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유효 경쟁 사라진 지상파 3사
긴장감·기대감 없는 '연예대상'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 사진=각 소속사 제공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 사진=각 소속사 제공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분석과 비판을 전합니다.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은 권위가 사라졌다. 시상식의 묘미는 긴장과 기대, 재미와 감동이건만, '연예대상'은 누가 대상을 수상할 지 긴장이 되고 기대가 되지 않는다. 유재석과 강호동 중 누가 대상을 받느냐가 국민적 관심사였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3사 모두 적당히 흥행한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게 상을 나눠주고 장수 프로그램을 대우해주니 쫄깃함은 없어진 지 오래다. 새로운 콘텐츠에 투자한 게 없으니 결과가 나올리 만무하다. 시상식을 이어가기 위해 억지로 쥐어짜는 모습이다.

언제가부터인가 유효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볼거리 많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SBS '런닝맨'과 '미운 우리 새끼', KBS는 '1박 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는 '놀면 뭐하니?'와 '나 혼자 산다'의 독무대다.
'유재석 vs 강호동' 쫄깃함 없다…나눠먹는 '연예대상' 존재의 이유 [TEN스타필드]
초창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PD들은 방송국을 떠났다. PD는 이적했지만 프로그램은 같은 포맷으로 돌아간다. 고정 시청자가 있다는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과 발전을 꾀하지 않는다.

고인물끼리의 경쟁이니 시청자들은 쉽게 지루해진다. 케이블과 종편이 생기며 채널은 다양해졌고 리모콘도 쉽게 돌아갔다. 굳이 TV를 보지 않더라도 유튜브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 볼 수 있기에 방송에 대한 관심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더 자극적인 맛을 찾아 일부러 논란을 만들어냈다. 표정이나 상황을 교묘히 편집하는 '어그로성 프로그램'이 많아진 이유도 이 탓. '나 혼자 산다'는 기안 84의 왕따 논란을 일으키고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은 편집 순서를 바꿔 방송을 조작해 스포츠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사진=기안84의 왕따 의혹이 나왔던 회차
사진=기안84의 왕따 의혹이 나왔던 회차
'유재석 vs 강호동' 쫄깃함 없다…나눠먹는 '연예대상' 존재의 이유 [TEN스타필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김용건, 엑소 첸, 아이콘 바비, 2PM 황찬성 등 '혼전 임신' 이슈가 있던 연예인의 출연을 대놓고 요청하기도 했다. 연예인 가족과 이슈를 앞세워 돈을 벌겠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예능인들도 더이상 '연예대상'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 대상 후보에 없어도 자리를 빛냈던 유재석, 이경규는 올해 KBS '연예대상'에 참석하지 않았다. 앉아 있는 자체로 가치가 있던 시상식은 사라진 이 오래. 이들의 불참은 지상파 시상식의 추락한 권위를 보여준다.
'유재석 vs 강호동' 쫄깃함 없다…나눠먹는 '연예대상' 존재의 이유 [TEN스타필드]
쳇바퀴 돌 듯 매 해 같은 그림인데 3사가 나눠서 연예 시상식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 3사의 합의로 통합 시상식을 여는 그림이 더 신선하고 흥미롭다. 시상식의 권위는 살아나고 대상 수상자는 더 영예롭다. 시청자들은 수상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으니 기대하고 발표를 더 기다리게 될 것.

매번 같은 지적을 받고 갈수록 지상파의 위상은 떨어지고 있는데 만족하는 게 보이니 답답하다. 마른 수건을 억지로 쥐어짜 낼 때가 아니다. 추락한 권위를 회복하고 삼국시대처럼 지상파 3사의 풍요로운 예능 제작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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