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소모품? 왜 스마트폰 새로 사면 애지중지 하잖아요. 그러다가 트렌드 지나면 다시 새 것으로 교체하고요. 연예인에게도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하는 소모품이란 바로 그런 의미에요.”
– 김광수,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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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관: 과거 그룹 소방차의 멤버였던 제작자. 김광수와 함께 KBS 의 무용팀 ‘짝꿍’ 1기 멤버였다. 김광수는 대학 시절부터 허슬 댄스팀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제대 후 선배 매니저의 권유로 1985년부터 인순이의 로드 매니저로 활동했다. 처음부터 제작자가 아니라 스타를 꿈꾸다 제작자가 된 셈. 또한 그는 사업 수완을 동두천에서 혼자 술집 일곱 곳을 운영하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한 드라마타이즈 ‘살다가’가 거친 남성의 세계와 복고적인 신파를 강조하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놀기도 잘 놀던 남자가 매니지먼트에 뛰어들었다. 문자 그대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는 제작자의 등장.

김민우: 귀엽기까지 했던 외모, 정장을 입고 노래하는 귀공자 같은 이미지, 그리고 애절한 발라드로 1990년대 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김광수가 제작한 가수. 또는 조성모의 프로토타입. 때론 수줍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은 소녀들의 모습을 자극했고, 여기에 당시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등을 통해 발라드 붐을 이끈 하광훈이 작곡한 ‘사랑일 뿐야’, 당시로써는 과감할 만큼 전주에 신디사이저를 부각시킨 윤상의 편곡이 인상적인 ‘입영열차 안에서’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김광수는 윤상, 노영심 등의 앨범도 제작하는 등 젊고, 트렌디하고, ‘음악적’인 제작자 중 한 명이었다. 특히 ‘입영열차 안에서’는 김민우가 실제로 입대하면서 노래를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이슈를 통해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이후 김광수의 대표적인 매니지먼트 기법이 된다.

황신혜: 김광수가 매니지먼트 했던 배우. 김광수는 황신혜부터 황정음까지 수많은 배우를 매니지먼트했다. 그가 제작한 뮤직비디오에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고, 드라마와 영화 제작까지 나서게 된 이유. 자신이 매니지먼트하는 스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이벤트화시켜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분명히 앞선 시도였다. 그러나, 김광수는 황신혜에게 엽서투표로 결정되는 영화제의 인기스타상을 주기 위해 돈 1000만 원 이상을 들여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해 투표했고, 김민우는 훗날 ‘입영열차 안에서’를 발표할 당시 입대가 “실제로 입대를 해 인기를 극대화 시키자”는 소속사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뜻을 반영하는 대신 자신의 뜻이 대중의 뜻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제작자. 그가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다.

구본승: 김광수가 매니지먼트한 배우. 김광수는 1995년 당시 PD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2002년에는 공금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첫 번째 사건 당시 김광수는 3년여 동안 활동을 못하다 구본승, 이의정 등을 매니지먼트하며 연예계에 복귀했다. 특히 구본승은 MBC측에 당시 활동을 할 수 없던 김광수와 함께 일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김광수가 매니지먼트를 재개할 길을 열었다. 본인에게는 고난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김광수는 이런 일들도 “몇만 원이 없어서 후배 매니저 지하셋방에서 함께 살았다”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풀어낸다. 다른 사람이라면 얼버무릴 일도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답하고, 자신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며, 고난이 있을 때는 정면돌파한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과 별개로, 말 그대로 연예계의 풍운아.

조성모: 김광수가 자신에게 “제 2의 인생을 열어준 스타”라고 말한 가수. “그만 하라고 해도 하나만 더하겠다”며 계속 조관우 모창을 하는 조성모를 보고 “큰 놈 되겠다”고 생각했다. 훗날 조성모에게 “너는 나를 가끔 생각하니? 난 너를 매일 생각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제작자로서 김광수의 능력은 조성모 때 가히 최고였다. 가수를 활동시키지 않는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에 이병헌과 김하늘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To heaven’을 결합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 시켰고, 액션과 멜로가 결합된 스케일 큰 뮤직비디오로 뮤직비디오 자체를 이벤트로 만들었다. 또한 조성모는 얌전한 발라드 가수이면서도 KBS 에서 높이뛰기 신기록을 세워 반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케이블 음악채널과 예능 등 당시 변화 중이던 미디어의 특성을 정확하게 판단한 결과. 여기에 ‘가시나무’ 등이 수록된 리메이크 앨범으로 가요 리메이크의 유행을 이끌었다. 음악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미디어의 속성과 가요계의 흐름을 꿰뚫던 제작자가 최고의 상품을 내놓은 순간.

