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조선 '마이웨이'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마이웨이' 방송 화면.
배우 고(故) 강수연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고인을 추억하는 이들의 진심이 뭉클함을 자아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는 강수연 추모 특집으로 꾸며졌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강수연을 병원으로 후송 후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던 중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세.

약 50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었던 강수연. 그는 1986년 영화 '씨받이'로 한국 배우 최초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989년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는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로는 SBS 연기대상 대상을 품에 안았다.

이날 방송에는 강수연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출연했다. 배우 이용녀는 자신을 위해 기꺼이 오랜만에 아침 방송에 출연했던 강수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아침 방송에서 1시간짜리 코너를 하는데 제작진이 유기견 봉사활동 오는 걸 찍고 싶다고 하더라. 강수연이 내가 불편해지는 거 아니냐며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방송 쪽 사람들을 알고 나서야 굉장히 어렵고 힘든 부탁이라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강수연과 약 19년 동안 함께 살았던 고양이와 강아지는 이용녀가 입양했다. 그는 “얘들은 엄마가 없어진 걸 모른다. 세상의 전부를 잃은 거다. 내가 데리고 가서 살 거다. 문제는 우리 집에 다른 애들이 많고, 강수연처럼 종일 대화해 줄 수는 없다는 건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용녀는 "수연이는 자신을 위해 산 적이 별로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깍쟁이처럼 살았다고 하는데 안 그렇다. 남 배려하느라 자기가 편하게 쉰 시간은 많지 않았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사진=TV조선 '마이웨이'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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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임권택 감독은 강수연에 대해 "천부적 재능이 있던 아이였다. 너무 빨리 죽었다"며 "워낙 좋은 얼굴을 갖고 있기에 자신이 갖고 태어난 외모를 과장도 안 하고, 수줍어 감추는 것도 없고, 당당하게 해냈던 연기자"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빈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내가 나이가 있으니까 곧 죽을 텐데 '내 (영결식) 조사를 수연이가 와서 읽어 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게 거꾸로 됐다. 참 말이 안 된다. 나하고 상황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됐고, 강수연은 더 많이 살다가 가야 했는데"라고 비통해했다.

지난 11일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현장에는 유지태, 예지원, 김아중, 문소리, 설경구, 임권택, 정웅인, 엄정화, 정우성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배우 김보연은 ""내가 한창 일할 때 수연이는 초등학생이었다. '넌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야. 세계적 배우가 될 것 같아'라고 내가 말했다. 수연이가 웃으며 '한국 유명한 배우 되기도 힘든데 내가 어떻게 세계적 배우가 돼'라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배우 이정길은 강수연을 “보석 같은 미소를 가진 아이”라고 말했다. 문희는 “체구는 작은 여자였지만 담대하고 포용력 있는 배우였다”고 기억했다.

레슬러 출신 심권호는 지난 4월 방송된 '스타다큐 마이웨이' 촬영 당시 강수연과 통화를 하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했다. 당시 심권호는 "누나 몸 아픈 데 없지?"라고 물었고, 강수연은 "그럼. 요새 집에 꼼짝도 안 하고 있었어"라고 답하며 재회를 약속한 바 있다.

심권호는 강수연의 비보를 접한 뒤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았다. 마지막 통화할 때 평상시 만날 때 듣던 목소리하고 똑같았다. 아프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전화로 다음에 만나서 밥이든 술이든 먹자고 약속까지 했는데"라고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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