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헤이나래' 연이은 폐지
"지나친 검열" 반발에 씁쓸한 뒷맛
"'표현의 자유' 주장하려면 기본부터 지켜야"
박계옥 작가(왼쪽), 개그맨 박나래/ 사진=연합뉴스, tvN
박계옥 작가(왼쪽), 개그맨 박나래/ 사진=연합뉴스, tvN
역사 왜곡부터 성희롱 발언까지 한주간 대중들을 격분하게 만든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논란에 중심에 섰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웹예능 '헤이나래'는 거센 반발에 제작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사건 혹은 당사자를 옹호하려는 일부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공통된 변명을 내놓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SBS '조선구마사' 측은 지난 23일 중국풍 소품과 음식을 등장시킨 것에 대해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은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기이한 악령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중국에 가 구마사제 요한(달시 파켓)과 만나는 장면에서 출발했다. 요한의 통역사 마르코(서동원 분)가 기생집에서 대접을 부탁했고, 이 때 등장한 월병, 만두, 피단 등의 중국식 음식은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했다.

제작진은 논란의 장면을 두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며 "이는 극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선구마사' 문제의 장면/ 사진=SBS 캡처
'조선구마사' 문제의 장면/ 사진=SBS 캡처
이에 많은 누리꾼들은 '조선구마사'가 실제 인물을 등장시킨 점과 중국의 동북공정 행보들을 나열하며 거센 비판을 보냈다. 아무리 판타지 사극이라지만 태종 이방원이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은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여기에 집필을 맡은 박계옥 작가가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조선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논란이 가중됐다.

이후 '조선구마사' 제작지원 혹은 광고에 참여한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는 격앙된 여론에 깜짝 놀라 지원을 철회했다. 이에 제작사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고 했고 방송사는 방영 중단을 결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다수의 시청자가 분노했지만 일각에서는 "창작자의 상상력과 표현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지나친 검열"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지만 '조선구마사'가 방영 중지를 확정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헤이나래' 속 박나래/ 사진=유튜브 캡처
'헤이나래' 속 박나래/ 사진=유튜브 캡처
성희롱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개그맨 박나래를 향한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23일 공개된 '헤이나래' 2회에서 박나래는 속옷만 입은 남자 인형을 살피며 "너무 뒤가 T", "그것까지 있는줄 알았다" 등의 남성의 신체를 묘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인형의 팔을 신체 주요부위로 밀어 넣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명백한 남성 성희롱이다", "성적 수치심이 느껴진다", "박나래가 남자였으면 연예계 은퇴감"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황급히 삭제하며 "제작에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박나래가 앞선 에피소드에서도 "바지 속의 고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거센 비난에 박나래는 결국 소속사를 통해 하차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헤이나래'라는 제목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박나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제작진은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박나래는 "부적절한 영상으로 많은 분께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재밌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앞으로 어떤 방송인이 19금 콘텐츠를 하겠냐"며 "지나친 비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선 두 사건을 옹호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진 못하고 있다. "표현에는 자유가 있고, 한계를 정해둬선 안 되지만 '기본'과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사극은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선행되어야 하며, 개그맨은 건강한 웃음을 줘야 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들어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관철시키려면 기본을 먼저 지켜야 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