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면접으로 한 사람의 면면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MBC ‘신입사원’은 적어도 면접을 통해 그가 자질을 갖춘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뛰어난 능력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을 요구하고, 듣기 좋게 포장된 말보다는 스스로의 진실한 이야기를 선호한다. 사실 이는 아나운서 지원자뿐만 아니라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새내기 구직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면접 평가 기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속 인물들 중 남다른 개성을 가진 5명을 ‘신입사원’의 평가대 위에 올려봤다. 과연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도전자는 누구일까.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안녕하십니까, 한지훈입니다. 훌륭하신 아나운서 분들 앞에 이렇게 서니 감회가 새롭군요. 저, 아나운서 되고 싶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 이래봬도 스타 검사였습니다. 여기 MBC에서도 스타 아나운서, 돼 드리겠습니다. (혼잣말) 잠깐, 신동호 아나운서의 저 표정은 뭐지?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는데. 내 얘기가 지루하다는 건가? 그냥 고개를 젖힌 것뿐이잖아.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나를 뽑기 싫어한다는 증거도 없잖아. 뭐? 왜? 그래서?”

심사평: 깔끔한 외모, 안정된 중저음 톤 목소리,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빛나는 치아까지. 검사가 아니라 원래 아나운서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너무 반듯한 인상 탓에 심사위원 방현주 아나운서로부터 “우리는 기존의 아나운서와 다른 후배를 찾고 있다”는 독설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연상의 여인에게 잘 먹히는 애교로 살짝 넘어가줄 것을 권한다. 다만 주의할 것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혼잣말이다. 심사위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독백이나 방백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점만 빼면 봉우리와 함께 유력한 합격후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언론고시 종결자로 거듭날 차례다.

참고: 진정한 언론고시 종결자, KBS 전현무 아나운서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봉우리라고 합니다! 저희 엄마는 청각장애인이셨어요. 그래서 저는 입모양은 크고 정확하게, 말은 또박또박 하는 습관이 들었어요. 저는 수화도 할 줄 알아요. (수화 하며) 이게 ‘같이’라는 뜻이에요. 저희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는 말이죠. 근데 저희 아빠는 16년 전에 갑자기 없어진 마루 오빠 때문에 매일 따뜻한 밥을 차리고 계세요. 오빠 오면 먹여야 된다구요. 사실 제가 아나운서가 꼭 되어야 하는 이유는 방송에 나가 오빠를 찾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오빠, 마루 오빠… 나 작은 미숙이야. 오빠! 많이 보고 싶구, 아빠랑 할머니가 오빠 많이 기다려. 오빠, 아빠는… 아빠느은… 으어엉어엉엉어엉..오빠아…”

심사평: 합격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우렁찬 목소리와 항상 웃는 얼굴 덕분에 1차 카메라테스트까지는 무난하게 통과할 듯하다. 문제는 발음과 비음이다. 영어의 ‘Z’에 가까운 ‘ㅈ’발음과 ‘th’처럼 들리는 ‘ㅅ’발음, 심사위원인 문지애 아나운서가 가장 싫어하는 콧소리는 아나운서가 되기에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싹싹하고 당찬 봉우리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더 많다. 앞서 말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최종합격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기소개에서 보여준 것처럼 방송에서 사적인 감정 표현을 자제하지 못한다면, 의 진선미 아나운서처럼 유괴사건을 보도하다 “정말 나쁜 놈입니다”라고 말하는 방송사고를 낼 위험이 있다.

참고: ‘신입사원’ 지원자 홍성표, MBC 노홍철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윤승잽니다. 지금은 사법 연수원에 있고요. 아나운서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어이구, 부티 나게 생기신 여성분들도 많이 계시네요. 저랑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제가 면접을 잘 봐서 같이 일하게 되면 좋겠네요. 그러다가 잘 맞으면 사귀어 볼 수도 있는 거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결혼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지 않겠어요? 제가 입고 있는 이 양복이요, 수입소재라 때깔부터 다르거든요. 기장 좀 손본 것만 빼면, 아르망 정도 아닌 다음에야 이게 최고죠. 알아보시는 걸 보니 역시 눈이 높으시네요. 지금 신고 계신 구두가 혹시 아르망? 좋습니다, 좋아요. MBC 꼭 들어오고 싶네요.”

