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1951년에 태어났다.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욕심 많고, 여전히 연기한다. 그리고 이 배우는 지금부터 아름답고, 지금부터 더 욕심내고, 지금부터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연기할 것이다.
김영애
김영애
명성황후: 김영애가 데뷔 후 5번 연기한 배역. 김영애는 1970년대 드라마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이후 1990년대까지 50여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을 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 김영애는 당시 은행원 생활을 1년 하다 배우가 된 것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부산에서 살다 서울에 잠시 들렀다 사촌 언니가 탤런트 시험 원서를 가져와서 시험을 보게 됐다고. 그 전까지는 배우가 월급 받고 직장 다니듯 방송국을 다니는 줄 알았고, “영화는 학생들이 볼 게 아니다”라는 아버지의 생각 때문에 학창시절 “딱 한 편”만 봤다. 그래서 성격은 “선머슴” 같았지만 아버지에게 빨리 벗어나고 싶어 장래희망을 현모양처라고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가세가 기울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냥 (부산에) 내려가면 남부끄러우니까 어떻게든 버텨야”겠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연기했다.

김수현: 김영애가 출연한 1978년 드라마 을 집필한 작가. 1999년 리메이크작에서 유호정이 연기한 배역을 맡았다. 출연 당시 김영애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결국 그 아내에게 피소당해 19일 동안 구치소에 있기도 했다. 그 후 그 남자와 결혼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따가웠고, 김영애는 신경쇠약증에 걸린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어야 했다. 그 때 연기는 김영애에게 “나를 내려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사람을 불편해하는 성격이지만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무서운 게 없다”고 할 만큼 연기에 매달렸다. MBC 에 출연할 당시에는 “어떤 역이든 처음 맡으면 욕심이 앞선다. 그러나 곧 두려워진다. 조그만 실수도 용서될 수 없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현: SBS 에서 김영애의 아들로 나온 배우. 김영애는 “딱 두 회 나갔다”며 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방영 후 김영애는 여느 배역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 주인공인 아들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짧은 방영분량 안에서 단지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담아낸 것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살을 앞두고 사상범의 아내로서, 그리고 연좌죄로 인해 아들마저 육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지켜본 인생을 담아낸 아련하고 아득한 표정은 전체를 감싸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40대를 맞아 “마흔쯤 되면 보다 근사하게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모양으로 주저앉아있다는 자책감”을 느끼며 우울증에 걸릴 만큼 힘들었던 배우가 결국 연기로 해답을 찾은 셈. 이후 김영애는 중년의 나이에도 ‘누구 어머니’가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배역을 연기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든다.

이원종: KBS 의 상대역. 남편을 잃고 자식을 씩씩하게 키워 나가는 김영애를 오랜 시간동안 짝사랑해온 역할로 출연했다. 당시 50대를 넘긴 배우가 200회 이상 방영된 시트콤에서 주인공이자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영애는 1999년 SBS 에서도 암에 걸린 채 어머니이자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을 이끌어가기도 했다. “소품으로 쓰이는 엄마는 안하고 싶”었고, 그래서 암에 걸린 연기를 할 때는 얼굴이 진짜로 붓고, 가슴 위로 모세혈관이 다 터질 만큼 배역에 몰입한 배우가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김영애는 “연기를 할때는 극중 인물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지만 되돌아보면 연기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등장인물에 덧씌워 나만의 등장인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의 연기를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를 마친 후 잠정적으로 활동 중단에 들어간다. 그 이유 중에는 ‘김영애 남편’으로 불리길 싫어했던 재혼한 남편의 반대도 있었다. 배우의 일생. 또는 여자의 일생.

하지원: K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연기를 중단한 이후 병원에 입원할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김영애는 보다 못한 남편이 의 대본을 가져오면서 이 작품에 출연했다. 의 윤선주 작가가 “여자와 스승의 느낌을 다 가진 배우”라던 김영애는 모든 순간 긴장감을 유지한다 해도 좋을 만큼 뜨겁고 팽팽하게 백무를 연기했고, 스승과 제자인 동시에 서로에게 애증의 존재이자 예술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인 백무와 황진이의 이야기는 전체를 이끌어갔다. 를 본 아들이 “(백무가) 엄마하고 제일 닮았다”고 할 만큼 연기를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김영애의 삶이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아들이 한창 클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어머니이면서도 “가장 배우를 하기 적합하게 타고 났”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에서 몰입해서 해냈을 때,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배우가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예술의 길.

