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 그 어떤 분야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이 명제는 공평하게 적용된다.흔히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가 기획력과 마케팅, 시장 성적 등에서 앞서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몇몇 기획사들은 조금씩 생기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텐아시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중소기획사들을 꼼꼼하게 점검하기로 한이유도 그 때문이다.지금껏 이들이 보여준 행보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작성하고, 강점과 약점, 의도하진 않았으나 의외의 성과를 거둔 지점들을 분석한 후냉철한 평가와 조언을 함께 곁들였다. 이른바, 큐브엔터테인먼트부터 DSP까지 총 열두 곳의 회사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중소기획사 평가서다.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3대 대형기획사를 더욱더바짝 긴장시킬 회사는 과연 어디일지, 이 내용을 바탕삼아 각자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좋겠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③ TOP, DSP, 플레디스, 로엔
티오피 미디어
소속 아티스트: 틴탑, 백퍼센트



종합평가: 티오피 미디어의 처음과 끝은 틴탑의 군무다. 무대 바깥에서 얼굴을 알리는 게 익숙한 아이돌 세계에서 티오피 미디어는 ‘박수’, ‘Supa luv’부터 ‘나랑 사귈래?’까지 꾸준히 틴탑의 무대에만 집중한 결과 ‘틴탑 하면 군무’라는 공식을 완성해냈다. 하지만 종종 등장한 나쁜 남자 스타일의 가사와 미국 10대를 연상시키는 어색한 스타일링은 강렬한 군무 속에서도 순애보를 어필한 틴탑의 매력과 동떨어졌다. 지난해 내놓은 보이그룹 백퍼센트로 영역을 넓히지 못하는 것 또한 큰 고민거리다. 티오피 미디어의 집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왔다.

신의 한 수: 대중적인 멜로디에 섹시한 군무까지 잡은 틴탑의 ‘To You’ 활동. 도입부 ‘우~~’처럼 휘파람을 연상시키는 멜로디는 용감한 형제 곡답게 쉽게 귀에 꽂혔다. 여기에 의자 위에서 몸을 쓸어내리는 웨이브나 무심한 듯 어깨를 터는 안무까지 섹시하게 결합됐으니 귀와 눈 모두 호강할 수밖에 없었다.

의외의 한 수: 막내 창조의 정변. 선글라스 쓸 때만 해도 누가 지금의 창조를 예상했을까. 팀 내 장신은 물론 날렵한 턱 선과 복근까지 자랑하는 남자가 됐으니 스스로 잘 자라준 좋은 예다.

사장님의 실수: 수컷남자는 아직 무리임을 알려준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 가사와 ‘나랑 사귈래?’ 스타일링. 나쁜 남자처럼 ‘딴소리 하지’말고 ‘내가 하잔 대로’(‘향수 뿌리지마’)하라고 끌기엔 다들 착한 아이 같고, 민소매를 소화하기엔(‘나랑 사귈래?’) 모성애를 자극할 만큼 연약해 보였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③ TOP, DSP, 플레디스, 로엔
DSP 미디어

소속 아티스트: 카라, 레인보우, 에이젝스



종합평가: 노래는 뜰 수 있지만 그 이후는 복불복이다. 이는 가수들을 성장시킬 회사의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카라의 ‘Rock U’, ‘Pretty Girl’과 레인보우의 ‘A’, ‘마하’처럼 DSP 미디어 특유의 대중적인 노래는 충분한 호응을 얻었지만, 그 후 레인보우는 그룹과 멤버 개성을 알리지 못한 반면카라는 예능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피나는 노력과 선물처럼늘어난 일본활동으로 인기를 이어가게 된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데뷔부터 부진했던 에이젝스도 기다리고 있는 만큼 기획의 한 방이 시급한 건 분명해 보인다.

신의 한 수: 카라의 강지영, 구하라 영입과‘Rock U’ 활동. 상큼한 멤버에, 상큼한 스윗튠의 곡 ‘Rock U’로 카라는 1집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통통 뛰며 ‘Shake it Shake it’을 외치다 ‘꺄호’ 소리를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이 상큼함은 유희열을 비롯한 숱한 남성들을 흔들었다.

