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도 깬 패자부활전 카드
시청자들 "맥 빠졌다" 불만
오디션 예능과 다른 반응 이유
'강철부대' 9회/ 사진=채널A 캡처
'강철부대' 9회/ 사진=채널A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동안 이긴 팀들 똥개 훈련 시키는 건가요? 힘들게 고생하며 살아 남은 팀은 뭐가 되나요?"

승승장구하던 채널A·SKY '강철부대'가 패자부활전 카드를 꺼내들자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같은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끝이 보일 것 같았던 경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제작진을 향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강철부대'는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첫 방송 당시만 해도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2.9% 시청률로 많은 관심을 못 받았지만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 18일 방송된 9회는 6.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드라마 TV화제성 부문에선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낸다. 18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강철부대'는 자체 최고 화제성을 또 한 번 경신하며 2주 연속 비드라마 1위에 올랐다. 육군특수전사령부 팀의 박준우는 출연자 화제성 1위를 차지했으며, 해군 특수전전단(UDT) 김상욱도 8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강철부대'의 뜨거운 인기 비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실전을 방불케하는 몰입도가 중요 포인트다. 극한의 신체·정신적 장애물을 견뎌내는 출연자들과 이들간의 팀워크, 미션에 임하는 마음가짐 등 군인 정신 투철한 예비역들의 모습에 많은 응원이 쏟아졌다.

앞서 40㎏ 군장 산악 행군 데스매치에선 군사경찰 특임대(SDT) 부대원들이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감동을 자아냈다. 부상한 동료의 군장을 메는 바람에 80㎏의 무게를 홀로 지게 됐지만, 다른 부대의 도움을 거부한 채 완주하는 모습이 박수를 이끌어냈다.
'강철부대' 9회/ 사진=채널A 캡처
'강철부대' 9회/ 사진=채널A 캡처
그런데 떨어진 팀이 패자부활전으로 돌아오자 시청자들은 몰입이 깨진다는 불만을 늘어놨다. 패자부활전은 경쟁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치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아쉽게 떨어진 참가자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지만 '강철부대' 시청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탈락한 참가자들에게 받은 감동이 반감된다는 까닭에서다.

또한 다른 프로그램에서 부활한 패자는 앞으로의 미션 수행에 유리한 위치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단계에서 탈락이 가장 유력한 인물로 손꼽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철부대' 탈락 팀은 체력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가졌다. 다른 미션을 거치며 체력을 소비한 생존자들이 이들과 경쟁하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불만은 제작진을 향한 의구심으로 번졌다. 일부 누리꾼은 "프로그램 인기가 생기니 회차를 늘리려고 패자부활전을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총 6개 부대가 참여한 '강철부대'는 이번 패자부활전으로 모두 생존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동안의 미션 과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패자부활 방식도 문제 삼았다. 기존에 탈락했던 팀은 4강 토너먼트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여기서 올라온 팀이 추후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 누리꾼들은 "그렇게 우승하면 누가 인정해주겠냐"며 "이런 게 더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다.

'강철부대'는 '진짜 사나이' 등 체험에 그친 군대 예능과 달리 '실전'과 '경쟁'을 앞세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속 경쟁을 마치 실전이라 생각하며 몰입한다. "군인은 전쟁에서 패배하면 끝이다. 명예롭게 끝냈어야 했다"는 누리꾼의 댓글이 뼈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패자부활전이라는 무리수가 생존팀과 시청자 모두에게 허탈함을 안기는 꼴이 됐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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