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여장 하면서 자존감 떨어졌다”
조권, “하고 싶어서 했을 뿐”
'여장' 앞 태도 다르지만, 목적은 같아
사진=텐아시아DB,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캡처
사진=텐아시아DB,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캡처
‘여장 남자’가 대중의 정서에 스며들고 있다. 단순히 ‘성별의 전환’이 아닌, 예술의 한 종류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부끄럽고 변태적으로 여겨졌던 행위가 아티스트와 무대를 만나니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탄생했다.

이들의 공연이 즐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첫째, 여장하되 여성의 신체를 강조하거나 희화화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타고난 끼와 재능을 갖췄다는 점. 셋째, 관객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싸이는 ‘관객들이 즐거워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여장을 시작했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는 싸이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여장’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가장 쉽지 않았던 무대에 대한 질문에 싸이는 여성 수영복에 토끼 꼬리가 달린 의상이라고 즉답했다. 그는 “저 수영복을 입을 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라며 “공연간 환복을 할 때 관객들이 깜짝 놀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영복에 서둘러 다리를 넣을 때 너무 외롭고 슬프다. 발이 안 떨어진다는 말이 와닿는다”며 “다리를 넣으면 양쪽에서 수영복을 쭉 올린다. 저러고 무대에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캡처
이밖에 싸이는 ‘여장’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는 데뷔 전 회식 자리에서 여성 가수의 노래를 커버했고, 그 일을 계기로 ‘얼굴 없는 가수’가 될 뻔한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그는 "사장님이 제 비주얼에 진노하셔서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었다"면서 "회식 자리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가 이정현 씨의 ‘와’를 유선 마이크 줄을 가랑이 사이에 껴서 불렀다. 사장님이 음악을 멈추시더니 '그거 방송 나가서 하자'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프리실라' 포스터./사진제공=설앤컴퍼니
뮤지컬 '프리실라' 포스터./사진제공=설앤컴퍼니
조권은 국내 연예계 원톱 '여장 퍼포먼스 장인'으로 불린다. 대중의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에, 과거 그를 향한 좋지 않은 시선도 따랐다. 하지만, ‘즐기는 자’이기에 가능한 그의 무대는 점차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여장 때문에 악플과 논란을 달고 살았던 그는 방송에서 직접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2017년 skyTV ‘주크버스’에 출연한 조권은 2AM의 히트곡 ‘이 노래’, ‘죽어도 못 보내’와 레이디 가가 ‘텔레폰’까지 선보이며 끼를 방출했다.

이날 탁재훈은 “여장 퍼포먼스로 인한 악플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조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여장이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다”라며 “앞으로 눈치 보지 않고 하이힐 신는 프린스가 되겠다”고 덧붙이며 당당함을 드러냈다.

여장을 통해 “자존감이 낮아졌다”던 싸이도, 당당한 조권도 궁극적인 목적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에 있다. 화려하고 짙은 화장과 높은 하이힐, 파격적인 안무 등의 색다른 퍼포먼스는 관객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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