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가 발표한 ‘Be my baby’는 비욘세의 ‘Single Ladies’의 안무가 존테가 만든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안무를 중심으로 흑백처리 된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 역시 비욘세의 ‘Single Ladies’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안무가로부터 나온 작품인 만큼 분명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Single Ladies’와 ‘Be my baby’는 안무가 전달하고자하는 노래의 메시지나 감정, 강조하고자 하는 캐릭터 등이 각자 다르다. 원더걸스의 ‘Be my baby’와 비욘세의 ‘Single Ladies’는 각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탐구해보자.

비욘세 ‘Single Ladies’

비욘세가 그동안 화려한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다면, ‘Single Ladies’는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간 안무다. 특히 손동작을 포인트로 두고 모두가 따라할 수 있는 안무를 만들었는데, ‘Put a ring on it’에서 손을 펴고 반지를 가리키는 안무를 기본 동작으로 한다. ‘오오오’에서 손을 앞 뒤로 뒤집거나, 오른손과 왼손을 교차하면서 손바닥을 뒤집는 동작 등 가사를 기반으로 한 안무는 여러 가지로 응용된다. 또한 후렴구에서 변형된 손동작이 반복되는 모습은 누구나 쉽게 포인트를 이해하고 따라할 만하다. 원 테이크로 안무만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말하자면 보급형 교본인 셈이다. 실제로 비욘세는 콘서트에서 관객과 같이 춤추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때 ‘Single Ladies’를 선곡한다. 이렇게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은 원더걸스의 ‘Be my baby’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유연하면서도 파워풀하게 동작을 소화하는 비욘세의 표현력은 여전히 돋보인다. 손동작을 제외하면 여전히 골반의 움직임은 화려하고, 몸의 곡선을 극대화한 동작도 많다. ‘If you like it then’에서 골반을 이용한 안무를 하다가 한쪽 다리를 뻗는 동작의 건강미도 여전하다. 하여 여전히 비욘세는 대중과 호흡하는 순간에도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아우라를 잃지 않는다. 박자마다 손과 다리를 곧게 뻗는 ‘Single Ladies’의 동작으로부터 ‘Be my baby’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Single Ladies’의 파워풀한 안무는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을 드러내고, 반면에 상체의 유연함이 돋보이는 ‘Be my baby’는 사랑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이렇듯 한 안무가라 할지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나 소구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안무가 달라진다.

원더걸스의 ‘Be my baby’

‘Be my baby’는 모든 박자를 안무로 채운 곡이다. 같은 안무로 한 소절을 넘기지 않을 만큼 매 박자마다 손과 팔의 움직임을 바꾼다. ‘Be my baby’의 포인트 안무 또한 기억하기 쉬운 손동작에서부터 시작하는데, ‘Please Be my baby’에서 손바닥을 모아 어깨로 가져가는 동작이 기본이다.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어’ 부분에서 양쪽 어깨 위를 번갈아가며 박수를 치는 동작 등 기본 안무와 비슷한 응용 동작들이 등장한다. 이는 ‘Single ladies’를 대중적인 안무로 만들기 위해 안무가 존테가 썼던 공식과도 같다. 후크를 조금씩 변주하는 후크송처럼 인상적이되 간결한 동작을 변주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다. 중독성 있는 안무를 선호하는 대중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진다.

또한 개인 파트마다 멤버들의 개성을 살린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혜림의 파트에서는 주로 얼굴 부근에 손동작이 머물고, 예은의 파트인 ‘my baby’에서는 손을 배 쪽에서 둥글게 돌리는 동작으로 사랑스러움을 강조한다. 반면 ‘Waiting’부분에서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바디 라인이 드러나도록 한 소희, 선예의 파트에서는 주로 여성스러움이 드러난다. 여기엔 Miss A나 원더걸스의 안무에서 몸을 곧게 뻗는 동작으로 여성성을 강조했던 프로듀서 박진영의 색깔이 많이 묻어있다. 그렇기에 ‘Be my baby’는 ‘Single Ladies’의 안무가 존테의 것인 동시에 JYP의 것이기도 하다. 즉 ‘Be my baby’에서의 존테와의 협업은 JYP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방법으로 대중성을 더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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