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활용한 '홍새로이'
래퍼 마미손, '소년점프' 개사에 항의
김서형, 이미지 무단 사용 중단 촉구
제 21대 총선 시기를 맞아 열띤 홍보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출마하는 후보들이 대중문화 저작물을 무단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국회의원 후보들의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새로이' 캐릭터 /SNS 갈무리
'홍새로이' 캐릭터 /SNS 갈무리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이자 동명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조광진 작가는 7일 자신의 SNS에 "'이태원 클라쓰'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띠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대구 수성을 선거구에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 후보를 향한 것이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5일부터 자신의 SNS에 '홍새로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홍새로이'는 지난달 21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캐릭터를 자신의 성과 결합한 단어다.

배우 박서준이 출연한 '이태원 클라쓰'의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6.5%, 수도권 18.3%에 달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홍준표 후보는 SNS에 "정의로움, 자수성가, 타협하지 않는 뚝심, 이렇게 닮았는데 홍새로이일 수밖에"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태원 클라쓰' 원작자가 ‘홍새로이’에 대해 직접 거부감을 나타냈고, 웹툰이 연재된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역시 홍준표 후보 측과 박새로이 활용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현재 홍 후보의 SNS에는 '홍새로이' 캐릭터 관련 게시물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마미손 /텐아시아 DB
마미손 /텐아시아 DB
래퍼 마미손 역시 자신의 저작물과 이미지를 도용당했다고 밝혔다. 오준석 민중당 서울 동대문구 갑 후보는 마미손이 2018년 발표한 ‘소년점프’를 무단 활용했다. ‘소년점프’ 가사 중 “악당들아 기다려라.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아.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소년점프 소년점프” 등을 개사해 선거 현수막을 만들거나 SNS에 사진을 올린 것이다.

이에 마미손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세임사이드컴퍼니는 8일 "마미손은 어떠한 정당의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동의 없이 아티스트의 어떠한 이미지와 저작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실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결국 오 후보는 8일 자신의 SNS에 "법리자문을 통해 패러디 저작물의 이용 가능성에 대해 확인을 받았으나, 매니지먼트사와 협의하는 차원까지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모든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선거 참가 독려하는 펭수 /유튜브 갈무리
선거 참가 독려하는 펭수 /유튜브 갈무리
섭외 1순위로 떠오른 스타 캐릭터 ‘펭수’도 이미지 무단 사용에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부산 남구갑의 한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펭수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했고, 강원 원주갑의 한 후보는 지난 2일 펭수와 꼭 닮은 인형 탈을 유세에 활용해 논란을 빚었다. 모두 EBS에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한 것이다. 펭수 관련 저작권을 보유한 EBS 측은 "펭수가 특정 후보 및 정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에 쓰이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펭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참여 독려 모델로만 활동하고 있다.
배우 김서형 /텐아시아 DB
배우 김서형 /텐아시아 DB
또한 지난 4일에는 배우 김서형이 정당 홍보에 자신의 초상권이 무단 도용됐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서형이 출연했던 JTBC ‘SKY캐슬’ 속 모습이 특정 정당의 홍보물에 무단 사용된 것이 문제였다. 김서형의 소속사 마디픽쳐스는 “당사의 동의 없이는 배우의 어떠한 이미지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초상권 무단 도용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배우 김서형은 어떠한 정당의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총선이 다가오면 당과 후보는 인지도를 제고하고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잘 알려진 대중문화 저작물을 활용하곤 한다. 그러나 법을 준수하고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 후보들이 저작권 관련 문제로 매번 논란을 빚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건 명백한 위법 행위다. 각 후보는 득표 활동 외에도 저작권에 대한 개념 정립과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과거에도 선거 시즌이 오면 저작권 침해 사례가 자주 나왔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한 후보는 홍보 포스터에 배우 김태희의 사진과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아기상어'를 선거송으로 사용한 당이 제작자의 항의를 받았으며,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는 곰돌이 푸 등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용한 당이 무단사용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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