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방역수칙 위반 굴하지 않는 YG
'무소불위' 마이웨이 행보ing
가수 은지원(왼쪽)과 송민호/ 사진=텐아시아DB
가수 은지원(왼쪽)과 송민호/ 사진=텐아시아DB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YG, 방역수칙 위반도 범법 아닌가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긴 연예인들의 마이웨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빠지질 않는다. YG는 방역수칙 위반으로 몇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반성의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YG 소속 가수 은지원은 지난달 제주도 소재의 카페에서 일행 5명과 함께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돼 비판의 중심에 섰다. 당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돼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 시점이었다.

이를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들 6명은 카페에서 한 시간가량 머물다 떠났고, 매니저로 추정되는 남성이 근처에서 주변을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YG는 "방역당국의 노고와 많은 분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일로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은지원은 제주 서귀포시로부터 1차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그가 머문 영업점도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은지원 일행이 옥상 영업장에서 몰래 합석한 점이 참작되면서 겨우 영업 정지 및 과태료 등의 조치는 면했다.

하지만 은지원은 용서를 구할 시간도 갖지 않고 한 달 넘게 tvN '송민호의 파일럿'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대중들은 분노한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도 없이 TV와 유튜브를 통해 은지원이 웃고 떠드는 모습과 마주해야 했다. 심지어는 '송민호의 파일럿' 종영 이후 넷플릭스 새 예능프로그램 '신세계로부터' 합류 소식을 연달아 알렸다.
'송민호의 파일럿' 은지원(왼쪽)과 송민호/ 사진=유튜브 '채널십오야' 캡처
'송민호의 파일럿' 은지원(왼쪽)과 송민호/ 사진=유튜브 '채널십오야' 캡처
최근 종영한 이 프로그램의 메인 MC 송민호도 지난해 방역수칙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소속사는 은지원과 같은 YG다. 그는 지난해 강원도 양양의 한 클럽을 방문해 자신의 노래 '아낙네'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공식적인 스케줄은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여행차 들렀다가 흥에 겨워 무대 위로 올라간 것이다. 당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치솟던 상황이라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에도 YG는 "앞으로 더욱 유념해 소속 아티스트가 개인위생 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천할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 당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뒤 열애설에 휩싸였던 YG 소속 지드래곤과 블랙핑크의 제니는 각각 한 차례씩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 은지원까지 방역수칙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앞선 YG의 사과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공수표로 퇴색됐다.

물론 방역수칙을 어긴 연예인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 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YG의 염치볼고한 행보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낸 꼴이 됐다. 최근 TV조선 '미스트롯2' 일부 출연자도 2인 이상 모여 생일파티를 했다가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도 YG의 대응 방식처럼 사과문을 올린 뒤 자연스럽게 활동을 재개했다. 대형 기획사가 기준을 마련하니 나머지도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YG는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K팝 부흥에 큰 기여를 한 회사다. 하지만 자유로운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는 만큼 지나치게 많은 사건·사고에 휘말리기도 했다. YG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는 현재까지 법정에 수시로 소환되고 있다. 이곳을 거쳐갔거나 몸 담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YG가 방역수칙 위반을 두고 그간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비하면 은근슬쩍 넘어가도 될 만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YG 소속 연예인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유난히 자주 적발된다는 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소속사가 관리 소홀을 넘어 방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아티스트 관리에 힘쓰겠다'던 약속의 진정성과 신뢰도를 잃은지 오래다. 한두 번의 잘못은 실수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탈선이 지속된다면 사과의 진정성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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