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됐지만 여전히 MBC는 싸우고 있다. 총파업은 5주째를 맞이했고, 일부 드라마를 제외하고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은 계속되고 있다. ‘조인트’ 폭력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변변한 해명 한 번 없었고, 되레 단식에 들어간 노조위원장을 고소하는 막장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 주류언론의 외면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아직도 MBC 파업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파업을 하는 건 알지만 왜 하는지, 갈등인물은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MBC 파업│막장드라마 < MB씨의 취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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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추천 아이템 : 정강이(혹은 조인트) 보호대, 고소장
스스로 “저와 MB는 부인할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할 만큼 ‘MB와 가장 가까운 MBC 인사’라는 말을 듣는다. MBC에서 국회 출입기자 시절 이명박 의원과 만나 K대 동문스펙을 인증한 뒤, 뜨거운 애정 관계를 지속했다. 이명박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사퇴할 때에도 외면하지 않았고, 결국 이명박 의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의 모친상에 직접 조문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충북도청 업무보고 시 당시 청주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 사장이 지역 유력 언론사 사장들을 제치고 참석, 명실상부한 ‘왕의 남자’로 인증 받았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행사에 모습을 계속 드러내는 뚝심을 선보였고, 마침내 엄기영 사장 후임으로 MBC 사장으로 입성한다. MBC 노조와의 합의 후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의 보직박탈을 한 뒤 큰집에 불려가 정강이(혹은 조인트)를 까였다는 주장이 나오자 노조 간부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놀라운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
추천아이템 : 손배소에 맞설 시민들의 성금
MBC 노조 위원장. 1991년 MBC 시사교양국 PD로 입사 후 < PD수첩 > ‘위기의 조계종’, 휴먼다큐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하다 2009년 2월 MBC 1738명(95.3%)의 찬성표를 얻어 노조위원장에 취임한다. 김재철 사장의 취임 후 노조의 사장출근저지투쟁을 주도하다 지난 3월 4일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보도본부장(이사)과 윤혁 제작본부장(이사)의 보직을 박탈하는데 합의하고 김 사장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김 사장이 황희만 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하자 총파업에 돌입했고, “구태의연해 보여서 단식과 삭발투쟁이 제일 싫어한다”면서도 파업 한 달째까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11일째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현재 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시민들은 MBC 노조에 1억 833만 원의 성금을 보냈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
추천아이템 : 도시락 폭탄, MBC 청문회 증인, 왕멍 팀킬
그도 K대 영문학과를 나왔고, MBC PD를 거쳤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측 공동위원장으로, 신문·대기업의 MBC 겸영에 찬성 입장을 밝혀 오며 방송계의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꼽혀왔다. 4월호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을 “좌파 청소부”로 규정하고 큰집으로부터 “조인트 까였다”는 실로 보도 듣도 못한 방송장악의 실체에 대해 상세하게 말해 황우석의 줄기세포, 김용철의 삼성 비자금 폭로에 맞먹는 ‘3대 내부 고발자’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큰집이란 표현은 방문진의 관리감독 기능과 사회 전반적인 여론 흐름을 고려해서 쓴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선친이 송사에 휘말리지 말라는 권유”를 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고소를 미루고 있는 효심을 발휘하고 있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이후 가족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다녀오는 등 내부고발자의 고초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큰집 (VIP)
추천아이템 : 거짓말 탐지기
김우룡 전 이사장이 ‘조인트’ 발언을 하자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께서는 방송을 포함해서 모든 언론이 무조건 대통령의 편, 우리 정부의 편을 들어주기를 원치 않으신다”며 이를 부인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정권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갔다”고 세간의 추측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초등학교 동창은 MBC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김 사장이)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나는 개인의 몸이 아니고, 말하고 싶은 것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VIP의 생각과 지시에 따라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얘기하는 걸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은 오해에서 빚어진 일일까. 진상은 곧 밝혀지겠지만,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황희만 (부사장)
