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 돈 좋아한다. 욕도 잘한다. 하지만 성공했다. 웃기기도 잘 웃긴다. 과거는 힘들었고, 현재는 살만하다. 과거는 어두웠고, 현재는 어둠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좋아만 하기도, 싫어하기만 하기도 어려운 구라인생. 과연 그의 미래는 무엇일까.
김구라
김구라
지상렬 : 개그맨. 염경환과 함께 김구라의 고교 동창이다. 김구라는 고교 시절 내내 영어 점수 ‘수’를 받은 반장, 염경환은 죽도록 공부하는데 성적 안 나오는 학생, 지상렬은 ‘63명 중 63등’이었다고. 하지만 사회에서 먼저 두각을 보인 건 ‘클놈’으로 CF까지 찍었던 지상렬과 염경환. 김구라는 탤런트 시험에 도전했지만 낙방했고, 결국 SBS 공채 개그맨이 됐지만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망가지기엔 너무 평범한 외모였고, 버라이어티 쇼에서 버티기엔 춤, 노래, 성대모사 무엇이든 보여줄 만한 개인기가 없었다. 일은 점점 없어졌고, TV에 나오는 친구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주병진 :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MC. 자신이 운영하던 인터넷 방송 프랑켄슈타인에 김구라를 기용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황봉알. 두 사람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없어졌고, 다른 인터넷 방송사들은 종종 출연료를 주지 않았다. 출연료가 너무 밀려 방송사에 있는 카메라를 들고 나왔을 정도. 그 사이 아버지는 병으로 쓰러졌고, 재산은 점점 줄어들어 돈이 없어 친구 결혼 축의금으로 돈 대신 배 한 상자를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 아들 동현이를 치료하려면 “색깔부터 다른” 의료보험 카드를 들고 가야 했다. 그리고, 김구라의 욕이 시작됐다.

노숙자 : 김구라, 황봉알과 구봉숙 트리오로 활동한 개그맨. 최근 김구라가 진행하는 QTV 에 출연, 어머니마저 김구라의 방송을 보고 웃는 것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고, 자신을 돕지 않는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구봉숙 트리오는 여성주의 매체 에서 “혀로 강간”했다는 표현을 할 만큼 여성 연예인들에게 끔찍한 욕설을 퍼부었고, 김구라는 이를 발판으로 공중파에 진출했다. 이런 과거로 인해 김구라에게는 같이 욕을 하다 혼자 성공을 쫓아 공중파로 전향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이에 대해 “그때는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왜 내가 그들을 챙겨줘야 하나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를 찾으면 손을 내밀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고, 황봉알과는 “일적으로 만난 사이”라고 할 만큼 사적인 친분은 없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상황을 따져 처신하는 비즈니스 정신을 가진 셈. 그리고 노숙자는 김구라가 출연한 MBC 의 ‘일밤 패러디 극장’에 카메오로 나오기도 했다.

이효리 : 가수. 김구라는 구봉숙 트리오 시절 이효리를 비롯한 여러 여성 연예인들에게 차마 입에 못 담을 욕설을 가했다. 신지에게 “*같이 생긴 돼지”라고 말한 것이 그나마 수위가 약한 정도. 김구라는 “욕은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며 전술이지 전략이 아니”고, “인터넷 방송이란 매체의 특성에 충실”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상 자신을 쓰는 매체에 맞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는 성적 욕설로 인해 성인용 인터넷 콘텐츠에 활발한 활동이 가능했고, 공중파에서는 연예인에게 독설을 날리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먹고 살려고 돈을 벌었고, 돈을 벌려고 욕을 했다. 이해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코 옳은 일도 아니다.

문희준 : 원수를 사랑한 살아있는 보살. 김구라의 욕설로 상처를 받아 그의 출연 프로그램에는 스케줄을 잡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사과한 그를 용서, SBS 를 함께 진행했다. 김구라는 욕설에 대해 “마음의 빚은 평생 가슴에 안고 가겠다”고 말했지만, 마음으로 진 빚을 실질적으로 갚으려는 행동에 나선 적은 없었다. 그는 욕설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연예인들에게 독설을 날리며 공중파에 안착했다. 하지만 그만큼 논란은 커졌고, 그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졌다. 그때 문희준을 전후로 이어진 사과는 그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특히 는 그가 ‘라디오스타’의 멤버 중 한 명에서 공중파 단독 MC로 나서는 기회가 됐다. 김구라는 “누군가 방송 아니면 너가 사과했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장담 못하겠다”고도 했다. 욕이든, 사과든, 그의 행동은 늘 비즈니스적인 판단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경실 : 김구라의 선배. MBC 의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의 을 잡았고, MBC 에서 종종 김구라를 면박을 준다. 김구라는 독설로 인해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맞서는 이미지를 얻었다. 여기에 과거의 욕설 전력으로 인해 그는 찬반이 나뉘는 인물이 됐다. 김구라는 그 순간부터 적절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경실에게 턱을 잡히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그룹 빅뱅의 탑을 흉내 냈다. 날 선 멘트로 유명해진 남자가 약하고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자 인간적인 매력이 생겼고, 어느새 ‘큐티 구라’가 될 만큼 친숙해졌다. 김구라의 가장 큰 장점은 독설이 아니다. 무명시절 TV를 보며 연예인을 욕했고, TV에 출연하며 욕을 먹기도 하는 그는 세상이 어떻게 자신을 보는지,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정확히 아는 현실감각을 가졌다.

