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시즌3 포스터. / 사진제공=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3 포스터. /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2020년 6월 26일, 21년 동안 지속됐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1050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때 KBS 간판 프로그램이었고, 개그맨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던 '개그콘서트'의 종말. 개그의 트렌드는 급변했고, 그 흐름에 발맞추기에 공영방송 KBS가 가진 한계는 컸다. 규제가 엄격했던 탓에 기시감이 느껴지는 뻔하디뻔한 '개그콘서트'에 대중은 더이상 웃지 않았다.
'개그콘서트' 마지막 리허설 /사진=KBS2 제공
'개그콘서트' 마지막 리허설 /사진=KBS2 제공
'개그 콘서트'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리부트된 'SNL 코리아'(Saturday Night Live Korea, 이하 'SNL')였다. 'SNL'은 원래 tvN 채널을 썼지만, 리부트된 시즌부터 OTT 채널인 쿠팡플레이가 스트리밍 독점권을 따내면서 규정과 심의에서 보다 더 자유로워졌다.

채널을 바꾼 'SNL'은 개그 프로그램으로서 명맥을 이으며 역할을 제대로 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권 후보들의 특징과 정치 행보 등을 풍자하고, 대표 호스트인 신동엽을 필두로 19금 소재를 다뤘다. 특히, 시즌3에 들어서는 '주기자가 간다', 'MZ오피스' 등의 코너가 대박을 터트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주현영, 김아영, 엄지윤, 김원훈 등이 인지도를 얻으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최근 시즌3 종료 후 휴지기를 맞은 'SNL' 제작진과 출연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NL'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과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가장 큰 질타를 받은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패러디한 '더 칼로리' 쇼츠였다.
다 된 'SNL'에 '개콘' 뿌리기…엄중 잣대에 옴짝달싹 못하는 'SNL' [TEN스타필드]
다 된 'SNL'에 '개콘' 뿌리기…엄중 잣대에 옴짝달싹 못하는 'SNL' [TEN스타필드]
이 영상은 '더 글로리' 박연진이 문동은의 신체를 고데기로 지져 화상을 입히는 학교폭력 신을 주현영이 이수지를 세워두고 고데기로 쥐포를 지지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주현영은 "고데기 열 체크 좀 해볼까?"라며 쥐포를 고데기로 지지고, 이수지는 쥐포가 타는 모습에 고통을 호소하며 "지금 먹어야 하는데", "제발 한 입만"이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 패러디가 보기 불편하다는 일부 시각은 납득이 된다. '더 글로리'의 고데기 신은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실제 학교 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면으로, 분명 피해자가 있고 이와 함께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아픔을 개그의 소재로 사용해 웃음으로 소비하는 것은 여지없는 문제다. 'SNL'은 잘못을 통감하고 다시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기획을 내야 한다.
/사진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사진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그러나 'SNL'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들이 있다. 'MZ오피스'는 한 사무실 안에서 함께 일하는 다양한 세대들의 특징을 그리고 있는데, MZ세대 신입사원이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오른다'며 상사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모습이나, 막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커피 주문받기', '식당에서 물이나 수저 놓기' 등에 개의치 않는 점 등을 꼬집었다. 또, 사회생활 중 여자들끼리 겉으로는 웃으며 대화하면서도 속으로는 기 싸움을 하는 모습도 개그 소재로 쓰였다.

이를 두고 MZ세대는 사회 초년생은 예의 없고 적응력이 부족하다고 일반화해 조롱했다며 불편한 시선을 나타냈다. 또, 여성들의 기 싸움 장면이 여성 비하적이란 의견도 나왔다.
/사진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사진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또, 주현영이 활약하고 있는 '주기자가 간다' 주기자 캐릭터의 경우 잘 준비된 멘트는 자신감 있게 하다가도 불쑥 들어온 기습 질문에는 몹시 당황하며 얼버무리는 모습들로 시청자들에 웃음을 줬다. 그런데 주기자가 눈을 크게 뜨거나 결국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에서 역시 '여자 기자라서 저런 설정인 거냐' 하는 볼멘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MZ오피스'나 '주기자가 간다'는 사회 초년생이 가진 특징을 개그로 풀어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러 사람이 보고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MZ세대의 특징을 확대하고 재구성했을 뿐, 모든 MZ세대를 일반화해 대표하겠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사진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풍자의 대상 역시 편향적이지 않다. 'MZ오피스'에는 겉으로는 쿨한 척하면서 속은 꼰대 마인드로 가득 찬 관리자급 회사원이 나온다. 뼈해장국 뼈 통을 비우면서 '난 정말 쿨한 상사야'라고 자부하고, MZ세대의 바른말에 '우리 때 이런 거 있었냐'며 분노한다. 또, 남초 회사에 간 주현영은 점심 메뉴를 제육볶음으로 통일하길 강요받고, 오로지 축구 관련 대화만 하며 즐거워하는 남자 직장인들을 보며 당황한다.

'SNL'은 특정 세대나 특정 성별을 선택적으로 겨냥해 조롱하지 않는다. MZ세대와 기성세대, 남성과 여성 등의 특징을 살려 웃음 포인트를 조준할 뿐이다. 오히려 세대, 성별 간의 특징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서로를 이해할 담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다.

비판과 비난은 엄연히 다르다. 비판은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비난이 지속되면 위축된다. '개그 콘서트' 폐지의 배경에는 위축된 개그맨들이 있었다. 위축된 개그에 웃을 사람은 없다. 게다가 공영방송 KBS의 '개그 콘서트'와 19세 이상 관람가 쿠팡플레이 'SNL'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개콘이 왜 망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SNL'에 '개그콘서트'와 같은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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