홍찬미에 대한 심사평은 갈렸다.

박진영은 “감성이 굉장히 섬세하고 노래 속에 많은 것이 들어있다”라면서도 “목소리가 중음 저음이 없고 얇은 고음이라 그냥 구름 위로 노래가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귓전을 때리지 않는다. 무대는 버르장머리 없는 외동딸처럼 되어야 한다”라고 탈락을 결정했다.

양현석 역시 “영화에도 기승전결이 있는데 지금 홍찬미 양은 도입부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라며 “4분이라는 시간을 끌고 가기가 힘들다”라고 ‘지루하다’는 혹평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유희열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유희열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저는 찬미 양의 음악적 성향을 남들보다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열며 “앞서 두 분의 심사평을 잘 기억해 둬야 한다. 그것이 냉정한 현실”이라고 조언했다.

홍찬미가 체념하려는 순간 유희열은 “하지만 굳이 두 분의 말을 따르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반전을 선사했다. 유희열은 “저는 (홍찬미의 노래가) 좋다. 노래 잘하는 가수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수줍고 소박하고 가녀리고, 구름 위를 걷는 노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현석이 “그런 노래를 콘서트에서 스무곡 부른다고 생각해 보라”고 반론을 제기하자 유희열은 “우리 회사에 그런 노래를 콘서트에서 스무곡 부르는 친구가 있다. 루시드폴이 그렇다. 하지만 그의 속삭이는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꽤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심사위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 가운데 유희열은 “한 가지만 물어 보겠다. 지금 가성으로만 노래를 불렀는데 진성으로 내 지르는 노래를 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찬미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유희열은 다시 “노래를 배운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찬미가 따로 배운 적이 없다고 말하자, 유희열은 고심 끝에 와일드 카드 사용으로 그녀에게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선사했다.

유희열의 짧은 질문에서 그가 홍찬미의 가능성을 알아 봤음을 엿볼 수 있다. 진성을 사용할 경우, 그리고 트레이닝을 받을 경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과감하게 1라운드 첫 도전자에게 한 번 밖에 쓸 수 없는 와일드 카드를 던진 것.

이날 ‘K팝 스타4’에서 홍찬미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결과적으로 시즌4에 대한 기대를 한 층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K팝 스타’만의 장점과 차별점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으며, ‘K팝 스타’의 오디션으로서 진화할 잠재력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타 오디션에서도 탈락이 아쉬운 참가자에 대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수 있는 심사위원 권한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다만 ‘K팝 스타’의 경우는 우승자가 기획사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획사가 직접 트레이닝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권한의 무게가 더 크다. 유희열이 두 심사위원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홍찬미를 와일드 카드로 살릴 때는 단순히 ‘탈락하기엔 아깝다’는 것 이상으로 참가자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책임감이 바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찬미라는 참가자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참가자를 두고 심사위원간의 의견이 충돌하는 것 또한 여느 오디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관록과 연륜이 있는 가수로서뿐 아니라, 다양한 후배 가수들을 육성하고 가요계에 커다란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프로듀서로서 남다른 판단력을 지닌 세 심사위원들의 일리있는 논쟁은 가요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대중 가요계에서 눈의 띄는 성과를 내 놓은 양현석과 박진영에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중성이라는 재능은 중요한 판단의 척도다. 반면 유희열이 이야기한 다양성 또한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며, 실제로 최근 가요계에서는 어느 한 장르의 독식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번갈아가며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얼핏 현실과 이상 사이의 대립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희열 또한 홍찬미에게 “두 분 심사위원의 말이 현실”이라며 “내가 한 말은 잊고 두 분의 이야기를 기억하라”고 충고했다. 와일드 카드는 던져졌고 향후 ‘K팝스타’에서 홍찬미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홍찬미를 살린 것이 유희열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유희열에 달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K팝 스타’는 한 기획사의 신인 선발 오디션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이 전 과정을 지켜보는 대국민 오디션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 낼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극명한 의견 차와 논쟁 때문에 ‘K팝 스타4’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너무 다른 세 심사위원들의 음악관과 시각을, 그리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스타상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가수가 탄생하지 않을까하는 예감 때문이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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