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영, 200:1 경쟁률 뚫고 록시 하트役 캐스팅
"오디션 당일 새벽부터 망사스타킹과 립스틱 준비"
"멋진 메시지 선택하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나조차 내 자신을 믿지 않을 때 선배들이 저를 록시 하트로 만나줬어요. '내가 록시가 맞아?'라고 의심할 때 '너는 우리의 록시야'라는 그 한 마디가 마치 꽃처럼 피어났죠. 그때부터 전 "I’m your Roxie!"를 외치며 선배들을 믿고 저의 연습량을 믿기로 했어요. 망사스타킹을 신고 빨간 립스틱을 발랐던 오디션 때부터 전 록시였어요."

2007년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눈웃음으로 가요계를 제패한 소녀가 도발적인 붉은 입술로 관객을 유혹한다.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로 돌아온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솔로가수 티파니 영이다. 뮤지컬 '시카고'는 유흥과 범죄가 넘치던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인기 여 죄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티파니 영은 정부를 살해했으면서도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 걸 록시 하트를 연기 중이다.

역대 록시 하트 중 가장 순진하고 사랑스럽다는 평을 얻고 있는 티파니 영.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티파니 영을 만나 '시카고'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눴다.

10. 뮤지컬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뮤지컬 '페임'에서 주인공 카르멘 디아즈로 데뷔했고, 10년 만에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로 돌아왔다. '페임'과 '시카고'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티파니 영 :
아주 단순하게는 (극의 배경이) 뉴욕과 시카고라는 것. (웃음) '페임'은 20대 초반에 도전했고, '시카고'는 30대에 처음으로 도전한 뮤지컬이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10년 동안 소녀시대와 솔로로 활동하는 중간에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한 상태로 '시카고'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10. 배우 민경아와 함께 200:1 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이 됐다.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티파니 영 :
운이 좋았다. 감사할 정도로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탈락해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준비를 해서 갔다. 새벽 4시부터 망사 스타킹을 신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얼굴에 점을 찍었다. 거울을 보면서 '넌 록시야'라고 주문을 외우며 오디션장에 들어갔다. 나중에 감독님들이 말해주시길 제 눈에 '난 록시예요'가 있었다고 하더라. 최고의 칭찬이었다.

10. 두 작품 사이 시간이 길었는데 가장 달라진 부분은 뭔가?
티파니 영:
퍼포머 티파니, 사람 티파니 모두 건강해진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시카고'의 록시 하트로 살려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그 에너지를 유지시키는 법도 알아야 하는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시카고'를 만났다.

10. 록시 하트로 산 지 2주가 넘었다. '시카고'에 조금 더 익숙해졌나.
티파니 영:
'시카고'는 몸이 절대 편해질 수 없는 작품 같다. 마마 모튼 역을 오래하신 (김)경선 선배님도 '안 편해져 긴장 놓치마'라고 하실 정도니까. '시카고'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은 늘 3번 이상 맞추고 들어간다. 매우 긴장감 있는 작품이다.

10. 록시 하트는 배우들마다 매력이 달라진다. 티파니 영의 록시 하트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는지 궁금하다.
티파니 영 :
이제 막 감정과 야망에 눈을 뜨게 되는 록시를 표현하려고 했다. 록시의 선택 하나하나와 그녀를 둘러싼 변화들을 선명하게 보여드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휴먼'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가수로 무대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모든 시선과 동선을 박자에 맞추는 습관이 있다.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자연스러운 록시, 리액션이 좋은 록시가 티파니의 록시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10. 걸그룹과 뮤지컬배우 모두 경험하고 있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티파니 영 :
내가 센터병이 없다. (웃음) 멤버들의 움직임이나 파트별 이동 때 늘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문제는 뮤지컬 안무 연습을 할 때도 다른 배우들의 움직임을 신경 쓴다는 거다. 동료들은 '네가 먼저 가야 우리가 가!'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줄을 맞추고 동선을 따라가고 있더라. 록시를 할 때만큼은 센터병이 생겨야할 것 같다. 하하.

