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백종원, 새 예능 속속 출격
예능인으로서 양보단 질 따져야
새로운 매력 보여줄 수 있을까
사업가 백종원/ 사진=텐아시아DB
사업가 백종원/ 사진=텐아시아DB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백종원, 연예인 아니라더니 아이러니한 '열일' 행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는다. 그는 스스로를 연예인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됐다. 쿡(Cook)방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백종원표 예능은 계속되고 있다.

백종원이 출연하는 두 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다. 28일 첫 방송된 KBS2 '백종원 클라쓰'부터 오는 7월 2일 방송될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 푸드'(이하 '백종원의 국민 음식')까지 쏟아진다.

'백종원 클라쓰'는 백종원의 KBS 예능 데뷔작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들에게 정확한 한식 요리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은 가수 성시경과 함께 전 세계 어디서든 해외의 다양한 식자재로 제대로 된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푸드의 인기 비결과 그것들이 어떻게 한국에 들어와 '국민 음식'이 됐는지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tvN '강식당에서 요리를 가르친 바 있는 '애제자' 가수 규현과 호흡을 맞춘다.

이로써 백종원은 월요일 '백종원 클라쓰', 수요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목요일 SBS '맛남의 광장', 금요일 '백종원의 국민음식'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다.

백종원의 새 예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넷플릭스 '백스피릿'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오는 8월 공개 예정이며 배우 김희애, tvN 나영석 PD 등이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사업가 백종원/ 사진=텐아시아DB
사업가 백종원/ 사진=텐아시아DB
백종원은 지난 수년간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 대부분은 '백종원' 이름을 따왔다. 제목에서부터 그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막대한 중요도와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은 음식에 대한 깊은 조예는 물론, 요식업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 '골목식당'에서는 후배 창업가를 대한 행동에서 전해지는 진정성과 열정이 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안겼다. '맛남의 광장'에선 식자재, 유통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업가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친근한 말투와 재치 있는 입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홀로 1인 방송을 이끄는 호스트의 역할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쿡방'이 한창 유행했을 때 TV 출연이 잦았던 셰프들을 현재는 보기 어렵지만 백종원표 예능은 계속해서 생겨나는 이유다. 단순히 요리를 알려주는 건 다른 셰프들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지만 그가 가진 매력과 노하우를 따라가기 어렵다. 백종원은 조력자나 멘토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냈다.

이 때문에 백종원은 어느 방송인보다 예능 출연이 잦다. 이제는 그가 거쳐 가지 않은 방송국을 찾기 어려울 정도고, 확고한 팬덤도 갖추면서 어엿한 한 명의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하지만 예능에서 그를 다루는 문법은 한정적이고, 비슷한 백종원표 예능이 늘어날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그의 프로그램도 비슷한 우려를 받는다. 백종원은 tvN '집밥 백선생'에서 세 시즌 동안 요리를 가르쳤고, 지난 2월 종영된 MBC '백파더'에서는 요리 초보들을 위한 기본기를 알려줬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레시피를 전수하고 있다. 아무리 '백종원 클라쓰'가 외국인을 가르치고 한식을 전파하는데 차별점을 뒀다고 한들, 백종원의 요리 수업이라는 점에서 앞선 포맷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 이상 그가 전파를 통해 가르칠 게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그가 과거 해외로 떠나 현지 음식을 맛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떠올리게 한다. 해외 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래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출국길이 막히자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포맷을 그대로 국내로 옮겨온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자신이 출연한 JTBC '양식의 양식'과도 맞닿아있다.
'백종원 클라쓰' 백종원/ 사진=KBS2 제공
'백종원 클라쓰' 백종원/ 사진=KBS2 제공
연예인이 아니라는 백종원은 몇 년째 방송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하나의 브랜드가 된 백종원표 예능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는 과거 연예대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방송인 김구라는 지난해 유력한 대상 후보로 백종원을 꼽으며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제는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종원 씨가 상을 받고 자기가 받은 사랑을 자기 프랜차이즈에서 반값 할인하면 되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우스갯소리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속 시원한 발언이었다.

'백종원 클라쓰'를 통해 그와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성시경은 제작발표회에서 백종원을 향해 "이게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임하라"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백종원' 이름 석자를 내걸고 하는 프로그램은 많은 제작진의 밥줄과 연결돼 있다. 이제는 대중도 그를 한 명의 예능인으로 바라보는 만큼 성적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연예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라는 건 어폐가 있다. 아직 대중이 그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고, 스스로도 방송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끊임 없이 새로운 모습과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 명의 출연자로서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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