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버러버
1. 사이버 부농
2.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영단어 bicycle은 ‘바이시클’로 읽는다. cycle은 ‘사이클’로 읽는다. big는 ‘빅’으로 읽는다. 그럼 cyber는? 2000년 경, 라디오 생방송 중이던 김흥국도 PD가 영어로 적어놓은 제목에 잠시 움찔했다. 그리고 말했다. “터보의 ‘씨버러버’ 듣고 가시죠” 그 날 이후 터보의 5집 앨범 < E-Mail My Heart >의 타이틀곡 제목이자, 컴퓨터 통신망 안에 존재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연인관계를 뜻하는 ‘사이버 러버’는 ‘우클라 대학(UCLA)’, ‘털 미(Tell me)’와 함께 김흥국의 전설적 어록 중 하나인 ‘씨버러버’로 재탄생했다.



씨버러버는 PC 통신이 활성화 된 90년대 후반부터 각종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 채팅방을 중심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로맨스가 모두 영화 <접속>처럼 훈훈한 것만은 아니다. 제한된 정보로 인해 상대에 대해 오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성격, 취향, 외모는 물론 나이와 성별까지도 속일 수 있는 온라인 소통의 특성상 씨버러버가 현실과 맞닿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이클럽, 하늘사랑, 버디버디의 흥망성쇠를 지나 최근에는 스마트폰 메신저나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이 외로운 이들을 위한 제 2의 씨버러버 중흥기를 이끌고 있는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온라인에서 완벽한 천생연분이라 느껴지는 상대라 해도 서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만을 재료삼아 가상의 공간에 쌓아올린 애정은 사소한 거짓이나 한 조각의 현실에 맥없이 스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달콤하지만 덧없는 씨버러버 관계에만 안주하고 싶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다. 비록 채팅으로 알게 된 애교 넘치는 소녀와 씨버러버의 새싹을 틔우다 만나 상대가 초등학생임을 알고 점심 먹여 돌려보낸 중3 소년이나, 게임 길드에서 여성 캐릭터로 활동하던 중 귀여운 여고생과 언니 동생 사이로 친해졌으나 결국 자신이 ‘오빠’임을 밝혀야 했던 청년의 웃픈 사연은 현실의 차가운 벽을 느끼게 하지만 원래 아프니까 청춘이고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나면?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지.

용례 [用例]



* 씨버러버 청춘 멘토의 조언
<20대, Say를 날려봐>



* 씨버러버 중독자를 위한 셀프 힐링 비법
바탕화면에 모니터 남친/여친 사진을 깔면 됩니다. 유승호나 태연 같은. 참 쉽죠?



* <응답하라 2000>, 씨버러버 탈출 넘버원
불여우: 설 대딩 9980여^^
엘뤼아르: 우리 벙개나 할까여. 강남역 4번 출구 OK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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