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으로 세 번째 뮤지컬 도전
서범석의 '픽'으로 주연 합류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수식어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꼬리표를 억지로 떼려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성장을 꿰하는 이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곽동현. '김경호 모창 가수' 였다가 '팬텀싱어' 출신이었다가, 그룹 인기현상('팬팀싱어 시즌1' 준우승팀) 멤버였다. 그리고 이제는 뮤지컬 루키로 자신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배우 서범석이 연출로 참여한 퓨전 사극 뮤지컬 '창업'으로 벌써 세 번째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곽동현은 중간 합류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창업'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 건국에 이르는 역동적인 시대를 담은 퓨전 사극. 정도전과 정몽주, 이성계와 이방원 등 주요 인물이 등장해 부패한 고려왕조의 개혁을 사이에 둔 첨예한 대립을 그린다. 천장도 뚫을 것 같은 고음과 시원시원한 보컬의 곽동현은 박진감 있는 '창업'에 딱이다.

10. 뮤지컬 '창업'의 이방원 역으로 중간 합류했다. 중간에 합류한 배경은?
곽동현 :
서범석 선배님이 캐스팅 제안을 여러 번 주셨다. 처음에 제안 주셨을 땐 '팬텀 싱어' 올스타전 공연을 한창 하던 중이라 중간에 합류하는 것 자체가 공연과 배우들에게 피해가 될 것 같아 거절했었다. 올스타전 끝난 뒤에 서범석 선배님이 한 번 더 연락을 주셨는데, 쉽지 않은 이 시국에도 날 찾아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꼭 해야 할 것 같았고, '창업' 공연이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

10. 그 마음만으로 출연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직접 '창업' 공연을 봤나?
곽동현 :
처음엔 정말 순수하게 공연만 보러 갔다. 근데 공연 자체가 너무 재밌더라. 퓨전 사극이라고 해도 장르가 사극이라 거리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탄탄해서 너무 재밌었다. 그때 '창업'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10. 곽동현이 '창업' 이방원이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캐스팅 이유를 물어봤나?
곽동현 :
서범석 선배와는 뮤지컬 '위윌락유'에서 호흡을 한 번 맞췄다. 서선배 말론 내가 필(feel)을 받으면 눈이 돌아가는 게 보인다더라. 그런 눈빛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10. 석가모니의 일생을 다룬 첫 뮤지컬 '싯다르타'와 퀸의 노래로만 이뤄진 두 번째 뮤지컬 '위 윌 락유' 등과 완전히 다른 색의 공연이다. 역할에 임하는 자세도 다 다를 텐데.
곽동현 :
'싯다르타'는 부처와 관련된 이야기라 오버해서도 안되고 쳐져서도 안되기에 차분한 느낌을 쭉 유지했다. '위윌락유'는 혼자만 모난 나사 같은 느낌이다. 내 것을 찾아가는 호기심 많은 인물이라면 '창업'의 이방원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아버지를 너무 사랑하는, 효심이 지극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집중했다.

10. 곽동현이 느끼는 이방원은 어떤 역할인가.
곽동현 :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배제하고 이 극 안에선 굉장히 광기가 있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인 게 느껴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이방원의 연기가 좋다. 무대에 섰을 때 저도 모르게 감정이 드러난다. 모든 걸 하고 싶다고 해야 하나 노래나 연기, 감정을 토해내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게 좋다.

10. 퓨전 사극이라곤 하지만, 사극이라 말투나 의상이 익숙하지 않았을텐데 어땠나.
곽동현 :
사극톤을 버리라고 하셨다. 편안하게 내 목소리로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크게 힘든 부분은 없었다. 중간에 합류해서 대사를 외우는 게 조금 힘들었다. 하하. 거울을 보면서 혼잣말도 하고 노래도 하고 분노도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 중이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다. 일찍 와서 합도 맞춰주시고 선배들과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10. 마지막 공연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창업'이 끝난 후 하고 싶은게 있다면?
곽동현 :
가장 하고 싶은 건 인기현상 콘서트다. '팬텀싱어1' 출연자 중에서 우리 팀만 전국 투어를 못 했다. 멤버들과 팬들의 유일한 소원이라 꼭 하고 싶다. 활동도 끊기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 쉴 때 잠깐만 좋기 때문에 공연도 계속하고 싶다. 좋은 공연이나 의미가 있는 자리라면 언제든지 서고 싶다.

10. 코로나 시국이라 공연계가 많이 침체되어 있다. 그래도 나름 자신의 분야에서 '열일'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곽동현 :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무엇보다 사람을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이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난 정말 운이 좋다. 회사 식구들도 나를 최대한으로 끌어주시기 때문에 그 원동력으로 내가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거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10. '히든싱어' 김경호 모창 가수로 이름을 알렸다. '팬텀싱어'를 거쳐 어느덧 '김경호 모창 가수' 꼬리표를 뗐는데.
곽동현 :
일단 그 수식어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내가 그 수식어에서 벗어나려 했다기보다는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김경호 선배님도 '너만의 색깔을 만들어라'는 조언을 계속해주셨기 때문에 저만의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다.

10.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설 때 캐릭터가 달라질 것 같다.
곽동현 :
가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바라왔던 꿈이다. 그래서 희열이 있다. 숨이 차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아도 희열이 있고,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설 땐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듬어지는 포인트가 있다. 뮤지컬은 '노래, 연기 저걸 어떻게 같이 하지?'라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성장을 조금 더 느낀다.

10. 어느덧 세 번의 뮤지컬 무대에 섰다. 대리 부담감을 느낄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던 뮤지컬에 많이 익숙해졌을 것 같은데.
곽동현 :
처음 올라갔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됐다. 이 대사는 이때 뮤 조건, 노래는 이때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집중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이제는 뮤지컬에 빠져 들어 상황판단력과 센스가 생겼다. 늘 상대방의 대사를 기다리다가 바로 했는데, 이젠 오면 오는 대로 받고 주면 주는 대로 에너지를 쏟는다.

10. 곽동현의 신곡을 기다리는 팬도 있다. 새 앨범 발매 계획은 없나.
곽동현 :
아직은 없다. 내가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걸 못 하는 성격이다. 공연도 앨범도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완벽하게 하고 싶다. 그래서 새 앨범은 모든 공연이 끝난 후 나를 올인해 만들어볼 계획이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뮤지컬 배우 / 사진=텐아시아DB
10.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곽동현 :
항상 생각하는 건 딱 하나다. 감사하다. 내 팬들이 대부분 4, 50대다. 그래서 나를 아들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신다. 예전에는 반찬도 안겨주실 정도로 저를 아껴주셨는데 그런 선물을 주시면 '대체 내가 뭐라고 이렇게 해주실까'하고 감격스러웠다. 내가 아무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들 챙겨주듯 걱정하고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정말 진심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10.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곽동현 :
서른다섯이나 됐는데 어디 가서 기죽지 말고 활동 열심히 하자. 지치지 않도록 너 자신을 가꾸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웃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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