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걸 장난이라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정색하고 말해 본다.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올 상반기 음악계의 가장 흥미로운 사건 중 하나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한국 음악사의 걸작이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유세윤이 UV를 통해 대중에게 접근한 방식은 지금 대중음악계가 찾지 못한 ‘세윤신의 한 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세윤은 어떻게 방송 출연 한 번 하지 않고 음원 차트에 올랐을까. UV의 성공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UV가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에는 여러 이질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밀리 바닐리를 연상시키는 드레드 헤어와 간단한 비트로 진행되는 음악은 1990년대 초 미국 랩음악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UV는 여기에 ‘청청 패션’을 입은 채 동네 놀이터를 배회하며 그 시절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더한다. 밀리 바닐리 풍의 비주얼이 해외 팝문화를 대변한다면, ‘청청 패션’과 놀이터는 그 문화를 한국식으로 받아들인 1990년대 초 ‘노는 아이들’의 캐릭터다. 그만큼 ‘쿨하지 못해 미안해’에서 UV가 보여주는 캐릭터는 한국인에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게다가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한 발 더 나가 복고를 현대적인 트렌드로 재조립한다. 음악에는 2000년대 후반 음악계의 히트 상품인 오토튠이 등장하고, 가사를 몸개그로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미국의 코미디 뮤직비디오 ‘Dig in a box’와 유사하다. 중요한 건 유행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수성을 어떻게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현대화 시키느냐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재미는 유세윤이 멀쩡한 목소리로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같은 가사를 말하는 부조화에 있다. 하지만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대중적인 생명력은 그런 재미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면밀한 음악적인 계산에서 나온다. 간단한 비트와 건반을 살짝 깐 것이 전부인 사운드는 유세윤의 보컬이 다른 사운드에 묻히지 않도록 하고,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운드보다 앞으로 나와 보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토한다. 반면 ‘No cool I`m sorry’처럼 상대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하는 뮤지의 보컬은 한 발 뒤에서 차분하게 퍼진다. 음악의 내용과 형식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치밀한 전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완성된 곡으로 발전시킨다. 이 노래는 2절과 1절의 구성이 전혀 다르다. 2절에서는 유세윤의 랩 사이에 ‘그냥 끊었어 괜히 끊었어’ 같은 뮤지의 추임새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 ‘너의 일촌 댓글 파도타고 볼 수 있지만…’처럼 새로운 파트가 첨가된다. 이를 통해 노래는 2절에서 한층 고조된 감정을 전달한다. 또한 뮤지의 보컬에는 오토튠이 걸리곤 하는데, 오토튠은 곡 초반부터 종종 등장해 그의 오토튠 보컬이 등장하기까지 일관성을 부여한다. 마치 쓰는 단어는 단순하지만 구성은 치밀한 소설처럼,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꼼꼼하고 센스 있게 완성시켰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그들이 종종 ‘표절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영향 받은’ 곡을 만든다는 점이다. 천둥이 치는 날씨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는 것을 표현한 ‘인천대공원’의 전반부는 물론 랩의 내용물은 전혀 다르지만 에미넴의 ‘Stan’과 매우 유사하다. ‘성공’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와 매우 비슷하다. 아직은 여러 레퍼런스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 시키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표절은 당사자 간 합의가 중요하므로 ‘성공’에서 친구 제이지의 랩을 그대로 갖다 쓴 것은 문제없을 듯하다.






누구나 ‘파도타기’를 ‘손으로 파도타는’영상으로 보여줄 생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유세윤 만큼 웃길 사람은 없다. UV의 뮤직비디오는 가사와 영상을 1:1로 매치 시키면서 웃음을 주지만, 그 배경에 뮤직비디오의 클리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남자가 헤어진 여자를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내용은 한국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의 특징으로, 이 스토리라인을 따라 유세윤의 랩이 이어지며 가사의 말장난이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 반복되는 뮤지의 후렴구에서는 스토리 대신 이미지 컷 중심으로, 말장난 대신 어설픈 춤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곡 마지막까지 스토리를 ‘쿨하지 못하게’ 질질 끄는 대신 얼음 공장에서 춤을 추는 몸개그를 보여주는 것도 빼어난 선택이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뮤직비디오 역시 확실한 콘셉트 아래 여러 전형적인 요소들을 조금씩 비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는 유세윤이 KBS <개그콘서트> 출신이기 때문일 듯하다. <개그콘서트>는 10초라도 마가 뜨면 큰일 나는 곳이다.






요즘 음악 산업은 모든 것이 예정대로 흐르는 컨베이어벨트 같다. 티저를 만들고, 음원을 선 공개하고, 뮤직비디오를 푼 다음 가요 프로그램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반면 UV는 갑자기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를 던지는 것만으로 대중의 반응을 끌어냈다. 또한 그들은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좋은 반응을 얻자 곧바로 ‘성공’을 발표, 대중의 관심을 이어갔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대형 기획사에서 발표됐다면 뮤직비디오가 발표되기 전에 나오는 온갖 보도자료 때문에 김이 빠졌을 것이다. 반면 모든 것을 그들이 만들고 결정하는 UV는 대중이 예상치 못한 부분을 민첩하게 찌른다. 여기에 음악성 대신 돈을 벌려고 나왔다는 식의 UV의 솔직화법은 “음악이 제 전부에요”라고 말하는 가수들보다 역설적으로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메이저 스타의 가장 인디적인 결과물이다.






유세윤은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부담 없이 내놓았다. 그래서 그는 쇼케이스도 하지 않고, 방송 출연도 하지 않는다.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엔딩 무대를 요구했고, 후속곡 ‘인천대공원’의 뮤직비디오는 “팬이 원하면 생각해 보겠다”며 고자세를 취한다. UV는 대중이 가장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발표했지만, 그 곡을 사랑받게 하기 위해 대중에게 아부하지는 않는다. 모든 가수들이 원하지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것. 그걸 유세윤이 했다.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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