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우리 속의 세계" 수상 소감
윤여정 이어 오영수까지, 세계 무대서 우뚝 선 '노년 배우'
'오징어게임' 오영수./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오영수./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 할머니' 윤여정에 이어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되며 'K 노익장'의 힘을 보여줬다.

오영수는 10일(한국시간)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받은 상은 TV드라마 남자조연상으로, 골든글로브는 "오영수는 한국에서 존경받는 연극 배우다. 그는 생애 첫 후보 지명에서 수상했다"고 평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오영수는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닌 '우리 속의 세계'"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영광을 돌리며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쳐
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쳐
1963년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연기를 시작, 1965년 영화 '갯마을'로 데뷔한 오일남은 60여 년의 연기 생활 동안 약 200편의 다양한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묵묵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에서 게임의 첫 번째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전 세계에 '오징어게임 열풍'을 일으키는 데 힘을 보탰다. 특히 기훈(이정재 분)과 목숨을 건 구슬치기 게임에서 "우린 깐부잖아"라며 구슬을 나눠주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반전으로 충격을 안기기도.

이날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이정재)과 작품상은 불발됐지만,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인 성격이 강한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 수상과 작품상 후보 지명은 유의미한 결과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서는 작품상, 연기상 등의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외국어 영화상' 수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배우 윤여정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사진제공=OSCAR
배우 윤여정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사진제공=OSCAR
작년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윤여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바 있다. 이는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아카데미 93년 역사에서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째 수상이었다.

당시 윤여정은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줬다"는 수상소감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연기 56년 차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간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꾸밈없이 담백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로써 오영수는 또 하나의 '한국 최초'라는 역사를 썼다. 이는 긴 세월 묵묵히 쌓아온 연기 내공의 힘으로, 노년 배우의 위상을 다시금 증명해 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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