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수 : 데뷔 후 20년간 스타로 살았다. 첫사랑이었던 남자와 결혼했다. 아이를 낳고 주부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갈수록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30대 후반에 또 다른 연기 인생이 시작됐다.
오연수
오연수
고두심 : MBC 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오연수는 MBC 공채 탤런트가 된 직후 이 드라마의 주연이 됐다. 고교 시절 초콜릿 CF모델로 활동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파격적인 일. “처음에 망치면 다시는 배역이 안 들어 올 것 같아” 출연을 거부하고 “도망 다녔다”고. 갑작스럽게 주인공이 돼 매니저도 없었고, 스태프들과 촬영차량을 같이 타고 다니기도 했다. 뛰어난 국악인이지만 세상과 불화한 어머니와 갈등을 겪으며 날카롭고 차가운 성격을 가진 오연수의 캐릭터는 당시 여주인공의 전형에서 벗어났고, 이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그의 데뷔작은 가 아니라 MBC . 데뷔 직후 조연으로 출연했다고. 또한 당시 노인을 연기하던 고두심의 나이는 마흔으로, 오연수는 “내가 마흔이 돼도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장수봉 : 에 이어 MBC 에 오연수를 캐스팅한 연출자. 오연수를 “언제나 기대한 것 이상을 하는 연기자”라 말했다. 자신의 말대로 그는 에서 오연수에게 녹록지 않은 배역을 맡겼다. 활달한 성격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 남자를 좋아하고 결혼했지만,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편 때문에 평생 괴로워하는 캐릭터는 쉽게 연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연수는 을 통해 연기력을 확실히 인정받았고, 이후 여러 작품을 통해 1990년대의 스타로 자리 잡는다.

박중훈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억척스럽게 살다 남자친구가 자신을 팔아넘겨 호스티스가 된 여성을 연기했다. 막 스타덤에 오른 20대 초반의 배우에게 부담스러운 배역. 하지만 은 한국 느와르 영화의 새로운 전기가 됐을 만큼 걸작이 됐다. 의 주연이었던 최수종-김희애-채시라처럼 시대를 뒤흔든 히트작은 없었지만, 꾸준한 히트작과 기록에 남을 걸작들을 남긴 셈. 아침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시대극부터 느와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하며 종종 의외의 선택을 할 줄 아는 똑 부러진 배우로 1990년대를 보냈다.

손지창 : 어린 시절부터 일했던 오연수의 유일한 연인이자 남편. 초중고를 모두 같은 학교를 나왔고, 오연수의 중학교 시절 선도부장이었다. 데뷔 후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에서 손지창이 엑스트라로 출연해 재회, 2년 뒤부터 교제했다. 한동안 ‘친구와 연인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다 오연수에게 맞선 제의가 들어오자 그의 어머니가 손지창에게 “연수를 데려가겠는가, 놓아줄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연인이 됐다고. “어린 시절부터 일했고 형편이 어려운 적도 있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오연수는 “결혼 전에는 일밖에 몰랐지만 지금은 엄마 노릇도 재밌”다면서도 “30대를 애들만 키우며 보내고 싶진 않다”며 연기 활동을 병행한다. 결혼을 통해 안정과 일의 재미를 함께 찾은 셈. 또한 결혼 후 “연기하는 배역이 보여야지 오연수가 보이며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 기간 외에는 인터뷰를 자제하면서 연기와 사생활을 어느 정도 분리했다. 지금도 여러 성격의 배역을 맡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듯.

문영남 : 만 서른이 되던 해, 첫째 애를 낳고 출연한 MBC 의 작가. 손지창과 “소문나면 끝이고, 그냥 결혼해야 하는 분위기”라 “프로야구가 끝나 스포츠 신문에서 스캔들 기사가 많이 나는” 겨울에는 특별히 조심하며 6년간 연애 뒤 결혼했던 시절,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서른 살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배역은 많지 않았다. ‘주부 오연수’의 시작.

박은령 : KBS 를 집필한 작가. 를 보고 작가의 꿈을 키웠고, 유호정에게 “오연수 씨가 상당히 터프하고 재밌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오연수를 에 캐스팅했다. “애 하나둘 있는 아줌마가 집에서 예쁘게 화장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며 거의 맨 얼굴로 출연했고, 비디오 연체금을 물지 않으려고 슬랩스틱 코미디 하듯 대여점에 뛰어가는 연기를 보여줬다. 코미디 연기가 아주 능숙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코미디를 하면서 연하남과의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친구이자 연인이며 남편이었던 남자에게 이혼당한 뒤 생계 문제에 시달리는 여성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 건 새로운 영역의 캐릭터라 할만 했다. “그동안 얌전떠는 역할”만 해서 지루했고, 어린 시절부터 만난 남편과 결혼한 후 “아들 둘 키우는 엄마는 다 깡패가 된다”며 “나도 아줌마구나”라고 느낀 오연수의 당시 모습이 담겨 있는 작품.

허준호 : MBC , SBS , M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은 “떨리는 연애감정을 갖고” 촬영한 작품이었고, 은 오연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해모수를 평생 사랑하는 유화부인은 작품 전체에 아련하고 비극적인 느낌을 불어넣었고, 고대 배경의 사극은 그가 평범한 주부의 코스튬을 걸칠 필요 없이 자신의 외모를 마음껏 빛나게 할 수 있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모든 것이 풍족한 성 안에서도 쓸쓸하고 위태로운 내면을 드러내는 오연수의 얼굴은 그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게 만들었다. 20대 시절 아름다웠던 배우가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자기만의 분위기를 가졌고, 더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정하연 : 와 MBC 을 집필한 작가. 는 오연수의 시작을 열었고, 은 “ 이후 처음으로 떨리는 연애 감정”으로 연기한 작품. 주부가 주인공이 되는 미니시리즈는 생활고에 지친 억척스러운 주부가 멋진 남자를 만나면서 ‘줌마렐라’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의 오연수는 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살고, 여전히 아름답다. 사랑을 계기로 먹고, 자고, 아이 키우는 것 외에도 자기 인생이 있다는 걸 깨닫는 의 윤혜진은 한국 드라마에서 유례없이 복잡한 심리를 가진 주부였다. 언론에서 화제가 된 건 오연수의 몸매였지만, 에서 오연수가 얻은 건 아슬아슬할 만큼 예민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중년 여성의 캐릭터였다. 또한 오연수는 몇 년 전까지는 촬영 이외에는 “게으른 성격 탓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고, 20대 시절에는 다이어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워낙 마른 체질이라 살찌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남길 : SBS 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오연수는 김남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재벌가 여성을 연기한다. 5회까지의 는 스토리보다는 자신을 파양한 재벌가에 복수하려는 김남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겁고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더 볼만하다. 남자 주인공이 어떤 여자와 있기만 해도 성적 긴장감이 생기는 분위기는 만이 가진 매력이다. 오연수는 김남길과 함께 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축이다. 일과 아이만 바라보며 살다 한 남자를 통해 사랑에 대한 불안한 설렘을 알게 되는 오연수의 모습은 김남길과 함께 의 분위기를 규정한다. 그건 오연수가 을 지나며 찾은 자신만의 영역이다. 그는 연기력이나 연기 변신에 대한 강박 없이 자신의 외모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간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 의 캐스팅 문제에 대해 거론한 박주미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한 것은 그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별개로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 순간이다. 데뷔 20년이 지나, 그는 지금 가장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연수는 자신이 40대에 고두심처럼 연기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가 고두심처럼 연기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신 그는 누구도 갖지 못한 분위기의 배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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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함께 나온 박상원과 SBS 에 출연한 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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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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