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백패커' 영상 캡처
사진=tvN '백패커' 영상 캡처
'백종원 시대'가 저물고 있다. 주춤하던 백종원이 tvN 요리 예능 '백패커'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화제성은 예전만 못하다.

'백패커'는 출연자들이 백팩 하나 메고 훌쩍 떠난 '오늘의 장소'에서 낯선 손님들을 위한 즉석 출장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

지난 26일 첫 방송에서 백종원은 헤드 셰프로 나섰고, 오대환, 안보현, 딘딘이 함께했다. 이날 요리단은 전북 정읍의 초등 씨름부 22명을 위한 '무제한' 패스트푸드점을 열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백팩을 선택하며 '특수 스킬'을 얻었다. 조미료는 백종원, 조리 도구는 오대환, 대용량 보부상은 안보현, 보냉백은 딘딘이 맡았다.

취사병 출신 오대환은 능숙한 칼질로 감자를 자르기 시작했지만 형태가 뭉개져 난감한 상황이 됐다. 고심하던 백종원은 감자튀김을 크로켓으로 변신시키기로 했고 치즈를 넣어 맛을 더했다. 완성된 치즈감자크로켓을 오대환에게 가져간 백종원은 "대환아 너 때문에 만들어진 메뉴"라며 "이런 게 재미있다. 망칠 것 같은 거 살리는 게 이런 게 재미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무제한' 요리라는 미션답게 음식은 끊임없이 제공됐다. 패티 3장, 치즈 2장과 베이컨, 특제 소스가 올려진 햄버거, 각종 튀김류, 한라봉 에이드로 구성된 붹붹버거 세트를 시작으로 로제파스타, 후식 과일과 철판 오므라이스, 마지막 감자튀김까지. 네 사람은 맛있게 먹는 씨름부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백종원 요리 예능들. / 사진제공=각 방송사
백종원 요리 예능들. / 사진제공=각 방송사
'백패커'는 장소도, 손님도 생소한 현장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맞춤 음식을 즉흥 조리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요리 예능. 제한된 시간 안에 대량의 음식을 즉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콘셉트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이미 기존 백종원 요리 예능들에서 경험했던 장면들이다. 생소한 현장, 제한된 시간, 대량 조리는 SBS '맛남의 광장'에서 선보였고, 실패할 위기에 처한 요리를 다시 살려내는 모습은 SBS '골목식당'에서 흔했다.

멤버 간 케미를 강조하는 장면들도 백종원 요리 예능에서 수도 없이 나왔다. 스승과 애제자의 관계로 연출해가는 장면들도 시청자에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요리 초보자를 위한 비대면 쌍방 요리쇼 MBC '백파더'로는 '실시간 양방향 소통'에 도전했지만 매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시간이나 방송 장비 문제 등으로 인해 소통이 끊겨 출연자도 시청자 참여자도 버거워했다.

백종원 이름을 내걸었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백파더' 등은 이미 종영했다. '백패커'를 제외하면 현재 백종원이 고정 출연하고 있는 요리 예능은 KBS2 '백종원 클라쓰'뿐이다.

'백종원 클라쓰'는 외국인들에게 한식 요리를 가르쳐주고 함께 한식을 즐기는 프로그램. 2%대까지 시청률이 내려갔다가 현재는 3%대를 겨우 유지해가고 있다. '백종원 클라쓰' 역시 출연자가 외국인일뿐 백종원이 요리를 가르쳐주고 도와준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점을 느끼기 어렵다.

한때 '흥행 보증 수표'였던 백종원의 자기복제에 더 이상 신선함과 재미를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포맷과 내용들은 시청자들이 백종원표 요리 예능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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