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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동체의 러브 코미디 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일본테레비는 12월 9일 저녁 7시 스페셜 드라마로 타카하시 루미코의 동명만화 의 실사판 드라마를 방영한다고 발표했다. 는 찬물을 뒤집어쓰면 여자가 되는 격투가 집안의 아들 란마와 그의 약혼녀 왈가닥 여고생 아카네를 중심으로 액션,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가 뒤섞인 작품. 1987년부터 1996년까지 만화 잡지 에 연재된 만화로, 이후 38권의 단행본이 발행돼 총 5300만부가 넘게 팔렸다. 1989년에는 후지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방영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다수의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시대, 장르, 성별을 초월해 8, 90년대를 풍미했던 작품이다.

만화의 활기까지 담아야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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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드라마는 2시간짜리 일회성 단막극으로 편성되었지만, 일본테레비는 시청률과 방영 후 반응을 본 뒤 정규 시리즈 제작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는 결혼을 앞두고 벌어진 대 혼란 속에서 우정과 사랑, 갈등과 화해가 서로 치고 받는다. 찰떡처럼 어우러진 판타지와 유머, 그리고 로맨스와 드라마까지. 일본드라마가 가장 잘 하는 종목 중 하나이지만 줄거리도, 캐릭터도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만화 같은 이 작품은 그래서 드라마 제작소식과 함께 원작의 활기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믹시, 아메바 등 일본의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일찌감치 가상 캐스팅 목록이 나돌았고, 38권에 이르는 이야기를 2시간짜리 드라마가 어떻게 압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인기 원작을 등에 업고 시작하는 드라마의 운명적인 짐이지만 의 가장 커다란 벽도 역시 원작과의 거리감 조절이다. 각본을 맡은 드라마 < Rookies >, 의 이즈미 요시히로는 “원작에 최대한 충실할 것”이라 밝혔다.

드라마는 수련 도중 연못 주전향에 빠져 찬물과의 악연을 시작하게 되는 란마 부자가 결혼을 약속한 아카네 부녀와 만나는 에피소드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아카네 역에는 드라마 , 과 영화 , 등에 출연한 아라가키 유이가 캐스팅되었다. 찬물을 맞기 전 남자 란마는 드라마 , < Q10 >의 카쿠 겐토가, 맞은 후 여자로 변신하는 란마는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 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인 나츠나가 맡았다. 찬물을 맞으면 판다로 변하는 란마의 부친 겐마 역에는 넉살 좋은 아저씨 후루타 아라타가, 아카네와 여자로 변한 란마 사이에서 사랑의 망상에 빠지는 검도부 주장 타테와키는 에이타의 친동생 나카야마 켄토가 맡았으며, 아카네의 아버지 소운은 코믹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나마세 카츠히사가 연기한다. 만족할 만한 캐스팅이다. 일본테레비의 니시무라 료가 연출을 맡고, 요시카와 케이는 음악을, 걸그룹 9Nine이 주제가를 부른다. 일본의 연예포털사이트 피아는 “로 일본테레비가 ‘후지TV의 노다메 시리즈’를 꿈꾸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90년대 초식남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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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드라마화는 1990년대 대두됐던 ‘선데이 파 취향’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당대 소년만화의 1인자는 , 등을 히트시킨 로, 이 만화 잡지는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연간 500만부에 가까운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반면 1955년 창간한 은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소녀만화의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미즈사와 메구미의 , 오바나 미호의 등이 에 연재된 만화다. 하지만 는 당시까지의 소년 만화와도, 소녀 만화와도 다른 종류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우정과 승패를 주요 테마로 한 소년 만화에 러브 코미디의 요소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었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와 , 아다치 미츠루의 등이 그 예다. 일명 ‘선데이 파’라 불리는 이 작품들은 그때까지 이분되었던 소년/소녀 만화의 경계를 부수며 새로운 장르의 소녀 만화, 새로운 유형의 소년 만화를 만들었다. 소년 만화의 단순한 우정에 보다 섬세한 인간관계가 덧칠됐고, 소녀 만화의 가벼운 로맨스를 큰 스케일의 액션 신으로 무장했다. 이때부터 소녀만화를 읽는 남성 독자가 늘어났고, 이들을 두고 여성성을 가미한 남성이란 뜻의 ‘사오토메’란 말도 생겨났다. 은 ‘선데이 파’ 만화의 대표작이다. 지금의 초식남과 같았던 1990년대 사오토메의 등장. 이들의 감성이 2011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드라마 은 20 여 년 전 사오토메의 재림이기도 하다.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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