추천아이템 : 청와대 대변인, 교회 목사님
1980년 MBC에 입사, 사회부/정치부 기자와 뉴욕특파원을 거쳐 현 청와대 대변인 김은혜 기자와 아침주말 뉴스 앵커를 맡으며 기자와 앵커로 모두 성공한 경우로 평가받는다.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에는 “색깔 논쟁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밑도 끝도 없는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라며 정치권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14년 뒤 보도본부장으로 돌아오자 “공영방송은 한 쪽 바다 위에 떠 있어서는 안 된다”며 현재의 MBC가 편향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그는 서울 강동구 소재 매우 큰 교회의 집사로,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이 교회의 목사가 청와대 예배를 집전할 정도로 청와대와 무척 가깝다”며 당시 보도본부장 임명과정의 의혹을 제기한바 있다. 엄기영 사장의 사퇴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도 방문진이 무리하게 황희만을 보도본부장으로 내정하는데서 생긴 갈등이었다. 현재 MBC 보도국 기자들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52명이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엄기영 (전 사장)
추천아이템 : 파견 앵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를 13년 3개월 동안 진행한 MBC 최장수 앵커. “그동안 정치권 등의 많은 영입 요구를 물리친 것도 방송과 MBC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는데 이제 마지막으로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MBC에 보답하는 길을 찾게 됐다”며 사장직 도전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 PD수첩 > 사과방송을 놓고 구성원과 갈등을 겪었고, 김우룡 전 이사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 압력을 받았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어차피 내보내려고 했는데 자기 발로 걸어 나갔으니 120% 목표 달성했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대해 엄기영 전 사장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게 “김우룡 이사장은 매우 부도덕한 인물이다. 그래도 방송 출신이고 MBC 선배라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완전 속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MBC는 선배들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최고의 공영방송으로 남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MBC를 떠났다.

김태호 ( PD)
추천아이템 : 토요일 저녁 방송권
PD이자 MBC 노조의 조합원. 파업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결방도 5주째를 넘어섰다. 득남을 한 유재석은 MBC 파업으로 때 아닌 육아휴직을 보내게 됐지만, 박명수는 신곡 ‘퐈이아’를 비롯, “방송 나가면 많이 회자될” 아이템을 보여주지 못해 “심적으로 힘든” 상태다. 하하는 2년간의 공백에도 ‘예능의 신’으로 절정의 예능감을 보여줬지만, 트위터와 타방송에서만 목격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태호 PD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못해 힘들다”며 무기한 결방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승호 (< PD수첩 > PD)
추천아이템 : 대한민국 비리 제보자
1986년 MBC 시사교양국 PD로 입사, 주로 < PD수첩 >을 제작하며 ‘줄기세포’, ‘계룡대 군납비리’, ‘4대강과 민생예산’ 등 인구에 회자된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검사와 스폰서’ 편으로 다시 한 번 < PD수첩 >의 이름을 만방에 떨쳤다. ‘검사와 스폰서’는 파업 때문에 진행자가 없어 혼자 MC, 제작, 편집을 해야 했음에도 흡인력 넘치는 스토리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실감나는 협박장면으로 러닝타임 48분 26초를 서스펜스 스펙터클 블록버스터로 연출, SBS 의 시청률마저 눌렀다. 사람들은 “도대체 최승호 PD(감독)가 누구냐”며 그의 연출기법을 놀라워했지만, 그는 디렉터스컷을 통해 “그간 시청자 신뢰를 쌓아온 < PD수첩 >이기에, 또 MBC 방송이기에 가능했다. 권력과의 싸움은 MBC의 운명”이라며 MBC로 공을 돌렸다.

신경민 (전 앵커)
추천아이템 :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
MBC를 대표하는 앵커. 를 진행했고, 그의 클로징멘트는 화제가 됐다. “자유·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다”고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했다. 황희만 부사장과 입사 동기로, MBC 기자회 252명이 낸 성명에 동참해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가 지금 이 상황을 클로징 멘트로 전달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글. 원성윤 twel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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