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안테나와 전속계약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던 유느님
이번에는 장밋빛 미래 맞을까
방송인 유재석(왼쪽)과 유희열/ 사진=텐아시아DB
방송인 유재석(왼쪽)과 유희열/ 사진=텐아시아DB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방송인 유재석의 이적사를 살펴보면 절로 이 말이 나온다. 새 소속사에 둥지를 튼 그는 절친한 방송인 신동엽, 송은이에 이어 가수 유희열과 손을 잡았다.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동료들을 연달아 선택하는 유재석의 소신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 MC' 유재석이 가수 유희열이 대표를 맡고 있는 안테나와 손을 잡았다. 안테나는 14일 유재석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테나가 지닌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유재석도 소속사를 통해 "오랫동안 알아온 친한 동료들과 함께하게 돼 설레고 기쁘다"고 전했다.

안테나는 유희열, 정재형, 토이, 루시드폴, 페퍼톤스, 정승환, 권진아, 샘김, 적재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소속돼 있다. 음악 외 분야의 아티스트가 합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테나는 이번 유재석의 합류와 함께 아티스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의 기획 등에 참여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음악과 예능 두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유재석이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만료가 다가왔다는 게 알려지자 엔터 업계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수십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그의 거취 이동은 '엔터계 빅딜' 그 자체다. 이적설이 퍼지자 그의 몸값을 두고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 상당'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유재석의 영입 효과를 볼 때 과장된 몸값은 아니다. 2015년 유재석의 이적설이 불거졌을 당시 FNC 주가는 크게 뛰어오른 바 있다.
방송인 유재석/ 사진=텐아시아DB
방송인 유재석/ 사진=텐아시아DB
하지만 유재석의 이적은 매번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옮기는 소속사마다 잡음이 발생했다. 과거 유재석은 신동엽이 대표로 있는 DY엔터테인먼트(이하 DY)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후 DY가 디초콜릿이엔티에프(현 스톰이앤에프)와 합병하며 나란히 디초콜릿이엔티에프 소속이 됐다. 하지만 이후 신동엽이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며 홀로 소속사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 등 DY 시절부터 함께였던 연예인들과도 모종의 갈등이 있었다.

이후 유재석이 FNC로 옮길 때는 소속 밴드 씨엔블루의 주식 부당거래 의혹에 연루됐다. 당시 씨엔블루의 이종현과 정용화가 유재석 영입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소속사 주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상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종현은 2015년 7월 15일 새벽 유재석 영입 관련 정보를 듣고 같은 날 오전 소속사 주식 1만 1000주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정용화는 "주식 취득 당시 유재석의 영입에 관한 협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주장을 인정 받아 의혹을 벗었다. 검찰이 유재석 영입 정보 생성 시점을 FNC가 보도자료를 내기 전 날인 2015년 7월 15일로 판단하면서다.

그러던 중 유재석 영입의 1등 공신이었던 송은이가 FNC를 떠나버렸다. 이에 유재석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송은이를 만나 "나를 FNC에 적극적으로 꽂아놓고 본인은 빠졌다. 사실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방송인 유재석/ 사진=텐아시아DB
방송인 유재석/ 사진=텐아시아DB
그럼에도 유재석은 다시 한 번 동료를 믿었다. 이번에는 JTBC '슈가맨'에서 호흡을 맞춘 유희열을 택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유재석은 유희열 대표와 오랫동안 쌓아온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비전에 대한 고민을 나눠왔으며, 아티스트의 재능과 개성이 중심이 되는 자유로운 안테나의 철학과 문화에 공감해 새 출발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안테나는 재능 있는 좋은 사람들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확산해 나가려는 철학과 비전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이번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안테나의 일부 지분을 인수한 것도 유재석 영입에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식 출범한 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MC로 불리는 유재석을 품은 카카오가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재석과 유희열의 동행은 어떤 미래를 맞을까. 또 한 번 동료의 손을 잡은 유재석의 소신 있는 선택이 이번에는 아름다운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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