의외의 한 수: 일본 인기 개그맨 게키단 히토리의 카라 홍보. 카라가 일본 활동을 하기도 전, 자신이 TV에 출연할 때마다 카라를 찬양한 게키단 히토리는 도쿄 돔 공연까지 이어진 일본 내 카라 대성공의 1대 주주라 할 수 있다.

사장님의 실수: 상승세 타던 레인보우의 작곡가 변경. ‘A’, ‘마하’ 등 대중에게 그룹 색깔을 각인시키던 시점에 기존 작곡가 스윗튠 대신 새 작곡가를 기용한 건 성급했다. ‘그게 흔하니 (love) 사랑이 흔하니 (love)’처럼 한 구절만 들어도 따라 부르게 되는 히트곡은 흔하지 않은데 말이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③ TOP, DSP, 플레디스, 로엔
플레디스
소속 아티스트: 애프터스쿨, 손담비, 가희, 뉴이스트, 헬로비너스, 세븐틴

종합평가: 늘씬하고 섹시한 여성들의 시원한 퍼포먼스. 플레디스는 이러한 초기 기획을 바탕으로 입학과 졸업을 활용하고 유닛 활동을 체계화시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의자에서 긴 다리를 뽐내는 손담비의 ‘미쳤어’, 8명의 멤버들이 제복 입고 북을 치는 군단 퍼포먼스는 보는 것만으로 압도될 만큼 강했다. 하지만 철저히 기획한 애프터스쿨 RED, BLUE 대신 오렌지캬라멜이 대성공을 거두고 뉴이스트, 헬로비너스처럼 늘어난 식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건 기획의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할 때임을 뜻한다. 초기처럼 영리한 기획으로 말이다.
신의 한 수: 유치한데 매력 있고 귀여운데 섹시한 오렌지캬라멜 결성. ‘아잉♡’이 제목이고 마법사 옷을 입고 ‘터치가 널 부르게’라고 노래한 이들이 정규 1집을 냈다. 그렇게 본 그룹보다 화려한 이슈메이커가 되고 대중음악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지만 그들은 앞으로 더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 같은 존재다.
의외의 한 수: 손담비의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업신’ 모음. 무대 위 손담비의 표정은 정말 남을 업신여기는 듯해 그 자체로 웃음을 선사했고 강할 것만 같은 그녀에 대한 선입견도 희석시켰다.

사장님의 실수: 가희 졸업 후 한 방이 없는 애프터스쿨 신곡. ‘Flashback’은 애프터스쿨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가희의 부재를 덮을 만큼의 강력한 퍼포먼스도, 새로운 애프터스쿨 이미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가희가 다시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③ TOP, DSP, 플레디스, 로엔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아이유, 가인, 써니힐, 피에스타, 지아

종합평가: 자유롭게 동시에 철저하게. 음원사이트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이민수 작곡가 등 내부 프로듀싱 팀을 통해 기획을 철저히 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윤상, 윤종신, 이적 등 실력파 뮤지션을 유연하게 기용하기도 한다. ‘좋은 날’을 비롯한 아이유의 앨범부터 가인의 ‘피어나’ 등은그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 다만 아이유와 같은 새 바람을 일으킨 후 한동안 잠잠한 게 현실이다. 새로운 가능성은 여러 가지이지만 무엇보다 써니힐이나 피에스타 같은 걸그룹의 콘셉트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게 로엔의 과제 중 하나다.
신의 한 수: 모든 삼촌과 오빠들을 웃게 한 아이유 ‘좋은 날’의 가사와 3단 고음. 김이나 작사가의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에 이은 이민수 작곡가의 3단 고음은 오늘 날의 아이유를 있게 한 마법과도 같았다.
의외의 한 수: MBC <우리 결혼했어요>로 상승한 가인의 호감도. 털털하다가도 애교 많은 가인의 모습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닌 가인 개인을 주목하게 했다. 최근 발표된 두 번째 솔로 앨범까지 계속되는 가인의 솔로 활동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장님의 실수: 여러 삼촌들 두 번 울린 아이유와 은혁 사진에 대한 해명. 은혁의 병문안 때문에 사진이 찍혔다는 회사의 말은 신빙성이 높아 보이지 않아 전국의 삼촌들을 더욱 들끓게 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더 영리한 위기대처방법은 없었는지 여전히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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