서태지: 조성모가 ‘아시나요’로 컴백할 당시 솔로로 컴백한 뮤지션. 김광수는 서태지가 MBC 에서 사전 녹화를 하는 것이 특혜라며 조성모의 출연을 거부했다. 라이벌에 대한 제작자의 기싸움일 수도 있었지만 사전 녹화는 가수의 음악 방송 완성도를 높인다는 명분이 뚜렷했고, 서태지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엔 이룬 것이 너무 많았다. 김광수의 보이콧은 조성모에 대한 반감으로 돌아왔다. 또한 ‘가시나무’의 뮤직비디오는 철학적인 원곡의 가사에 조폭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붙였고, 이어진 뮤직비디오들도 폭력과 신파적인 멜로를 반복했다. 조성모는 ‘조매실’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은 음료 CF까지 찍으며 이미지를 망쳤고, 훗날 “앨범의 CD 자켓도 미리 보지 못했다”고 밝히며 자신이 아무것도 뜻대로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작자가 콘텐츠가 아닌 영향력과 언론플레이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성모는 김광수와 재계약하지 않고 떠났다.

이미연: 김광수가 제작한 컴필레이션 앨범 의 표지모델이자 KBS 의 주인공. 조성모가 부른 ‘다음 사람에게는’을 이미연이 출연한 뮤직비디오에 붙여 에 포함시켰다. 덕분에 는 여러 장의 CD 4장에 1만 8천 원짜리 컴필레이션 앨범이지만 새 앨범 같은 느낌을 주며 150만 세트 이상이 판매됐다. 의 OST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 음악, 스타 매니지먼트를 한꺼번에 결합한 김광수의 역량에 영화 < 공동경비구역 JSA >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나오는 것을 듣고 재빨리 에 수록할 만큼 유행에 민감한 특유의 감이 제대로 발휘된 셈. 하지만 는 “가요계의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4개월전 발표된 노래까지 수록하는 바람에 가요시장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김광수는 를 두 달 만에 촬영을 마쳤다며 “기존 영화제작 방식에는 낭비요소가 너무 많다. 어제랑 노출이 다르다고 해서 오늘 촬영 접고, 배우는 기껏해야 하루에 한두 신 찍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콘텐츠를 흥행시키는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콘텐츠의 내용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2000년대 이후의 김광수다.

SG워너비: 조성모처럼 데뷔 당시 뮤직비디오+신비주의 조합을 보여준 팀. SG워너비는 “감을 믿는다”는 김광수의 2000년대의 ‘감’을 보여줬다. 사운드는 브라운아이즈 이후 유행한 미디엄템포와 진한 창법을 가미하되, 멜로디는 복고적인 발라드 멜로디로 폭넓은 세대를 겨냥한다. 또한 디너쇼까지 열면서 여전히 음반을 구매하는 기성세대를 공략,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효리는 김광수의 소속사로 이적한 뒤 포스터부터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에 출연했고, SG워너비에 어울릴 것 같은 OST에 수록된 ‘그녀를 사랑하지 마’를 불렀다. 스타-영상-음악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사업모델을 가능케 하는 능력은 대단하지만 정작 그 내용물은 점점 트렌드를 차용할 뿐 트렌드의 본질과는 멀어졌고, 완성도는 ‘To heaven’ 시절의 뮤직비디오에서 머물렀으며, 정서는 더 신파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효리는 ‘유 고 걸’을 발표할 당시 김광수가 다른 곡을 타이틀로 선정하려 하자 ‘감’ 한상자를 선물했다.

