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티빙 드라마 부진한 성적
'돼지의 왕' 역시 호평과 달리 화제성은 '의문'
'내과 박원장',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포스터./사진제공=티빙
'내과 박원장',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포스터./사진제공=티빙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배우 이서진을 대머리로 만들고, 박해준을 살찐 백수로 만들었음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둔 티빙이 만회를 위해 연상호 감독을 내세운 콘텐츠를 줄줄이 선보인다. 그러나 호기로웠던 태도와 달리 여전히 제대로 된 빛을 보지 못하는 건 작품의 문제가 아닌 플랫폼의 한계일까. 티빙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작년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 여자들'로 흥행에 성공했던 티빙은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로 '내과 박원장'과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을 선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원작을 내세운 '내과 박원장'은 웹툰보다 못한 설정과 유치한 설정, 어설픈 연출로 혹평받았다.

무엇보다 그간 로맨스, 사극 등을 통해 진지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이서진의 '대머리 의사'라는 파격적인 비주얼은 공개 전 큰 화제를 모았을 뿐, 정작 공개 이후에는 가발을 쓴 어설픈 모습과 여장, 욕설 등 과한 설정들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내과 박원장' 스틸컷./사진제공=티빙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내과 박원장' 스틸컷./사진제공=티빙
상황은 지난 25일 종영한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도 마찬가지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44춘기 자발적 백수가 웹툰 작가의 꿈을 안고 자신만의 속도로 '갓생'에 도전하는 웃픈 이야기를 담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JTBC '부부의 세계'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박해준의 첫 단독 주연작.

그간 잘생긴 냉미남의 이미지였던 박해준이 '동네 아저씨'라는 설정을 위해 체중 관리를 포기하고 살을 찌운 충격적인 비주얼이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과 달리 작품에 대한 반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적지근했다. 유료 가입자 수를 견인하지도, 커다란 화제를 모으지도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이렇듯 올해 초부터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티빙은 구원투수로 '부산행', '지옥' 등으로 흥행을 거둔 연상호 감독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첫 번째 카드는 연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돼지의 왕'이다.
'돼지의 왕' 포스터./사진제공=티빙
'돼지의 왕' 포스터./사진제공=티빙
'돼지의 왕'은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 중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소재로 다룬 원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폭력의 기억을 휘감고 자라난 어른들의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의 B급 코미디물과는 달리 장르물의 색이 짙은 작품이기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 무엇보다 긴장감 있는 연출과 김동욱, 김성규 등 배우들의 열연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호평과 달리 '돼지의 왕' 역시 큰 화제성을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공개 날인 매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실시간 인기 프로그램 순위서 10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고, 30일 기준 다음 드라마 검색어에서도 30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OTT 오리지널 드라마인 애플TV+ '파친코'와 시즌 '소년비행'보다도 낮은 수치다.
'괴이' 포스터./사진제공=티빙
'괴이' 포스터./사진제공=티빙
이런 상황 속 티빙이 다음 타자로 꺼낸 작품 역시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쓴 '괴이'다. 특히 '괴이'는 최근 국내 OTT 작품 중 최초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 Korea Focus(코리아 포커스) 섹션에 공식 초청된 작품. 기대와 관심이 클수록 작품을 향한 날 선 평가 역시 동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술꾼도시 여자들'의 흥행에 취해있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의 한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명확한 흥행의 수치를 잴 수 없기에 내부적으로 자화자찬하는 모양새는 오래가지 못한다. 계속해서 콘텐츠를 쏟아낼 예정인 티빙 드라마가 모두가 인정할 만한 흥행을 다시금 거둘 수 있을까. 아직은 티빙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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