심사평: 일단 겉으로 보기에 외모는 준수하다. 교정기를 낀 것 치고는 발음도 괜찮다. 3차 전형인 1대1 자기소개 전형까지는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조별 미션부터는 아슬아슬하다. 고시 공부하는 내내 자신을 뒷바라지한 여자친구를 버리고 부잣집 딸에게 들러붙었다가, 두 사람의 처지가 뒤바뀌니 다시 옛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려는 속물근성은 좀처럼 감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조원들과 함께 영상을 구성하는 과제까지는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선 평정심을 잃고 본성을 드러내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직설적인 신동호 아나운서가 “윤승재 씨는 지금 이 자리에 굳이 계실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같은 멘트를 던지는 데도 미리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아다모라고 합니다. 제가 MBC에서 일하고 싶어서 왔으니, 꼭 붙어야 합니다. 솔직히 저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 아닙니다. 발음이야 연습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저 무조건 잘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나운서가 안 된다면, 여기서 청소든 운전이든 허드렛일로 뭐든지 하게 해주십시오. 보수는 안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참, 저 구두도 잘 닦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호텔에 묵을 때, 로비에서 구두 닦는 금발아저씨 보면서 배웠거든요. 다 봐두고 다니니 써먹을 때가 있군요. 그럼 오늘부터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심사평: 매일 TV에서 만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스타일이긴 하지만 뚜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외모로, 2006년 입사한 오상진 아나운서 이후 오랜만에 여심을 잡을 간판급 남자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말에 있어서는 지원자 중 최약체다. 발음도 별로, 발성도 별로, 어투도 별로다. 즉, 피땀 어린 노력을 해야 겨우 고칠 수 있거나 거의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추진력은 좋은 편이지만 첫 데이트한 상대를 모텔로 데려가려 했던 과거로 미루어 보아 지나친 막무가내에 고집이 너무 세다는 단점도 있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볼 때, 아다모의 한계는 1대1 자기소개 전형 정도로 보인다.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한지훈, 봉우리, 윤승재, 아다모, 윤새와가 ‘신입사원’에 출연한다면?
“전 KTN 아나운서였던 윤새와입니다. 지금 심사위원 여러분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도 당하고 이혼도 한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니까요. 하지만 사실은 JJ홈쇼핑 사건 때문에 제가 오해를 받기 시작하니까, KTN쪽에서 ‘마음의 상처가 깊을 테니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한 겁니다. KTN을 나오게 된 것도 해고가 아니라 저 때문에 괜히 회사 이미지 나빠질까봐 제가 직접 그만두겠다고 했고요. 물론 전 시아버님이 유력한 앵커 후보라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9시 뉴스 진행자라는 꿈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전 돈도, 명예도 다 필요 없습니다. 오직 진실을 전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서 도전했습니다.”

심사평: 1차 카메라 테스트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동종 업계에 몸담은 이들 사이에서는 소문도 빠른 법. 남편 도진을 위해 감행한 홈쇼핑 주문 조작이 들통 나는 바람에 KTN 방송국에서 징계를 받고, 해고까지 됐다는 사실을 MBC 관계자들도 모를 리 없다. 설사 몰랐다 할지라도 ‘평판조회’를 통해 결국은 알게 될 확률이 높다.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믿음을 줄 수 없다면 첫 관문을 뚫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지고 보면, 경력 있는 아나운서라고 해서 일을 잘 하거나 특별히 성실한 케이스도 아니지 않은가. 방송국보다 시어머니와 남편의 직장인 카멜리아 호텔에 머무른 시간이 더 많은 듯한 그에게 방현주 아나운서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내 눈 똑바로 봐.”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