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김태호, 이효리와 새 예능
또 유명인 카드 쓴 김태호
'이효리 원톱 예능'에만 거는 기대
김태호PD (왼쪽), 이효리 / 사진=텐아시아DB
김태호PD (왼쪽), 이효리 / 사진=텐아시아DB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분석과 비판을 전합니다.

셀럽이 아니면 안 되나 보다. 김태호 PD의 전략은 신박한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아니라 유명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태호는 1월 17일자로 MBC를 퇴사했다. 21년 만에 MBC를 떠나는 김태호는 공백 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그가 선택한 카드는 이효리. 두 사람이 만난다는 소식에 대부분은 '기대가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기대가 과연 김태호의 새 예능을 향한 것일까. 대중의 기대는 이효리의 원톱 예능에 쏠려있다. 이효리의 센스와 예능감에 대한 반가움이다. 이효리는 몇 년을 쉬었다가 복귀해도 화제성과 대중성, 파급력을 보여줬다. 그가 예능의 주인공이던 게스트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효리네민박' '일로 만난 사이'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와 환불원정대가 이효리의 가치를 증명했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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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의 주특기는 노래와 유명인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무한 도전-퀴즈의 달인'때 부터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예능의 장을 열던 그의 창의성은 빛이 바란지 오래. 날 것의 느낌이었던 '무한도전' 초장기 멤버들로만 만들어낸 회차를 제외하면 남는 건 이것뿐이었다. 그의 뮤즈가 국민MC 유재석이라 비판보다 칭찬이 컸을 뿐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온 김태호였다. 싹쓰리 활동 당시 유재석이 한 3대 기획사의 여러 선생님들이 음악활동이 가능한 본인을 만들었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김태호PD의 퇴사 뒤 처음 예능도 결국 유명인이다. 좋지만 뻔한 카드다. 출연자의 호불호를 떠나 똑같은 패턴은 제작 전부터 시청자를 지겹게 만든다. 어떤 식으로 방송을 이어나갈 지 예상이 가능하다. 어색한 만남, 갑작스러운 미션에 '뭐하는 거야?'라고 당황하는 이효리, 눈에 익은 연예인과 대세 연예인들의 출연, 그렇게 만드는 콘텐츠가 반복될 터다.

새로운 도전에 앞서 필승카드를 꺼내고 싶은 맘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대중들의 기대를 뛰어 넘는 신선함에서 웃음이 나오는 이치를 생각하면 기대감도 잃은 클리셰적 연출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앞서 김태호는 넷플릭스 데뷔작 '먹보와 털보'로 흥행에 실패했다. '먹보와 털보'는 비와 노홍철이 바이크 여행을 떠나 맛과 멋을 찾아 나서는 로드트립 버라이어티쇼. 신박하지 않은 콘텐츠에 여러 논란으로 비호감 연예인을 앞세웠으니 결과는 참패.

물론 공개된 후 '오늘 한국의 TOP 콘텐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회 게스트가 이효리였기 때문에 시선을 끌었다는 평. 화제성 역시 이효리가 게스트로 나왔던 편만 챙겼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김태호 위기설은 지난 20년 간 꾸준히 제기됐다. 김태호와 늘 비교되는 나영석 PD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김태호의 잃어버린 감'이 화두가 됐다. 나영석 역시 여행이라는 콘텐츠에 머문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신선한 인물을 발굴하며 장애물을 넘어갔다.

2006년 2월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에 출연을 시작으로 위기 때마다 꺼내 들었던 이효리 카드를 16년이 지나도 다시 내미는 모습은 김태호PD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충분치 않다.
김태호PD '무한 도전 대신 유명인', '흥행불패' 이효리면 OK?[TEN스타필드]
'먹보와 털보'의 부진. 이로 인해 다시 불거진 위기설. 21년만에 첫발을 내딛는 새로운 시도. 김태호PD 역시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유명인 카드가 식상하긴 하지만 김태호의 첫 여자 연예인 원톱 예능, 주인공이 이효리라면 기대가 된다. 음악과 뻔한 게스트가 빠져야 신박한 콘텐츠로 완성될 테지만. 식상함을 이기려면 김태호PD의 무한한 도전이 필요한 상황. 기로에 선 그는 흥행불패 이효리로 어떤 그림을 완성할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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