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골프 회동 논란을 통해 바라 본 공인의 범위

이경규가 26일 골프라운딩을 한 것을 두고 YTN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연예인이 골프를 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일까.

지난 26일 한 매체는 방송인 이경규가 세월호 정국 속에 골프를 쳐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해 눈길을 모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경규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전남 화순의 무등산컨트리클럽에서 지인 3명과 라운딩을 했다. 이 매체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연예계에서도 애도와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경규씨의 골프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매체의 예상과는 달랐다. 해당 뉴스를 접한 네티즌은 연예인도 공인으로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인지, 이같은 분위기 속에 골프를 친 것이 지탄받을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네티즌은 그간 논란에 휩싸일 만한 연예인의 행동에 대해 유독 맹렬하게 비난했지만, 이번 만큼은 공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본래 공인은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 공무원을 이르는 표현이었지만 최근엔 연예인도 공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의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많은 연예인들이이번 참사에 기부와 봉사활동, 조문 등으로 애도를 표하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그렇다면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면서도 네티즌은 왜 이경규 보다는 해당 보도에 더 비판할까. 이는 대중이 연예인의 공인으로 인정하되, 그 특수성 또한 인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명 연예인은 대중들에게 영향이 큰 만큼 몸가짐이나 행동에 있어 조심스러워야 할 이유는 있지만, 이번 사고와 같은 국가적인 차원의 일에 있어 직접적인 책임이나 의무까지는 없다고 보는 것.

평소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했던 보수와 진보 논객도 이번엔 보도가 적절치 못했다는 뜻을 함께 했다. 특히 이경규에 대해 각각 ‘같은 사회 구성원’, ‘구조와 직접 관계없는 공인’이라고 표현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인과는 뜻을 달리했다

공인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6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경규 골프 회동 논란, 애도는 의무나 강요가 아니죠. 그저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좀 더 배려심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섭섭하다’ 내 생각엔 이 정도가 적절할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보수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경규 골프? 언론의 거짓선동이 문제지 연예인 골프가 뭐가 문젠가요”라며 “구조와 직접 관계없는 공인들 골프 갖고 시비 걸면 안 됩니다. 그럼 등산, 야구, 사이클 여가 생활 다 중단해야 하나요. 골프장과 인근 식당들 하나하나가 다 국민경제입니다”라고 게재했다.

네티즌은 골프라는 행위 자체도 잘못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골프의 목적이 불순하거나, 연예인으로서 참석한 것이 아닌한 일반적인 스포츠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연예인이 이 같은 시기에 한강에서 조깅을 하거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되느냐는 식이다.

네티즌은 “세월호랑 연관 지으려고 너무 무리하게 보도한 것 아닌가”, “골프 회동이라고 비판할 정도면 모임의 목적이라도 알려줘야하는 것 아닌가”, “이경규가 대통령이나 해경도 아닌데”, “경솔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질타 받아야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질타 받아야 할 공인들이 많은데 왜 연예인에 트집”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보도 직후 이경규의 소속사 코엔스타즈 측은 “지인과 두달 전 미리 잡은 모임이라 불참하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참석한 자리였고 논란이 일자 급히 자리를 파하고 나왔다”고 설명한 뒤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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