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는 화려했다. 최고의 MC 유재석과 슈퍼스타 이효리가 ‘국민남매’로 망가지길 자처했고, 박예진과 이천희가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여기에 윤종신, 김수로가 깨알 같은 예능감을 보여줬고, 막내 대성마저 아이돌답지 않은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 시즌2가 시작되었다. 새 패밀리 또한 화려하다. 오랫동안 MBC <놀러와>를 진행해온 김원희와 만만치 않은 입담을 자랑해온 윤상현,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지상렬과 신봉선에 조권, 택연, 윤아 같은 아이돌도 대거 합류했다. 그러나 현재 ‘패밀리가 떴다’ 시즌2는 예전만한 웃음도, 새로운 캐릭터의 발견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것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출연자들 탓만은 아닐 것이다. <10 아시아> 강명석, 위근우 기자가 새로운 패밀리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유재석 같은 MC를 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작진이 MC가 돼서는 안 된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시즌 2(이하 ‘패떴2’)의 몰락은 제작진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MC의 역할을 무시한데서 시작된다. ‘패떴2’의 제작진은 매주 출연자가 가장이 되는 가장 제도를 통해 메인 MC를 없앴고, 때론 제작진이 출연자들이 쓸 집의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와 그것을 멀리 던져 게임의 난이도를 직접 조절했다. ‘패떴2’ 첫 회에서 윤상현과 조권이 ‘윤톰-조제리’가 된 것은 MC의 역할까지 나선 제작진이 빚어낸 무리수다. 그들은 출연자들이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특징을 보여주기 전부터 그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해 시청자들에게 강요한다. 제작진은 김원희를 ‘원래 희박한 체력’으로 못 박고, 신‘봉’선과 지‘상’렬을 봉지‘남매’로 묶어 시작부터 출연자의 관계를 규정한다.

속성, 캐릭터 만들기



‘패떴2’의 제작진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캐릭터와 미션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것들이 출연자들의 ‘리얼’해 보이는 출연자의 모습을 끌어내고,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수단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건 유재석이 진행한 ‘패떴’의 재미가 ‘예진 아씨’같은 캐릭터의 이름이 아니라 ‘예진 아씨’가 탄생하기까지의 상황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서 나온 것과 같다. 하지만 ‘패떴2’의 제작진들은 출연자들에게 그들이 말장난하듯 만들어낸 캐릭터를 부여하고, 출연자들 스스로 무언가 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끊임없이 게임과 미션을 강요한다. 굴을 캐기 위해 물 속을 몇 번씩 왔다 갔다하는 지상렬이 다른 출연자들과 토크를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패떴2’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기보다는 SBS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해온 게임을 모아 야외에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캐릭터와 정해진 수순의 게임 안에서 몇 마디 농담이나 개인기를 하는 것이 한계다. 조권이 ‘패떴2’에서 특유의 ‘깝’을 여러 차례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이고, 그만큼 조권은 ‘패떴2’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얻는 대신 기존의 캐릭터를 소모시킨다.

‘패떴2’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특급 MC가 아니라 리얼버라이어티 쇼에 대한 제작진의 개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작진이 자신들의 문제를 교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떴2’는 지난주부터 가장 제도를 없앴고, 지역 특산물을 수확하는 대신 지역민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내용을 바꿨다. 덕분에 출연자들은 김원희가 메인 MC를 맡으면서 출연자들 스스로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고, 추운 날씨에 갯벌에서 구르는 대신 물놀이를 하거나 시낭독회를 열며 좀 더 여유 있게 출연자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서다

그러나 ‘패떴2’의 제작진은 여전히 지‘상’렬과 윤‘상’현을 ‘상상브라더스’라 명명하고, 출연자들이 창을 배운 뒤 순서대로 창을 하며 개인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지금 ‘패떴2’에 필요한 건 시 낭송회 코너처럼 그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발견하고, 서로의 관계를 형성할 시간이다. 시낭송회 시간에서 발견된 옥택연의 ‘큼욘’(‘come on`을 독특하게 발음한 것)은 옥택연이 창을 배우는 코너에서 시작과 함께 외치며 그의 캐릭터 중 일부가 됐다. 물론 ‘패떴2’가 지난 주 보여준 모든 것들은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에 비하면 초등학생 수준이다. 그들은 이제야 리얼버라이어티 쇼를 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하지만 최소한 ‘골드 미스다이어리’라도 제치는 것이 목표라면, 또는 조기종영을 면하는 것이 목표라면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나서지 말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글 강명석
출연자들이 가상의 가족 관계를 맺는다. 검은색 천을 배경으로 놓고 출연자가 자신의 본심을 개별적으로 얘기한다. 남녀 출연자의 스캔들이 프로그램 바깥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회자된다. 하지만 MBC <우리 결혼했어요>(<우결>)는 아니다. 출연자들이 저녁식사를 걸고 제작진이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출연자들이 둘로 나뉘어 잠자리를 건 게임을 한다. 하지만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은 아니다. 이 스무고개의 답이 유재석이 있던 ‘패밀리가 떴다’의 새 시즌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2’(‘패떳2’)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만 없는 것은 그 모든 요소를 모아주는 일관성이다.