10. 대중이 생각하는 록시 하트의 이미지가 있다. 섹시하면서 순수하고 철없고 허영심 넘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가 록시 하트. 티파니 영이 해석한 록시 하트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
티파니 영 :
생각이 많아도 일단 전문가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감독님께 물어보고 상의하고 디렉팅을 받고 무조건 노트에 적는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잘하려고 한다. 더 선명한 록시를 보여드리기 위한 노력이다. 기존에 생각하는 록시가 있더라도 열린 마음과 열린 눈으로 '시카고'를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록시는 이렇게 해야 하고 시카고는 이렇게 해야 돼'라고 정해둔 틀 없이 최고의 팀이 연출하고 있다.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고 '시카고'의 팬인 저도 재밌고 새롭게 다가오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믿고 봐주셨으면 한다.

10. 본인이 느끼는 티파니 영과 록시 하트의 닮은 점은?
티파니 영 :
하나에 꽂히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초집중'한다는 점. 집중을 하다가도 한 순간에 산만해지는 것도 비슷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록시도 닮은 것 같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10. 소녀시대는 성실함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티파니 영 역시 연습벌레로 유명할 만큼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시카고' 무대 서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반복하나.
티파니 영 :
아침 9시부터 오후 6, 7시까지가 본 연습 시간이다. 나는 밤 9~10시까지 연습을 더 한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대본을 펼쳐놓고 눈으로 따라가며 모든 넘버를 듣는다. 전날 꼬였던 동선이나 잘했던 부분을 생각한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선수 혹은 퍼포머로서 나의 자리, 나의 근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현장에 도착하면 혼자서 무대 스케치를 한다. 소심한 편이라 사람들이 많을 때 연습하는 건 부끄럽더라.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을 해봤는데 이미지 트레이닝-연습-공연 이 흐름을 매번 처음인 것처럼 꼼꼼하게 한다. 그리고 비욘세 음악을 엄청 듣는다. 소심하거나 연약한 역할이어도 무대에 섰을 때 에너지만큼은 발산하자는 의미로. 비욘세 에너지!

10. 그렇게까지 연습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티파니 영 :
아티스트의 숙명 아닐까. 연습은 항상 운동선수처럼 해야 한다. 연습을 해야 '내 작품, 내 음악'에 자긍심을 느낀다. 난 내 연습량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장인정신'이리고 하지 않나. 옷부터 대사, 노래, 춤 모든 걸 놓치고 싶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보여주고 싶다. 이만큼 위치로 올라왔기 때문에 덜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지금까지 무대에 서서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선물이니까.

10. 뮤지컬 연습이 소녀시대 연습생 시절보다 어렵다는 말을 했다.
티파니 영 :
'시카고'는 스토리와 뛰어난 스토리에다 디렉션(방향성)이 정확한 작품이다. '시카고'는 명확한 체크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어린 나이, 어린 감성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연습량이다. 덕분에 모든 면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가수 티파니 영 / 사진=텐아시아DB
10. 소녀시대 멤버들의 반응은?
티파니 영 :
17일에 멤버들이 보러왔는데, 장난으로 '난 록시 못해 너니까 하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또 내 꿈을 알고 있는 멤버들이라 '네가 언젠가 해낼 걸 알았지만, 시작이 되는 작품이 '시카고'라는 것에 더 뭉클하다'라고 응원해주기도 했다.

10. 록시는 야망이 있는 캐릭터다. 티파니 영의 욕심은 무엇인가?
티파니 영 :
우수한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다. 퀄리티가 단순히 좋은 것, 비싼 게 아니라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음을 신경 쓰는 정성, 단어 하나 대사 한 줄 모두 이해하려는 정성처럼. 완성이 기대되는 아티스트이자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티파니 영의 작품, 티파니 영의 음악 티파티가 선택한 뭐든 '멋진 메시지를 선택했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욕심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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