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영화 '정이' 촬영을 위해 액션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에 출연한 김현주를 만났다.

김현주는 최고의 전투 AI 개발을 위한 뇌복제 대상 정이 역을 맡았다. 정이는 연합군 측 최정예 리더 출신으로, 수많은 작전에 참전해 승리로 이끈 전설의 용병. 수십년 간 이어져 온 내전을 끝낼 수 있던 마지막 폭파 작전에 참여했다가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됐다. 정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전략과 전투 기술, 강한 충성심과 의지를 그대로 담은 전투 AI 개발을 위한 뇌복제의 대상이 된다.

연상호 감독 작품인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이어 액션 연기를 소화한 김현주는 "저는 격투기 보는 걸 좋아한다. 격투기 채널을 집에서 틀어놓고 있기도 하다. 제 안에 그런 본능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걸 내 몸으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르다. 스스로도 의구심 들었다. '지옥'은 액션이 많진 않았다. 그래서 그땐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정이'는 또 다른 액션이었는데, 기본기를 다져놓은 게 많이 도움됐다"고 말했다. 또한 "액션스쿨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연기톤은 몸을 쓰는 것보다 감정선이 주어지는 역할이 많았다. 그래서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저한테는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전했다.

CG 작업이 많은 영화인 만큼 현장에서는 그린 스크린 앞에서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김현주는 "현장에서 프리비주얼이 있긴 했지만 상상 안에서 만들어야 했다. 전적으로 감독님과 스태프들을 믿으면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이 잡히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국적인 SF를 연상호 감독님이라면 할 수 있겠단 믿음이 있었고, 완성된 장면에서 믿음이 틀리지 않았단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정이'에서 딸 서현의 엄마로서 정이와 뇌복제 실험 대상으로서 정이, 복제된 뇌가 장착된 로봇으로서 정이의 모습을 모두 연기해야 했다. 김현주는 "구분돼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 기계일 때보다 사람일 때 모습에 더 신경썼단 거다.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실험 대상일 때 정이는 기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어느 선까지가 적당한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걸음걸이 같은 것도 신경썼다"고 전했다.

복제된 뇌를 장착한 로봇 정이이 모습은 특히 더 신경썼다고 한다. 김현주는 "로봇이지만 감정을 보여줘야 한단 점을 감독님이 강조했다. 그 장면은 CG라서 사실 내가 연기하지 않아도 구현할 수는 있었지만, 감독님은 실제 제 표정을 따오고 싶다고 했다. 내가 모션 캡처 수트를 입고 연기를 했다. 최대한 감정이 드러나면 좋겠다고 해서 로봇이지만 오히려 더 세밀한 감정 표현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님이 후반작업을 통해 제 눈빛을 살렸고, 결과적으로 저도 그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SF 장르 연기에 대해 김현주는 "그간 저는 사람 대 사람으로 눈을 보면서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해오다가 대상이 없는 채로 상상속에서 연기하는 거 자체가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흔히 현타 온다고 하지 않나. 하다가 '내가 뭐하는 거지?', '잘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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