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백윤식, 손창민, 최민수, 한석규(왼쪽위부터 시계방향)
김갑수, 백윤식, 손창민, 최민수, 한석규(왼쪽위부터 시계방향)
김갑수, 백윤식, 손창민, 최민수, 한석규(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중년 배우들이 안방극장에서 격돌, 내공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안방극장에는 ‘아이언맨’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갑수,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백윤식, ‘오만과 편견’에서 카리스마 대결을 보여주고 있는 손창민과 최민수, ‘비밀의 문’으로 3년만에 컴백한 한석규 등 중년 남자배우들이 드라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SBS ‘비밀의 문 :의궤살인사건'(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보여줬던 세종처럼 이번에도 기존 사극 속 영조와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역시 한석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작품들에서 영조는 자신이 군주임을 입증하기 위해 끝임 없이 신하들의 충성심을 시험했던 정치 9단으로 그려졌다. 한석규는 이 같이 한 나라를 이끄는 왕의 위엄과 더불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위협과 불안함에 시달린 인간의 심리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천한 신분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콤플렉스와 당파 싸움 사이에 늘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던 영조는 과거 어쩔수 없이 맹의 수결을 맺었다. 겉보기엔 카리스마 넘치는 왕이지만 그 뒤에 늘 불안한 정서가 자리잡고 있었다. 한석규는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목소리로 시청들이 영조의 속내까지 몰입할 수 있게 했다.

한석규는 ‘맹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장면 등에서는 광기를 내뿜으면서도 백성을 향해 인자함을 내비치는 군주의 모습으로 눈길을 모았다. 지난 10월 28일 방송분에서 영조는 균역법을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석규가 균역법 시행에 감격해 하는 백성들을 끌어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최근 방송된 14회에 접어들면서는 맹의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된 세자 이선(이제훈)과 첨예한 부자대립을 예고, 남은 방송분동안 임금으로서 그리고 이선의 아버지로서 어떤 모습을 그려가게 될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민식과 손창민은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 연출 김진민)에서 각각 부장 검사 문희만과 건달 정창기 역을 맡아 팽팽한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며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4회에서 문희만은 폭행사건을 가까스로 무마하고 돌아가려는 정창기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희만은 마약 사건에서 도망친 적 있던 창기에게 “기왕에 안면 튼 거 꿩사냥이나 같이 하자”며 마약수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창기는 “아는 척 안하기로 하지 않았나”라며 “내가 총 들면 꿩만 쏠 거 같아”라고 맞섰다.

희만은 “총은 포수가 잡는 거고, 사냥개는 먹잇감을 물고 오면 돼. 돈 안 필요하니”라며 은밀한 제안을 했고, 창기는 “직접 하면 개잖아”라며 짖는 소리를 내 비아냥거렸다. 이는 둘 사이의 과거사가 있음을 암시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최민식은 의중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검찰국장 이종곤(노주현)과 거래하며 한열무(백진희)가 수사 중인 어린이집 사망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키려 하는 등 악역의 캐릭터에 충실한 듯했다. 문희만은 구동치(최진혁)가 재수사를 선언했지만 윗선에 사건종결을 먼저 보고하며 진실을 쫓는 이들을 방행했다.

하지만 4회 말미에서는 어린이집 사망 사건을 종결하려던 한열무가 다시금 의심을 품고 사건을 해결하게 한 결정적 증거인 어린이집 원장의 카드 거래내역을 구해온 것이 문희만임이 드러나며 반전을 선사했다. 최민식은 속을 알수없는 문희만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소화하며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백윤식은 KBS2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극본 박필주 신재원 연출 한상우 이정미)에서 세계적 거장 슈트레제만을 연기, 코믹과 카리스마를 오가며 내공을 발산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한편 학생들의 재능보다 이익과 명예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이사장을 못마땅해 한 백윤식이 일침을 가해 청량음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마디를 해도 인상적인 잔상을 남겨야 하는 캐릭터를 맡아 백윤식 역시 여러 고민을 거듭하며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소속사 관계자가 귀띔했다. 일본 드라마에서 가볍게 그려진 프란츠 슈트레제만과 다른 재해석이 관건이었기에 제작진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철저한 대본 연구, 한국 정서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캐릭터들을 연구했다고. 이런 노력 덕에 슈트레제만은 점점 색깔 있는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섬세한 제스처를 과하지 않게 전하고, 느끼한 말투 등으로 감성변태적 면모를 이끌어 내는 것은 물론, 존재감으로 설득력 있는 캐릭터 살리기에 집중한 그는 코믹적인 요소와 함께 학생들의 꿈을 이끌어가는 진중한 모습까지 가미된 백윤식만의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배우 김갑수는 KBS2 수목드라마 ‘아이언맨'(극본 김규완, 연출 김용수 김종연)에서 주홍빈(이동욱)과 살벌한 부자간의 대립을 보여주는가하면, 차가운 눈빛 속에 감춰진 따뜻한 부성애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아들 주홍빈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욕심에 늘 자신의 뜻을 강요했던 매몰찬 아버지 주장원과 그런 아버지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받아들일 수 없었던 주홍빈은 서로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말조차 섞으려하지 않는 냉랭한 부자지간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방송된 ‘아이언맨’ 15회에서는 주홍빈이 자신을 향한 부친 주장원의 마음을 알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죽은 줄 알았던 김태희(한은정)와 재회한 홍빈은 그녀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음을 모른 채 주장원을 찾아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주장원은 “그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건 다행이다. 그러나 난 그 아이가 죽은 척하고 살았는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그 아이 역시 나한테서 전부를 빼앗아갔다. 악질로 치면 그 아이가 더 악질이다”라고 대꾸, “네가 전부가 아니었던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라며 홍빈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 반전을 선사했다.

김갑수는 아들 홍빈을 향해 상대방이 얼어붙게 만드는 싸늘한 눈빛 연기와 차가운 카리스마로 극의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반면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 안에 담긴 애틋한 부정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풀어내며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하고 있다. 장원이 진심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부자의 관계가 어떤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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