박미선 : MC. 에서 박미선이 프로그램 전체를 진행하면, 김구라는 여러 출연자를 냉정하게 평가하며 약 올리는 멘트를 던진다. 대선배인 선우용여도 웃기지 못하면 찡그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다. 스스로를 오물로 비유하며 “냄새가 나는데 포장을 하려면 힘들다. 인간적인 모습을 원치 않는다. 제품으로만 말하고 싶다”고 할 만큼 현실의 속물적인 정서에 바탕을 둔 그는 과잉된 감정으로 격양되거나, 게스트에 대한 예의상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순간 날카로운 한마디로 쇼의 느끼함을 제거한다. 그는 오락 프로그램에 일반인의 현실감각을 반영할 수 있는 매개체다.

신정환 : ‘라디오스타’에 함께 출연하는 예능인.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서 게스트에게 “얼마 버냐”고 물었고, 스캔들에 대해 물었으며, 이경실에게 턱을 잡혔다가, 유오성을 보고 무서워하며 시선을 피했다.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를 통해 천천히 자신의 캐릭터를 변화시켰다. 특히 신정환은 김구라처럼 게스트를 물어뜯는 것을 즐기면서도 그와 반대로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개그를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파트너다. 그는 김구라와 함께 독설을 날리기도 하고, 반대로 아사다 마오에 대해 ‘마5에 아사아사’ 같은 개그를 하면서 김구라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신정환을 비롯한 ‘라디오 스타’ 멤버들의 도움으로, 김구라는 ‘욕’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동시에 점점 더 자신을 여러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켜 나간다.

이경규 : tvN 를 함께 진행하는 MC. 김구라를 일찍부터 눈여겨봐 KBS 의 ‘불량아빠클럽’, SBS 등에 그를 추천했다. 두 사람은 중년 남성의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토크를 진행하고, 지나치게 느끼하거나 격양된 순간에 냉정한 멘트로 상황을 한 방에 정리한다. 두 사람이 MBC 에서 예능계를 진단할 수 있었던 것도 냉정한 현실감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는 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결혼하겠다는 게스트에게 “만화 주인공을 보면서 흥분도 하고 그러세요?”라고 물었다. 반면 이경규는 게스트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부모 중 누가 더 좋냐는 질문에 머뭇거리자 “쿠션과의 사랑과 부모와의 사랑은 다르다”며 게스트가 빠져나갈 여지를 준다. 이경규가 MC와 패널의 역할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상황을 조율한다면, 김구라는 아직 상황을 팔짱 끼고 보다 한마디 던지는데 그친다. 이는 그가 같은 단독 MC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코멘트를 날리지 못하고 뻣뻣한 진행을 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그는 아직 팔짱 끼고 상황을 지켜보는 관찰자나 논평가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구라가 ‘라디오 스타’ 이상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이먼D : 의 ‘뜨거운 형제들’에 함께 출연 중인 래퍼. 김구라와 ‘아바타 소개팅’에서 짝을 이뤄 그의 지시를 받으며 소개팅을 치렀다. 탁재훈이나 박명수가 최대한 코믹한 상황을 만들려고 했던 반면 김구라는 웃음을 주는 와중에 여성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멘트와 행동을 지시했다. 또한 멤버들의 성격분석을 위해 마련된 상황극에서도 상황에 몰입하는 대신 현실적인 발언을 했다. 다른 출연자들이 예능의 테두리 안에서 마구 뛰어노는 사이, 그는 현실적인 균형을 잡으며 웃음을 준다. 그건 김구라가 살아온 방식이었을 것이다. 김구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과 균형을 맞추고, 우리의 현실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며 생존한다. 속물이고, 불쾌하고, 용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계속 살아남는다. 김구라가 이 험난한 생존기를 넘어 자신을 대중에게 납득시키고 인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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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김구라와 ‘라디오스타’에 함께 출연했던 신동과 같은 소속사인 보아와 ‘나이키’ CF에 출연한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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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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