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모범가족'서 무능한 가장役
"명분 있는 모든 캐릭터들, 매력적"
"전력질주 하고 땅에 묻히고…땅바닥에 대자로 누워"
"'평균점에 있는 삶' 살기 위해 노력"
넷플릭스 '모범가족'에 출연한 배우 정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모범가족'에 출연한 배우 정우. / 사진제공=넷플릭스
"'재밌는 고구마'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넷플릭스 '모범가족'에서 아들의 치료비가 절실한, 무능하고 답답한 가장을 연기한 배우 정우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모범가족'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가장 박동하(정우 분)가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처절하게 얽히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물. 정우가 연기한 박동하는 아들의 수술비를 허망하게 날리고 절망에 빠졌다가 우연히 마약 조직과 얽히게 되는 인물이다.

"'이 구역의 미친 X'라는 드라마를 촬영할 때 이 대본을 받았어요. 촬영 막바지 쯤 '모범가족' 대본을 접하게 됐어요. 촬영 대기하는 틈에 어떤 내용일까 싶어서 대본을 넘겼죠. 재밌더라고요. 대본이 탄탄하고 촘촘했어요. 동하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이 눈에 보였어요. 모든 캐릭터들이 이유와 명분이 있었고, 작품 안에서 각자 맡은 바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넷플릭스 '모범가족'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모범가족'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우는 캐릭터의 유약한 면모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 평소 단련했던 다부진 몸을 평범한 마른 체형으로 바꿨다. 그는 "왜소하고 평범해 보이고 싶어서 체중을 4~5kg 정도 감량했다. 평소에 70~71kg 정도 나가는데 촬영 시작하고는 66~67kg 정도 나갔다. 의상도 무채색, 톤다운해서 준비했다. 화려하지 않고 튀지 않는 외형적인 모습을 만들려고 신경 썼다"고 밝혔다. 쫓기는 장면에서는 전력 질주를 하고 손바닥이 까지도록 맨손으로 땅을 파헤치는 등 열연을 펼쳤다. 땅에 묻힌 장면에서는 얼굴로 날아오는 흙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우는 "흙과 돌이 떨어지는 속도와 묻혀있는 깊이감이 있으니 얼굴로 타격감이 오더라. 덩어리가 큰 건 겁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본 지문에는 '땅을 판다. 파묻힌다' 한두 줄 정도로 돼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막상 영상으로 표현할 때는 쉽지 않았어요. 낮 촬영을 하고 실제 상가 단지에서 영업시간 이후 새벽에 촬영해야 했어요. 낮에 촬영을 한 이후라서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죠. 전력질주 해서 뛰기도 쉽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숨 쉬었던 기억이 나요. 촬영 초반일 때라 '앞길이 구만리인데 이거 쉽지 않겠다' 생각했죠. 하하. 건달, 깡패 역할도 아니고 슈퍼히어로 캐릭터도 아니니까 좀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모범적으로 살아온 평범한 시민이 해봤자 얼마나 역동적일까 싶어서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죠. 첫 촬영하고 호되게 혼났어요. 하하."
넷플릭스 '모범가족'에 출연한 배우 정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모범가족'에 출연한 배우 정우. / 사진제공=넷플릭스
2016년 배우 김유미와 결혼한 정우는 실제로 7살 딸아이의 아빠. 극 중 불치병 아들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아빠 동하의 상황에 몰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

"아빠가 된 뒤로 이런 상황을 연기하게 되니 가슴이 더 아파요. '수술비를 날려버린 극한 상황이 발생했다', 텍스트로 보면 어디선가 봤을 법한 전형적인 줄거리일 수 있잖아요. 그걸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 배우의 감정과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특히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조금 더 정성을 쏟았어요."

정우는 가족이 "영원한 내 편이자 힘과 위로가 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나의 편"이라고 했다. 정우는 남편이자 아빠로서 모범적인 가족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바가 있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다.

"모범적이라는 단어가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살아가면서 느껴요. 어떤 기준점이 있다면 그 이상 살게 되면 잘 살고 있고 모범적이라고 할 테고,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아쉽다고 생각하겠죠. 그 기준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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