가족이 되어가는 대신 선택한 가족놀이



비록 패밀리라는 단어가 종종 자막을 통해 강요되긴 했지만 과거의 ‘패떴’은 기본적으로 시골에서의 여러 미션과 게임을 통해 멤버들의 친분과 관계망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패밀리를 이뤘다. 즉 ‘김계모’ 김수로와 ‘엉성 천희’ 이천희의 관계처럼 그것은 밖으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닌, 서로 맺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패떴2’는 가상 결혼식을 올리는 <우결>의 세계처럼 매 여행마다 가장을 임의로 선출하고, 그 안에서 가상의 패밀리를 형성하는 일종의 가족 놀이에 가깝다. 가령 과거 ‘패떴’의 시골일 미션에 대응할만한 수락마을에서의 폐가 보수작업은 준비된 방풍용 비닐을 붙이고 흙먼지를 제거하는 몇 개 컷으로 짧게 편집되고, 갯벌에서 돌을 나르는 미션 역시 가장이 주도하는 게임을 위한 맥거핀 역할을 할뿐이다. 하지만 <우결> 속 조권-가인 커플이 실제 연인 관계가 아니라 해도 비슷한 또래 남녀로서 진짜 부부의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달리 ‘패떴2’의 가족 놀이는 1대 가장 택연이 아버지 흉내를 냈다가 김원희에게 불호령을 들었던 것처럼 출연자들조차 제대로 이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출연자들의 역량 때문만은 아닌, 일관적이지 못한 ‘패떴2’의 세계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오리엔테이션에서의 라면 전쟁과 갯벌에서의 굴라면 소동은 그 과정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저녁식사를 건 미션 수행이라는 요소와 충돌한다. 돈부터 간식까지 모두 제작진에게 뺏기고 시작하는 ‘1박 2일’과 달리, 라면을 가져오는 게 가능한 ‘패떴 2’에서는 왜 멤버들이 저녁에 제작진이 정한 룰에 순응해야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각 상황에 대한 그들의 행동이 리얼이건 아니건, 전체적으로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MBC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성공적인 리얼 버라이어티가 될 수 있었던 건, 모든 상황이 리얼이어서가 아니라 연출자가 만든 룰 안에서 멤버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그럴 수 있을 법한 사건을 만들어내서다. 그 룰을 넘어설 땐 제작진과 시청자가 납득할만한 무언가를 걸고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패떴2’는 아예 룰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아침식사 게임에서 조권 팀이 이겼음에도 지상렬 팀이 따로 음식을 시키고 그 돈을 조권 팀에 물리려하는 모습은 리얼한 실제 상황일진 몰라도 앞뒤 맥락의 개연성은 오히려 해친다. 즉 산발적인 리얼함은 있을지언정 그것이 깔끔한 서사를 이루진 못한다.

리얼보다 중요한 건 재미

그래서 ‘패떴2’가 리얼한 예능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리얼해서 재미있는 예능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보성 여행에서 유명무실하게 붙어있던 가장 제도를 없앤 건 다행이지만 삼베를 계곡에서 헹구던 그들이 “물에 젖은 김에” 게임을 하자고 요청하는 모습과 준비 과정을 생략한 채 누가 봐도 미리 준비해놓은 것 같은 소품을 이용해 게임을 하는 모습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어설프다. <무한도전>도, ‘1박 2일’도, ‘패떴’도 리얼 버라이어티이기 이전에 예능이고, 리얼보다 중요한 건 재미다.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의 요소들을 고민 없이 가져왔던 ‘패떴2’가 재미라는 가장 기본적인 고민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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