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링크(Missing Link), 진화의 과정 중에 거쳐 갔어야 했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은 생물 종. MBC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마루 역할을 맡았던 배우 남궁민을 보며 입에도 잘 붙지 않는 생물학 용어가 문득 떠올랐다. 복수심에 불타오르던 ‘다크마루’의 순간에도 두렵다기보다는 안쓰러울 정도로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갔던 마루 자체도 전례를 보기 드문 “보통의 드라마 캐릭터 같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남궁민 역시 어디선가 불현듯 등장한 느낌이다. 물론 2002년 SBS <대박가족>으로 데뷔한 이후 어느새 연기 생활 9년째에 접어든 배우이고, 적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남겼지만 작품과 작품 사이를 잇는 남궁민이라는 어떤 단일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당장 겨우 1년 전 작품이었던 KBS <부자의 탄생>이 있지만, 그 사이의 공백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내 마음이 들리니>까지의 시간은 미싱링크로 남아 있다.

“직업으로서의 연기자로서 일을 잘해서 존경받고 싶지, 남궁민 개인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아요. 사적인 걸로 유명세를 타고 싶지도 않고요.” 그 흔한 미니홈피와 트위터도 하지 않는, 말주변이 없어 쇼 프로그램 나가는 것에는 자신이 없는 이 배우는 그래서 <비열한 거리>의 민호로, MBC <어느 멋진 날>의 강동하로, 그리고 마루로 기억될 뿐, ‘연예인’ 남궁민의 얼굴을 남기지 않는다. 단지 민호의 이중적 웃음에서 마루의 다층적인 자아를, 추운석(<부자의 탄생>)의 도시적 감수성에서 마루의 차가운 표정을 떠올리며 배우 남궁민의 진화 과정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골라준, 그의 취향에 맞는 잔잔한 노래들은 개인 남궁민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단서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다음의 플레이리스트는 작지만 뚜렷한, 미싱링크를 대체할 연결고리들이다.




1. 더 원(The One), 태연의 <별처럼 (Single)>
“요즘에 제일 많이 듣는 곡”이라며 남궁민이 추천한 첫 번째 곡은 더 원과 태연이 함께 부른 ‘별처럼’이다. “노래를 항상 휴대전화에 넣어서 다니는데 바쁘니까 다 듣지는 못하고 임의재생해서 듣거든요. 그러다 이 노래를 들었는데 굉장히 감성적이라 누구 노래인지 찾아봤어요. 마침 이 노래를 들을 때가 제가 사랑하는 게 잘 안 이뤄졌을 때라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이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도 우리(황정음)를 사랑하는데 잘 안 이뤄졌잖아요. ‘You`re my everything to me’ 이런 가사 좋아요.” ‘별처럼’은 소녀시대의 태연과 그의 보컬 선생님이었던 더 원의 사제 듀엣으로 화제를 모았던 곡으로 ‘그대 안의 블루’, ‘기적’ 등 과거의 좋은 남녀 듀엣곡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새로운 색채를 만들어낸다.



2. 소울스타(Soul Star)의 <1집 First Album Soulstar>
그의 두 번째 추천 곡은 소울스타의 1집에 수록된 ‘바보’다. “목소리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발성에 대해 고민이 많고 더 알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뮤지컬 선생님께 발성을 배웠고, 그분을 만나러 갈 때마다 목을 풀려고 부른 곡이에요. 차 안에서 노래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 왠지 저도 그만큼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물론 제 키에 맞는 곡인지 어떤지는 잘 몰라요. 그걸 분간할 능력이 있으면 제가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거겠죠. (웃음) 다만 연기 잘하는 사람을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2퍼센트가 있는 것처럼 이 노래도 그런 2퍼센트가 있어서 좋아하고 따라 불렀던 거 같아요. 사실 이분들이 어떻게 생기셨는지도 모르지만 너무 좋아해요.”