송승헌: 김광수가 매니지먼트한 배우. 병역비리 후 입대했음에도 제대 후 김광수가 군 생활을 추억하는 전시회를 열어 비난을 받았다. 또한 송승헌 주연의 MBC 과 권상우-김희선의 MBC 는 한류 시장의 수출 성과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정작 신파적인 멜로 드라마와 조폭이 등장하는 스토리는 오히려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사업상의 트렌드는 따르되 콘텐츠의 트렌드는 점점 대중과 멀어진 셈. 매번 1000억, 30억 등 대규모의 성공을 예약한 듯 액수부터 제시하는 언론플레이 역시 미디어의 변화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신문과 TV가 미디어의 전부이던 시절 필요한 정보를 언론에 최대한 노출시키면 대중이 콘텐츠를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스타와 대중이 직접 대화를 하는 시대, 무엇보다 콘텐츠의 재미가 중요한 시대에 여전히 규모, 성장, 영향력을 강조하는 그의 홍보 방식은 지극히 과장돼 보인다. 티아라의 곡을 홍보하며 “1등 하면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는 여전히 성과를 포인트로 삼는 그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분명히 주류 안에 있다. 하지만, 어딘가 ‘옛날 사람’ 같다.

티아라: 김광수가 제작한 그룹. 시대의 트렌드인 걸그룹이고, 신인으로는 파격적으로 MBC 의 ‘라디오 스타’를 통해 데뷔했으며, 그날 김광수는 전화통화로 “네 글자 걸그룹(소녀시대, 원더걸스)을 앞서겠다”며 화끈한 홍보 거리를 던졌다. 또한 티아라는 ‘보핍보핍’에서 이른바 ‘후크송’을, ‘롤리폴리’에서 영화 를 연상시키는 복고 콘셉트를, ‘크라이크라이’에서는 차승원이 출연한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를, ‘러비더비’에서는 셔플댄스를 선보였다. 김광수가 할 수 있는 것, 해왔던 것을 티아라에서 모두 집약시킨 셈. 하지만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과거만큼 화제가 되지 않고, 노래-뮤지컬-드라마-예능-행사를 반복하는 수익구조는 멤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힘들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할 정도다. 2012년에도 여전히 개인의 ‘감’을 중요시하고, 매체를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그의 방식은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한다. 그러나, 그만큼 소속 연예인들은 쉴 새 없이 활동해야 하고, 일관된 비전과 콘셉트가 없는 탓에 소속 가수들은 명확한 이미지를 잡기 어렵다. 티아라가 ‘보핍보핍’과 ‘롤리폴리’ 등 뚜렷한 히트곡과 ‘Yayaya’ 같은 실패가 엇갈리고, 티아라-남녀공학-파이브돌스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며 결국 티아라만 부각된 상황은 제작자로서 김광수의 문제를 보여준다. 2012년에, 그는 여전히 조성모를 히트시키던 시절처럼 움직인다. 여전히 영향력 있는 기획자이지만 그가 이수만-양현석-박진영처럼 시장을 이끌 수는 없는 이유.

강기태: MBC 의 주인공. 우여곡절 끝에 1970-80년대 연예계의 실력자로 자리 잡는 캐릭터다. 제작자로서 김광수의 이력은 마치 강기태를 연상시킨다. 한국에서 연예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던 시절 개인의 기지로 놀라운 성공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문자 그대로 연예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여줬다. 성공을 위해 헤쳐온 지난 인생사는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드라마틱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여전히 가수들의 인터뷰까지 직접 챙길 만큼 제작하는 콘텐츠를 일일이 관리하고, 콘텐츠의 완성도 보다는 투자대 효율성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종종한다. 누구도 영원히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고, 매번 엄청난 기획으로 성공할 수 없다. 다만 시스템을 갖춘 조직은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다. 김광수는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매니저’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이나 콘텐츠에 담길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인’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건 어쩌면 순간의 유행을 중요시하고, 연예인을 대중이 쓰고 바꾸는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의 한계는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그 자체는 대단한 능력이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티아라를 위한 대규모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제작자로서의 철학이다. 대중이 원하는 트렌드를 따르다 사라진 많은 잘 나가는 매니저와 위대한 경영자의 차이는 거기서 갈린다.

Who is next
김광수가 제작한 티아라의 ‘크라이 크라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차승원과 SBS 에 출연한 김영애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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