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웬티트웬티’ 이어 ‘인어왕자’까지
화제의 웹드라마 주인공 꿰 찬 스무살 신예
채원빈/사진=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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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빛나는 존재라지만, 존재 자체로 이렇게 빛나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

배우 채원빈은 170cm의 쭉 뻗은 키와 싱그러운 미소뿐 아니라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췄다. 많고 많은 신예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채원빈은 불과 1~2년 전까지 모델을 꿈꿨다. 그럼에도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따로 학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 준비해 연기 전공 합격 통지서를 거머 쥐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 캐릭터를 꿰뚫는 타고난 능력으로 극에서 능수능란하게 활약한다. tvN ‘화양연화’에서 주인공 지수(전소니)의 동생 지영 역을 맡으며 짧은 등장에도 눈도장을 찍더니, ‘트웬티트웬티’에서는 시원시원한 사이다 캐릭터 백예은을 맡아 몰입도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그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캐릭터답게 생각하고 움직이려 한다”는 채원빈이 채워갈 필모그라피가 기대되는 이유다.
채원빈/사진=이승현 기자
채원빈/사진=이승현 기자
10. 지난해 데뷔했는데, ‘웹드 대세’, ‘웹드 라이징스타’라는 수식어를 벌써부터 받고 있어요. 아직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평가를 해 주실 때마다 ‘캐릭터 덕분’이라는 생각을 해요. 찍으면서도 ‘이렇게 좋아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을 항상 갖게 되더라고요. ‘트웬티트웬티’에서도 예은이라는 캐릭터를 빌려 제가 사랑받는 거 같아 감사해요. 아직 제가 갖고 있는 실력이나, 강점은 모르겠어요.

10. ‘트웬티트웬티’는 웹드라마 신드롬을 일으킨 ‘에이틴’ 시리즈를 만든 제작진이 내놓은 새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어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오디션을 봤어요. 시원시원한 백예은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촬영만 4달, 리딩과 피팅까지 합하면 5~6달을 함께 했어요. 거의 반년을 ‘트웬티트웬티’를 하며 보낸거죠. 제 스무살의 전부라 끝날 땐 섭섭한 마음이 더 크더라고요.

10. 실제 예은과 본인 성격의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고요. 원래는 낯을 좀 가려요. 예은이처럼 칼 같은 면도 없고, 똑부러지는 느낌도 아니에요. 전 친구들 사이에선 개그 캐릭터거든요.(웃음)

10. ‘트웬티트웬티’에서 보여준 술버릇이 굉장히 귀엽고 웃겼어요. 예은이처럼 과격한 주사를 보일 정도로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요. 일단 코로나19 때문에도 학교를 한 번도 못 갔고요. 친구들 말로는 제가 했던 말을 또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주량도 약해요. 소주는 별로고, 과일소주가 좋던데요.(웃음)

10. 원래는 화보 모델이 꿈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집이 딸만 셋인데 엄마도 키가 170cm, 큰 언니는 180cm로 다 커요. 지금은 영어 선생님인 큰 언니는 모델 일을 하기도 했고요. 언니 덕분에 자연스럽게 모델이라는 일을 알게 된 거 같아요. 처음 모델이라는 직업을 알게된 건 쇼 모델이었는데,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런웨이를 하는 것도 멋있지만, 콘셉트에 따라 메이크업과 헤어를 바꾸고 표정 연기를 하는 화보 모델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한림예고 모델과에 진학했고요.
채원빈/사진=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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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언니가 그만둔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요? 가족들은 제가 하고 싶다는 일에 대해선 무조건 지지해 줬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괜찮다고요. 힘든 점도 있지만 감수해야 하고, 힘들 땐 도와주겠다는 말도 해줬어요. 큰 언니는 본인이 모델 오디션을 준비할 때 알던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고요. 대신 모든 건 가족과 함께해야 해요. 자취 로망이 있는데 ‘그건 걱정되서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10. 모델을 준비하다가 왜 연기자로 꿈을 바꾸게 됐나요? 고3때 전향했어요. 이전에도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걸 좋아했고, 갈수록 화보 모델이라는 일의 경계가 모호해지더라고요. 요즘은 배우, 아이돌도 패션 화보를 많이 찍는 추세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게 됐어요.

10. 이름이 원빈이에요. 전설적인 외모를 자랑했던 원빈이라는 배우를 아시나요? 원빈의 마지막 작품 ‘아저씨’에 함께 출연한 김새론보다 어리더라고요. 알고는 있어요.(웃음) 원래 언니들 이름은 외자인데, 저만 채원빈,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태몽으로 호랑이, 말이 나와서 아들인 줄 알고 준비해주신 이름이래요. 으뜸 원(元), 빛날 빈(彬)이라는 뜻으로요.

10. 모델, 연기 외에 아이돌은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학교 축제 때 연예 기획사 관계자 분들이 오셔서 명함을 주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춤도, 노래도 별로라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죠. 지금 회사는 작년 1월에 ‘너에게 반했음’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소속사 관계자분이 버스에서 방송을 보고 연락을 했더라고요. 제 교복을 보고 학교로 연락을 주셔서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됐어요.

10. 연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어떨 때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던가요? 아직은 모든 게 다 재밌어요. 오디션을 보는 것도, 촬영장에 가는 것도 다 신나요. 무엇보다 칭찬받을 때 기분이 좋죠. ‘대사 한마디 던졌는데, 시선이 간다’는 말이 특히 좋았는데, 어릴 땐 제 목소리가 낮아서 컴플렉스였거든요. 판소리 하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생인데, ‘담배피냐’는 말도 듣고.(웃음) 친구들과 전화도 오래 못했고, 말을 한다는 게 부담이었어요. 연기를 시작하니 제 목소리가 장점이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극복하게 된 거 같아요.
채원빈/사진=이승현 기자
채원빈/사진=이승현 기자
10. ‘화양연화’, ‘트웬티트웬티’, ‘날아라개천용’, ‘런보이런’까지 2020년 쉼없이 달려왔는데요. 지나고 보니 아쉬운 마음이 큰 데 꿈꾸던 로망을 이룬 시간이라 좋았어요. 무엇보다 현장이 좋았죠. 일을 하니 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과 그걸 극복했을 때의 즐거움이 있어요. 앞으로 목표는 올해 안에 한 작품이라도 더 들어가는 거예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요? 사이코나 소시오패스 같은 연기도 하고 싶고, ‘또 오해영’, ‘멜로가 체질’ 같은 멜로물도 해보고 싶어요. 속내를 모르는 캐릭터도 재밌어 보이고, 감정을 막 쏘아 붙이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10. 스무살인데, 연애나 남자친구에 대한 로망은 없나요? 연애를 해봐야 연기를 잘한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요. 지금은 작품하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워요. 남자친구가 생기더라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성숙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상형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에요. 생각하는 방향성이 잘 맞았으면 해요.

10. 이번에 들어가는 ‘인어왕자 더 비기닝’에서는 어떤 채원빈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연기할 조아라는 연애 포기자 체대 입시생이에요. ‘트웬티트웬티’ 백예은과 걸크러시 부분은 닮았는데, 더 귀엽고 잔망스러워서 같은 결 다른 매력을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체력이 필요해서 요즘 따로 운동도 하고 있어요. 달리기, 요가 등 몸을 쓸 수 있을 때 쓰고 늘려 놓아야 나중에 문제가 없을 거 같더라고요.

김소연 기자 kims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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