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는 잘 쫓고 있나
는 잘 쫓고 있나" /> 21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사람이니까 그런다. 짐승은 절대 배신하지 않지.” 조선비의 배신에 대해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분노하는 태하(오지호)에게 대길(장혁)은 말했다. 이것은 소위 ‘짐승남’의 향연으로 불리던 의 근본적인 이분법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대길은 태하의 마지막 임무를 위해 자청해서 동행하고, 소현세자의 뜻을 이어 반정을 꾀했던 조선비는 인조의 측근 좌의정 이경식(김응수)의 설득에 넘어가 과거의 동료를 붙잡아 들인다. 이 상황에서 남아 있는 갈등의 축은 이념 대 이념이 아닌, “대가리에 먹물 든 놈”(대길)과 짐승 같은 진짜 남자들의 대결이다. 물론 아직도 는 풍부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 텍스트다. “한 번 돌아선 자는 그 반대편으로 끝까지 달려가는 법”이라는 이경식의 말대로 합리적이기보다는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조선비에게서, 학생운동의 선봉에 서다 기득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된 현실의 인물들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자기합리화의 메커니즘을, 자신의 신념을 꺾으면서도 결코 신념이 꺾인 것이 아니라 믿는 그 허약함을 단순히 먹물 정치인의 근본적인 악처럼 그리고, 꾀 없이 직선으로만 내달리는 마초들의 굳건한 의리를 그에 대응하는 선처럼 묘사한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정치는 진흙탕이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연꽃까진 아니더라도 한 줄기 희망의 싹을 틔우는 것이다. 남자들끼리의 의리로 구축할 수 있는 세계는 기껏해야 “인생이란 잔치”라 말하는 짝귀(안길강)의 소규모 커뮤니티 정도다. 적어도 에게 기대했던 게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글 위근우
<추노>는 잘 쫓고 있나
는 잘 쫓고 있나" /> 3회 MBC 수 밤 9시 55분
폐암 말기 선고 하루 전, 그 남자의 인생은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방송국 사장 취임을 앞둔 상태였고, 외도를 일삼는 친구들과 달리 애교 많은 아내와 금슬도 좋았다. 곱게 시집이나 가길 바란 딸이 험한 오지를 돌아다니고, 귀여워하던 막내가 이혼녀와 결혼한 것이 속상하지만, 그래도 의사에 병원장 사위인 장남 덕에 어깨가 으쓱하다. 은 너무 잘나가서 생에 지나치게 오만했던 그 남자 영철(장용)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야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드라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그 닳고 닳은 소재의 드라마가 노희경 작품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단순한 말 한마디로 생의 가장 깊은 진리를 천진하게 드러내는 그녀의 촌철살인 미학은 이 짧은 4부작 안에서 너무도 아름답고 슬픈 빛을 발한다. 3회는 그 절정이었다. 암에 걸렸다 살아났다는 말에 찾아간 옛사랑은 재발 소식을 전하고, 아버지가 싫었던 딸은 애처럼 운다. 그러나 정말 가슴이 아픈 건 오열 장면이 아니다. 옛사랑 그녀가 하룻밤을 청한 뒤 옷을 여미며 “놀랬죠. 내가 가슴이 없어서…”라고 덤덤히 말하는 순간, 차갑던 딸이 “난 왜 이렇게 자꾸 아빠랑 어긋나는 거니…”라며 늦은 후회를 드러내는 순간, 슬픔은 산처럼 무겁게 가슴을 내리누른다. “여보, 기적은 없나봐. 그지?” 매사에 자신만만하던 남편의 힘없는 소리에, 아내가 “기적이 왜 없어. 있어! 없는데 그런 말이 괜히 왜 생겨? 있으니까 생겼지!” 버럭 소리 지를 때, 우리 역시 기적은 있다고, 그래야 한다고 기도하고야 만다. 오늘 최종회에서 그 질문에 대한 노 작가의 답이 내려질 것이다. 과연 그 오만했던 남자에게 기적은 올까.
글 김선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