3. Jason Mraz의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
‘그의 플레이리스트’ 코너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뮤지션을 꼽으라면 역시 제이슨 므라즈일 것이다. 남궁민의 유일한 팝 넘버 추천 역시 제이슨 므라즈의 대표곡 ‘I`m Yours’다. “<슈퍼스타 K2>에서 김지수 씨가 오디션 볼 때 불렀던 노래인데 그냥 사랑 노래인가보다 짐작만 하고 해석은 안 해봤어요. 당시 김지수 씨가 ‘초콜릿 드라이브’도 부르시고, 좀 남들 안 부르는 곡을 부르셨잖아요. 그런 모습이 인상 깊어서 이 곡도 기억에 더 남는 거 같아요.” 역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MBC <위대한 탄생>의 조형우도 ‘I`m Yours’를 부르며 합격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기타 반주를 하는 보컬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곡이다. 귀에는 편안하게 들리는 멜로디지만 정작 그 리듬감을 살리기란 쉽지 않은 넘버.



4. 김재석의 <내 마음이 들리니 OST Part 2>
당연한 추천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네 번째 추천 곡은 최근 출연작인 <내 마음이 들리니>의 OST에서 골랐다. “‘그대만이 들려요’라는 OST가 있거든요. 마루의 테마는 아닌 거 같아요. 우리랑 동주(김재원) 만났을 때 많이 깔리고, 저 나올 때 가끔 깔리는데, 이번에 마루 연기를 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노래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래서 눈물 안 나올 땐 이 노래를 들었어요. 사실 전반부에는 우리랑 손바닥 키스도 하고 그러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멜로가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마루 마음속에는 항상 봉우리라는 아이가 있었나 봐요. 노래를 들으면 많이 생각나는 거 같아요.” ‘그대 마음을 난 들을 수 없어’나 ‘내 눈 보고 말해줘’ 같은 가사에서 마루보다는 동주가 연상되는 게 사실이지만 동주와 우리를 보는 마루야말로 ‘내게 안겨서 내 품 가득히 울어도 된다고’라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5. 포맨(4Men)의 < Baby Baby+4MEN >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까 다 잔잔하네요. 이번 <내 마음이 들리니> 촬영을 하며 이런 노래들을 많이 들었어요. 봉마루라는 캐릭터를 위해서는 마음 차분해지는 사랑 노래가 좋았어요. 엄마에게 배신당하고 ‘우리’를 좋아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던, 겉으로 울부짖으면서도 속으로 내재된 슬픔이 있는 캐릭터라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차분한 멜로디의 곡 위주로 추천한 그의 마지막 플레이리스트는 포맨의 ‘Baby Baby’다. “한동안 아침에 깨고서 일어날 때까지 틀어놨던 곡이에요. 좀 바빴던 시기였거든요.” 포맨 특유의 소울 스타일 발라드로 전반부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는 정말 아침을 함께 맞으면 좋을 맑고 서정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이렇게 매 회 감정 신이 3번 이상 들어간 캐릭터를 연기한 건 처음이에요. 순금(윤여정), 영규(정보석), 동주, 현숙(이혜영) 등 인물을 대할 때마다 돌아가며 감정이 깊어지고 폭발하고. 그런 아이를 겪고 나니 뭔가 남는 게 있는 거 같아요. 그게 뿌듯해요.”

앞서 미싱링크 이야기를 했지만, <비열한 거리>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증명하고, <뷰티풀 선데이>로 주연까지 맡았던 그에게 군 복무는 원치 않게 견뎌야 했던 실질적인 단절의 시간이었다. 연기적으로 “쫙 풀렸던 몸”은 다시 굳었고, 복귀작인 <부자의 탄생>에서는 원하는 백 퍼센트를 발휘하지 못했다. 때문에 마루의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품는 건, 제법 마음고생이기도 했지만 냉각되어 있던 배우의 몸과 마음을 예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월요일에 촬영을 나가 일요일에 들어오는 고된 스케줄을 이제 막 끝냈으면서도 빨리 새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본인을 위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반가운 소식인 건 그래서다. 오직 작품만으로 증명될 남궁민의 연기적 진화를 어서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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