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씨의 진심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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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SBS 에서 무더운 여름철 몸보신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가격에서도 칼로리에서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육우 요리를 소개해주더군요. 처음에는 교양 프로그램들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빼놓지 않는 맛집 소개려니 하고 무심히 보고 있었는데요. 갈비가 수북이 얹혀 있는 7000원 짜리 갈비탕 그릇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하더라고요. 아마 다른 때 같았으면 당장 검색에 나섰지 싶어요. 그리고 마침 주말이기도 하니 필경 식구들을 부추겨 갈비탕을 먹으러 나섰을 겁니다.

사실 채식주의에 대한 시선이 곱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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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리포터가 육우 농장을 직접 방문하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같은 홀스타인종이되 우유를 생산하는 암소와 달리 수소는 순전히 식용으로 길러지더군요. 그것도 연한 육질을 위해 통상 20~23개월 사이에는 반드시 출하를 해야 한다고요. 태어나서 채 2년도 살 수 없다니, 이건 뭐 집에서 기르는 금붕어나 거북이만도 못한 신세지 뭐에요. 인간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영화 에 나왔던 소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당분간 소고기는 먹지 못할 것 같네요.

사실 저는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에 대해 거부감이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채식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을 보면 사람은 사람이고 동물은 동물이지 웬 유난들을 떠나 싶기도 했죠. 고기를 그다지 즐기지도, 특히나 보신탕은 입에 대 본 적도 없지만 식용으로 기른 동물을 먹는 게 무에 그리 대수라고 저 난리들일까 했던 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제 생각을 바꿔놓은 말 한 마디가 있습니다. SBS 에서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효리 씨의 답이었는데요.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고기 수요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동물들은 더 고통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굶주린 아이들을 먹일 수 있는 곡물들이 가축 사료로 쓰인다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죠? 물론 지금껏 신문이나 방송에서 숱하게 보고 들어온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까닭일까요. 그날 이효리 씨의 말은 마치 수년간 친구로 막역하게 지내던 동창생 녀석이 어느 날 불현듯 아스라한 이성의 감정으로 다가오듯 제 머리와 가슴을 강타하더군요. 남의 일이려니 하고 흘려보냈던 얘기들이 거짓말처럼 하나하나 제 속으로 스며들어온 거예요.

되도록 가죽 가방을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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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나아가 온스타일 을 통해 사람만이 아닌 세상 만물이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죠. 밍크 껍질 벗기는 잔인무도한 장면을 보고도 여전히 모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제가 가죽으로, 모피로 쓰이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고요. 내가 얼마나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나 편하자고 다른 누군가를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 차근차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죽 가방을 되도록 들지 않게 된 게 두 달 남짓이네요. 모범이 되어야 마땅할 나이 지긋한 아줌마가 오히려 젊은 처자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 것이 민망한 일이긴 해도 배움에 나이 고하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이효리 씨를 팔로우하고 있지 않지만 거의 실시간 기사로 이효리 씨의 얘기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의 기사를 본 사람들은 이효리 씨가 SNS를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시죠? 그런 반응들에 마음 쓰실 것 없어요. 진심은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가장 큰 무기이고 이효리 씨는 진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그들도 언젠가는 저처럼 귀를 기울이게 될 거예요. 육식을 비난할 필요도, 채식주의자임을 내세울 필요도 없지만 동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옳다는 것을 깨우쳐준, 그리고 저를 변화시켜준 이효리 씨와 여러 프로그램들에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효리 씨의 진심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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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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