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다 히카루의 트위터는 팔로워가 20만 명을 넘는다. 그녀는 최근 할머니의 부고를 비롯해 레코드 회사와의 트러블, 지난밤의 술자리 에피소드 등 자신의 근황을 트위터로 공유한다. 우타다 히카루가 어제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 오늘 무슨 일로 짜증을 느꼈는지 팬들은 그녀의 맨션을 보며 따라간다. 그녀는 트위터용 아티스트다. 반면 아오이 유우는 팬이 엿볼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는 배우다. 작품 출연을 제외하면 TV 출연도 좀처럼 하지 않아 정보에 목마른 팬 입장에선 불만이지만 그녀는 잡지용 아티스트다. 영화나 드라마가 시작될 무렵 게재되는 의례적인 인터뷰 기사는 물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각종 기획과 화보가 거의 일 년 12개월 잡지에 실린다. 아오이 유우의 팬들은 아이폰 대신 서점 문을 열어야 한다.

아오이 유우의 빙수 기행이 인기다. 월간 건축잡지 < Casa BRUTUS >가 2009년 12월호부터 시작한 ‘아오이 유우의 춘하추동, 빙수’는 아오이 유우가 도쿄 곳곳의 빙수를 찾아 먹으며 남긴 감상으로 채워진 코너다. 빙수의 계절 여름은 물론 봄, 가을, 겨울에도 빙수가 생각날 때면 찾아가 맛볼 수 있는 빙수들이 그녀의 미식으로 엄선돼 소개된다. 페이지 하단 1/3 정도의 분량이지만 이 코너는 아오이 유우가 소개하는 도쿄의 빙수집이라는 기획만으로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7월호에 소개된 시모키타자와의 ‘일본차와 빙수’는 아오이 유우의 추천 이후 인기 가게가 됐다. 소박한 일본식 도기에 가득 담겨 나오는 호지차 빙수는 이 집의 추천메뉴이며, 아오이 유우는 여기서 직접 얼음을 갈기도 했다.

배우와 독자만 아는 비밀, 연재물



일본에는 트위터로 활발하게 소통을 하는 스타들도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의 멋으로 팬을 만나는 스타도 존재한다.
잡지를 펴야 보이는 배우들이 있다. 아오이 유우, 미야자키 아오이, 카가와 테루유키, 카타기리 하이리 등은 TV나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았던 일면을 잡지의 연재물로 풀어낸다. < CUT >에 연재되는 ‘미야자키 아오이의 일상의 거품’은 그녀의 일기 같은 꼭지다. 올 여름 의류 브랜드 ‘earth music & ecology`의 CM 촬영을 위해 이즈를 찾은 일이나, 아마존 사이트에서 <하나비> <빅 피쉬> 등의 DVD를 구매한 일 등을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선 <카모메식당>의 독특한 캐릭터로 알려진 카타기리 하이리는 영화잡지 <키네마준보>에 데뷔 이전 영화관에서 일한 경험을 에세이로 연재했다. ‘모기리여 오늘 밤도 고마워’란 꼭지의 이 에세이는 독자의 큰 인기를 얻어 올해 7월 단행본으로도 발행했다. 연기파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는 <료마전>을 찍으며 겪은 고어 대사의 어려움을 <키메나준보>에 ‘일본미록’이란 이름으로 쓰고 있다.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다. 수많은 영상과 사진은 대중에게 그들의 이미지, 위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수도 없이 늘어가는 인터넷 상의 게시글과 블로그, 트위터 페이지들은 대중과 배우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반면 잡지는 배우의 이면을 보여주는 매체다. 특히 신작과 함께 맞물리는 의례적인 홍보 기사가 아닌 배우의 연재물은 그들의 일상에서 시작해 생각, 경험을 말해준다.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배우 오카다 마사키가 < CUT >에 쓰고 있는 ‘직쏘 퍼즐의 날들’은 그가 지나는 청춘의 날들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이든 후회하고 마는 성격이랄지, 영화 <고백>을 찍으며 되돌아본 고교생활의 기억을 독자에게 살짝 흘려보낸다. TV나 영화, 인터넷이 아닌 종이로 가능한 이야기가 배우와 대중 사이를 수놓는다. 연재만화를 기다리듯 배우의 연재물을 기다리는 일. 배우와 독자만 아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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