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담가 타테카와 시라쿠
일본의 만담가 타테카와 시라쿠
1일 아베 신조 총리가 코로나19의 대책으로 모든 가구에 '면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밝히자 일본 방송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방역 마스크도 아닌 면 마스크를 사람 수에 상관없이 1가구당 2개 주겠다는 계획에 '만우절 농담이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일본의 TBS 예능프로그램 '굿럭!'의 MC로 활동 중인 만담가 타테카와 시라쿠는 2일 방송된 코로나19 특집에서 아베 총리의 면 마스크 2장 지급 계획에 대해 "모두 만우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말 콩트네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그는 "왜냐하면 1인당 10만엔, 1가구 20만엔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육권(고기권)이나 어권(어류권)도 좋다고 생각하던 차에 '중대 발표입니다. 마스크 2장'이라니"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서 "일본 전역에 배부하려면 배송비만으로도 버겁다"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은) B29 폭격기가 날아왔는데 죽창으로 싸우자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방송에 함께 출연한 탤런트 고바야시 마야는 마스크 배송뿐만 아니라 일일이 택배 포장하는 것도 문제라며 "만약 그 돈이 있다면 (마스크) 증산으로 돌리고, 우리가 (직접)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나눠준다면 고령자분이나 지병이 있는 분에게 우선 전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방송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TV아사히 계열에서 방송하는 '굿!모닝'의 츠보이 나오키 아나운서는 일본 정부의 마스크 지급 계획에 대해 "미안하지만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했다"고 멘트했다.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정부 대책을 가리켜 '만우절 농담'이라고 말할 만큼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쿄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1일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고 도쿄 봉쇄설이 나오는 등 비상이 걸렸다. 2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712명)를 포함해 3207명으로 늘었다.

방송국도 적극 코로나19 대응에 나서면서 예정된 방송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TBS의 경우 방송 예정이었던 '한자와 나오키', 'MIU404' 등 드라마의 방송 연기를 발표했다. 아울러 4일 생방송 예정이던 특별 프로그램 '올스타 감사제 2020'도 연기했다. 니혼TV는 1일부터 도쿄 시오도메의 본사 빌딩 출입을 통제했다. 당분간은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에 직결되는 업무 등을 제외하면 출입할 수 없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오후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선 확산 속도가 완만한 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편 시스템을 통해 전국 모든 가구에 재사용이 가능한 면 마스크 2장씩을 도쿄 등 감염자가 많이 나오는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배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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