이영돈: KBS 연출자. 이 프로그램은 김영애가 경영하던 회사에서 만든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김영애의 황토팩은 이후 식품의약안정청에서 적합판정을 받았고, 법원은 KBS에 김영애의 회사에 3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방송 전까지 김영애의 회사는 3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올렸다. 함께 회사를 경영했던 남편도 김영애가 황토집을 지으려고 컨설팅을 받으려고 만난 인연으로 결혼까지 이르렀고, 그 좋아하던 연기에 “마음이 가지 않을 만큼” 사업에 뛰어다녔다. 하지만 중금속 검출 논란 이후 김영애는 사업을 접었고, 남편과는 여러 일들이 겹쳐 이혼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쯤 “살다보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생이 나아가기도 한다”는 말은 사업을 접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셈. 김영애는 다시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낸다.

최강희: 김영애가 “나를 지옥에서 끌어올려준 작품”이라던 에 자신의 딸로 출연한 배우. 최강희와 연기하고, 대화하면서 다시 연기를 할 자신감을 얻었다고. 사업을 접은 뒤 한 때 “약 먹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또 약을 먹었”을 정도로 자포자기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김영애는 최진실의 자살 소식을 듣고 “나도 저런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찾기 시작했고, 애자에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억센 성격의 수의사를 연기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김영애는 자신의 고향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여성을 연기하며 “면도날로 헤집은 상처 위에 딱지를 얹게” 됐다. “50년 동안 늘 일이 먼저”이기에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지만, 연기가 ”내가 사는 이유”이자 “유일하게 내가 나를 편안하게 내려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며 “정말 죽기살기로”한다는 배우는 결국 다시 일을 한다.

염정아: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순악질여사 같은 배역도 한 번 해보고 싶”다던 김영애는 로 순악질여사를 질식시켜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냉혈의 재벌 회장 공순호를 연기했다. 김영애는 며느리에게 “저거 치워”라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우리 회사 직원이 70명이었는데 공순호는 7만 명이구나 생각”하며 공순호를 연기했다. 김영애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에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공순호를 어떤 상황이든 특유의 톤을 유지한 채 눈빛의 변화와 어디서도 굽히지 않는 꼿꼿한 몸가짐으로 표현하며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그건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자이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잃어버린 남편과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독특한 위치의 캐릭터였다. 김영애는 사업을 하며 “머물지 않고 계속 갈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온실 안에만 있다 사업을 하니까 엄동설한에 비바람 맞으며” 세상을 알게 됐으며, “사업을 통해 얻은 경제적 여유로 작품을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한바탕 잘 놀 수 있는 마당”이던 에서 바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연기에 합일하게 됐다.

김수현: MBC 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김영애는 조선시대 가상의 왕이 되는 이훤의 할머니를 연기한다. 처럼 작품의 전면에 나서는 역할은 아니다. 그러나 김영애는 자신의 방에서 앉아 이훤의 운명을 뒤틀어 놓으면서 작품 전체에 크고 거대한 그림자의 역할을 한다. 김영애는 공순호보다도 더 격식을 차려야하는 왕족을 연기하면서 표정에 좀처럼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는 감정에 따라 끝의 어조가 조금씩 달라지고, 표정은 동공을 크게 열어놓은 듯한 눈을 중심으로 단 한 순간도 위축되거나 느슨한 법이 없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드러난다. 예순이 넘어도 누구의 그림자가 아니라 그 자신이 ‘해’가 되길 바라는 여성의 욕망. 올해 만 예순 하나의 김영애는 남자 배우 중 이순재가 그러한 것처럼, 노년의 나이에도 작품 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의 대왕대비가 옳지 않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여성은 옳고 그름 이전에 돌아보지 않고 달려갈 곳이 필요하다. 그리고 김영애는 “등산을 하다가도 모르는 길이 나오면 꼭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가보고 그 길이 막다른 길이라고 해도 손해란 생각은 안”하고, “아줌마이기 때문에 배가 나온다든지 펑퍼짐하게 있는 건 내 자신에게 용납이 안”되며, “70세가 되어도 여자의 느낌이 남아있을 것”같다고 말한다. 이 여자는, 지금 생의 한가운데에 있다.

Who is next
김영애와 에 출연 중인 안내상과 MBC 에 출연중인 강승윤과 같은 소속사인 세븐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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