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팬 고민 상담 요청에 '불면증'까지
시간 개념 없이 DM, 장난, 금전 요구 이어져
홍석천./ 사진=인스타그램
홍석천./ 사진=인스타그램
"형도 너무 착해서 탈이야. 나도 와이프가 병이래요. 그래도 저도 많은 보람을 느낀답니다. 우리 같은 병이네요. 나도 이글 DM 보내려다 댓글담."

코미디언 김원효가 방송인 홍석천의 SNS에 남긴 위로의 댓글이다. 홍석천이 쏟아지는 팬들의 상담 요청에 괴로움을 호소하자, 김원효를 비롯한 지인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홍석천은 지난 1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매니저와 함께 출연했다. 이날 홍석천은 스케줄 이동 중에 한 팬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마치 가족을 대하듯 팬에게 진심을 다해 조언을 건넸다. 연예인이 지인이나 가족 등과 통화하듯 팬과 대화를 하는 모습 자체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에 홍석천의 매니저는 "SNS에 형에게 위로 받고 싶다는 내용의 DM이 많이 온다. 그럴때마다 형이 쓴소리도 해주고 위로도 해준다"고 밝혔다.

홍석천 또한 "혹시 한 명이라도 놓칠까 봐 SNS 알람을 끄지 않는다. 한 청소년의 부모님을 직접 만난 적도 있다. 한 명 한 명 최선을 다하려 한다. 대중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은 것에 대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화면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화면
이처럼 훈훈한 홍석천의 일상이 공개된 이후, 문제가 생겼다.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이어진 것은 물론, 다소 무리한 요구까지 늘어났다. 급기야 홍석천이 (DM으로 인해) 불면증까지 걸렸다고 호소한 것이다.

'전참시' 방송 다음날 홍석천은 자신의 SNS에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시네요. 상담해 드리는 모습 때문에 더 많이 문자가 오는데요. 바로바로 답장 못 해드려서 미안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자 분량이 너무 많아졌어요. 부탁 드리자면, 너무 늦은 밤에 보내시면 저도 잠을 못자서요. 급한거 아니면 밤 12시 이후에는 가급적 자제해주세요. 진짜 긴급한 문자를 제가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요. 장난 문자와 돈 관련된 문자는 저도 좀 힘드네요"라고 무분별한 메시지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홍석천은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제가 손 잡아줘야 할 동생들이 있어서 짧게라도 대화하는 거니까 큰 칭찬 안하셔도 되요. 응원만 살짝 해주시고 나와 다름에 대해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존재니까요"라고 진심을 전했다.

그런데도 팬들의 무분별한 상담 요청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홍석천은 지난 23일 피곤함이 역력한 모습의 사진을 올리며 "진짜 불면증 걸렸나. DM으로 상담 요청하는 분들 중에 조금 과하게 말씀하는 분들이 마음에 쓰였는데 결국 불면증이 오네요"라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석천 인스타그램
홍석천 인스타그램
또 "갑자기 문자가 폭주해서 답이 좀 늦던가, 못 읽은것도 많은데 그걸로 방송용이네 연예인이 거짓이네 욕하는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그런거 아니니 오해 말아주시고요"라며 "저도 일해야 되고 사람들도 만나야 되고 제 할일을 해야 합니다. 지인들이 시도때도 없이 답장 보내는 저를 보고 '그것도 병이다' 그러대요. 정체성 문제로 학교에서 왕따에 성폭행에 죽음을 생각하는 어린 학생들 몇몇을 살려낸 기억이 너무 보람되서 이런저런 고민들 다 답장 해드리는 편이었는데, 너무 과해지다보니 제가 좀 아파지네요. 음. 어찌해야 할까여?"라고 괴로워 했다.

홍석천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주양(류승범 분)이 "남자가 여자를 지키는 건 의무가 아닌 배려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다. 홍석천이 팬들의 메시지에 반응하는 것은, 자신이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스스로가 선택한 방법일 뿐이지 권리가 아니다. 이를 당연한 듯 여기고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홍석천은 과부하에 걸렸고, 일부 팬들의 무리한 요구까지 그를 더욱 괴롭게 했다.

홍석천 뿐만 아니라, 이같은 일을 당하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SNS를 통해 금전 요구 등을 하는 팬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스케줄이 많을 경우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태반이다. 수많은 팬들의 관심에 모두 반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을테고, 그들과 더욱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도 사람이기에 가능한 영역이 있고, 한계가 있다. 이로인해 어느 누군가는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다. 스타와 팬 사이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하다. 서로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진심을 주고 받아야,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진정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내'가 먼저 배려하겠다는 성숙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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