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 의정부고 졸업사진 비판
"블랙 페이스 불쾌"
의정부고 측 "인종차별 의도 없어"
샘 오취리, 과거 방송에서 동양인 비하 논란
방송인 샘 오취리 / 사진=텐아시아DB
방송인 샘 오취리 / 사진=텐아시아DB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한 가운데, 과거 그 역시 한 방송에서 동양인 비하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샘 오취리는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은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이다. 해당 학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졸업생들이 유명인이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는 문화가 생겼다.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분장에 네티즌들은 호응을 보내왔다. 샘 오취리가 공개한 사진에는 5명의 학생들이 얼굴을 어두운 색으로 칠하고 관을 들고 있다. 해당 학생들은 가나의 한 장례식 영상을 패러디한 것인데, 가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축제처럼 경쾌한 분위기로 장례를 치른다.
샘 오취리가 지적한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앨범 촬영 현장 /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가 지적한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앨범 촬영 현장 /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는 "웃기지 않다. 우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또한 "문화를 따라하는 건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되냐.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은 흑인 비하적 요소가 담겼다고 생각한다.

샘 오취리는 영문으로도 글을 이어나갔다. 그는 "사람들은 왜 블랙 페이스(black face)가 매우 불쾌하고 전혀 웃기지 않다는 걸 모를까. 한국에서는 얼굴을 검게 칠하면 웃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에 많다. 절대 그렇지 않고 나는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서 사람들이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것은 한국에서 멈춰야만 한다. 이런 무지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샘 오취리는 2017년 홍현희의 흑인 분장에도 불쾌함을 표한 바 있다. 당시 홍현희가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흑인 추장으로 분장하며 얼굴과 몸을 검게 칠하고 나왔다. 이에 샘 오취리는 "TV 보면서 이런 장면 나오면 마음이 아프고 짜증난다. 앞으로 방송에서 이런 모습들 안 나왔으면 좋겠다. 모든 인종에 대한 비하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샘 해밍턴 역시 "도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 언제까지 할 거냐. 인종을 그렇게 놀리는 게 웃기냐. 예전에 개그방송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정상회담' 샘 오취리 / 사진=JTBC 방송 캡처
'비정상회담' 샘 오취리 / 사진=JTBC 방송 캡처
이처럼 샘 오취리는 인종차별적 행동을 지적하고 문화의 상대성을 강조했지만, 2015년 JTBC '비정상회담'에서 그 역시 동양인 비하적인 행동을 한 바 있다. 당시 방송은 각 나라의 특이한 대회를 소개했다. 벨기에 대표로 나온 줄리안이 "안면 근육을 최대한 이용해 최대한 못생긴 얼굴을 만드는 대회가 있다"며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다른 출연진은 얼굴만을 이용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샘 오취리는 손으로 눈을 찢는 행동을 했다. 이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당시 샘 오취리 역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나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한 샘 오취리의 앞뒤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의정부고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은 유튜브 영상을 패러디한 것일 뿐,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잘 몰라서 저지른 학생들의 행동을 꼬집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에는 너그럽고 타인의 행동에는 엄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모순된 태도이다. 샘 오취리의 이 같은 모습이 일부 네티즌들은 위선적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샘 오취리의 과거 이러한 행동이 단순히 '무지'에서 왔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그가 인종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꾸준히 밝히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평소 한국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 '대한가나인'으로도 불리는 샘 오취리. 이번 발언 역시 한국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비판적 행동은 옳지만 그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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