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우이혼2'·'결이사' 등 늘어난 이혼 예능
'우이혼2', 아들에 희망고문이라던 지연수는 돌연 일라이와 합가
'결이사' 부부들, 자녀들 있는데도 폭언·과격한 행동
SBS, 자녀 있는 이혼 부부에 '3일만 재결합해라'
순기능보다는 역기능·부작용 우려
사진=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영상 캡처
사진=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영상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혼은 부부 사이의 문제를 넘어선 '가족의 문제'다.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에게도, 이미 이혼한 부부들에게도 서로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일이다. 리얼리티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자녀들 앞에서 폭언, 폭행에 가까운 행동을 서슴지 않는 모습까지 그대로 내보내는 이혼 예능들의 수위가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유.

이혼은 예능의 소재를 넘어서 하나의 장르가 되고 있다. TV조선에서는 '우리 이혼했어요2'(우이혼2)가 방송되고 있고, 티빙은 지난 20일 '결혼과 이혼 사이'(결이사) 첫선을 보였다.
공영방송인 KBS와 공중파 SBS조차 재결합 예능을 선보이겠다며 TV에 나올 이혼한 커플을 찾고 있다.

'우이혼2'의 기획 의도는 이혼 부부가 재결합이 목적이 아닌, 좋은 친구 관계로 지낼 수 있다는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 '결이사'는 각기 다른 사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결혼 생활을 담아내며 행복한 선택이 무엇일지 재고한다는 것이다.

'우이혼2'에서 일라이, 지연수의 에피소드에는 아들이 등장한다. 아들의 나이는 겨우 7살. 아들은 2년 만에 만난 아빠 일라이에게 "자고 가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제발"이라며 무릎까지 꿇고 애원한다. 극심히 갈등하던 일라이, 지연수는 어느 순간 스킨십도 하고 능글맞은 농담이나 재혼 가능성을 열어두는 언행을 한다. "우리가 함께 민수를 만나는 것 자체가 민수에게 희망고문일 수 있다"던 지연수는 일라이가 집에 들어와 사는 것도 승낙했다. '우이혼2'는 이혼 부부의 재결합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반복해서 두 사람의 애틋하고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고 보여주며 '여지'를 준다.
사진=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영상 캡처
사진=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영상 캡처
'결이사'의 경우 네 커플 가운데 세 커플이 자녀를 두고 있다. 30개월 딸이 있는 서사랑-이정환 부부는 소통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남편 이정환은 아내 서사랑이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동영상을 찍자 "애가 싫다는데 네 멋대로 하려고 하고"라며 "사진 한 번만 더 찍어봐 X년아"라고 언어 폭행을 가한다.

이유빈-정주원 부부의 사연은 더 충격적이다. 10개월 된 아들이 옆에서 놀고 있는데도 남편 정주원은 아내 이유빈에게 '씨X', '지X'과 같은 욕설과 '주둥이', '대가리'와 같은 속된 말을 일삼는다. 뿐만 아니라 "잘못했다고 해라,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해라"며 가스라이팅한다. 아내 이유빈은 "내가 잘못된 건지 남편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고 맨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세뇌 당한다"고 털어놓는다.

출연자들의 실제 모습을 관찰하는 데 집중하고 개입은 최소화하고 있다는 게 제작진의 항변.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편집하는 것은 제작진이다. 더 자극적인 순간들만 '알맹이'로 뽑게 되는 것.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시청자가 보는 편집본은 이미 누군가의 '주관적 판단'을 거쳤다. 극심히 갈등하던 이혼 부부가 한순간 핑크빛이 되는 모습은 '연출'되고 '미화'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이들의 '개선됐다고 보이는' 관계가 유지될 지도 의문이다.
사진=SBS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사진=SBS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이런 가운데 SBS 역시 이혼 부부를 출연시키는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 SBS는 최근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해 신규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공고를 냈다. '자녀를 위해 3일만 다시 부부가 되시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3박 4일 동안 이혼 부부들이 한 팀이 되어 각종 챌린지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는 촬영 내용이 적혀 있다. 전 출연자들에게는 자녀 전문가 심리 상담 기회와 출연료가 제공되고, 우승팀에게는 자녀 학자금 혜택이 주어진다. SBS는 "부부가 서로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 및 이혼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고자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시청자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혼 부부들이 돈 때문에 방송에 나와 이익만 취득하고 자녀들이 받게 될 후폭풍은 유념하지 않는다는 것. 부모와 모두 함께 살고 싶은 아이들에겐 3일의 희망고문만 가하는 셈이다.

이혼 부부,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의 사연을 담아내며 관계를 개선하거나 이혼에 대한 편견을 풀겠다는 의도는 선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부부 사이의 폭행, 폭언을 현재 혹은 후일에 감당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자녀다. 어른들의 농간에 고통 받게 되는 건 어린 아이들이다. 선함을 가장한 명분에 제작진의 욕심이 더해지는 순간 명분은 사라지고 시청률만 남는다.

결혼은 인륜지 대사다. 마찬가지로 이혼 역시 예능 소재로 전락시켜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중대한 일이다. 개인의 선택인 이혼이 흠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씻기 어려운 경험을 준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유명세를 위한 자랑거리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김연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혼 후 '나쁜 관계'를 애써 '좋은 관계'로 포장하는 미디어의 일종의 조장은 부부들과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들에겐 2차 가해도 될 수 있다"며 "자극적인 매운맛만 좇다보니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단순히 이혼 건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이혼 당사자에 대한 편견이 개선되거나 그 자녀들에 대한 보호책이 안정적으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며 "보호 받아야할 자녀들까지 '이혼 예능'으로 끌어들이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봤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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