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클리닉│<신언니> vs <검프> vs <개취>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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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리티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검사들의 수사 과정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는 공무원으로서 검사의 생활을 그려내는데 풍부한 디테일을 더했다. 특히 신참 검사의 잡무에 대한 묘사와 조직 사회에서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과정을 그린 부분은 일반 직장인들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성을 획득했다. 수사 과정마저 상식선에서 전개한다면 직장드라마로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전문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 집을 설계 할 수 있는지,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목재를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 입찰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들을 갖춰야 하는지 드라마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박개인이 가구 박람회에 참가하고, 전진호가 응급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블라인드의 아크릴을 잘라오게 하는 장면은 직업인으로서의 고달픔을 묘사하는데 현실감을 더한다.

: 인물들이 모여든 장소는 막걸리 양조장인 ‘대성도가’다. 그러나 이곳은 풍요로운 구대성의 세계이자, 송강숙이 탐하는 물질로서 기능 할 뿐 일터로서의 특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구효선이 술지게미를 먹고 학교에 가는 장면이 아니라면 술도가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다. 심지어 독선적이지만 입지전적인 사장과 요부 같은 새 안주인, 순박하지만 뒷말 많은 직원과 대가족의 설정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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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계 삼위일체의 집안을 꿈꾸는 돈 많은 아버지. 딸이 예쁘게 자라길 바란 풍채 좋은 어머니. 두 사람은 결국 명품을 몸에 두르고 검찰청에 출근하는 마혜리를 만들었다. 명품 구두 경매를 위해 검찰청 MT에 빠지는 마혜리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 이유. 돈 많은 아버지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온 마혜리가 그 영향으로 “적당히 선 봐서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설정도 그의 캐릭터에 더욱 설득력을 부여한다.

: 송은조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구효선(서우)은 어머니의 부재로 상처를 입었다. 홍기훈(천정명)은 자신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상처 입었다. 는 부모가 정해준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청춘들의 상처로부터 드라마의 강한 에너지를 끌어낸다. 하지만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부모 때문에 괴로워하는 운명이라는 건 우연치곤 지나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다소 작위적인 설정을 밀어붙인 건 아닐까. 심지어 5회부터 등장할 한정우(옥택연)도 무책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개인사가 있다.

: 박개인의 아버지는 박개인과 전화 통화를 해도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는 박개인과 전진호를 한집에서 살게 할 매개체일 뿐이다. 전진호의 어머니 역시 아들과 사이가 좋아 보이는 것 외엔 어떤 설명도 없다. 물론 작품의 성격 따라 부모의 비중이 축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창렬(김지석)의 아버지가 아내만 일곱 있는 남자라는 건 무리수일 뿐이다. 이런 설정을 단지 아들이 아버지처럼 바람둥이에 경박한 캐릭터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썼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아버지를 등장시켰다면 최소한 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들의 내면에도 관심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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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항상 욕을 하는 억척스러운 여자였다가 금세 고혹적인 부인으로 변모하는 이미숙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효선을 달래줄 때 인자하고 따뜻하면서도 의뭉스러움을 한 자락 남겨놓는 모습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 이미숙 앞에서 소년의 표정이 되어버리다가도 가족들 앞에서는 카리스마를 되찾는 김갑수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다. 심지어는 한정우의 아역인 문석환의 능청스러운 연기마저도 수준급이다.

: 깜짝 놀랄 열연을 선보일 장면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직장인의 모습에 잘 녹아들어 있는 전체적인 조화가 좋다. 코믹한 장면에 대한 몫이 있는 양희경, 김상호의 경박하지 않은 존재감과 안정적인 최송현의 연기가 특히 주목된다. 더욱이 충분히 현실적인 모습의 직장 여선배의 모습과 편안한 노처녀 딸의 모습을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송현에게는 더욱 기대를 하게 된다.

: 사고뭉치 카메오인 봉태규, 주인공 친구에 최적화된 조은지는 물론 정성화, 류승룡, 안석환까지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고도 그들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이미지 이상의 무엇을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임슬옹의 고군분투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표정도, 몸짓도, 발성도 모두 학예회처럼 과장되어 있다. 의욕이 충만한 것은 알겠으나 컨트롤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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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진의 흔적은 이승형, 백승현과 같이 전작에 등장했던 배우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가족극에 미스터리를 이식했던 과 달리 는 주인공이 해결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보다 ‘미드’지향적이다., 와 같은 통속극으로 주목받았던 작가가 형식적으로나 캐릭터 적으로나 진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 성취는 더욱 기대를 갖게 만든다.

: 욕망을 원동력 삼아 서로의 입장을 바꿔가게 될 두 여성의 캐릭터는 분명 새롭고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그러나 원치 않게 가족이 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며,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절대적인 고독의 우물을 발견하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와 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사투리와 조폭까지 등장하면서 을 연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 미끈한 남자 주인공과 허술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 그리고 조언을 하거나 사고를 치는 그들의 친구들이 한 공간에 모여드는 이야기는 로맨스 소설로서는 여전히 유효한 설정이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로서 이것은 이제 진부한 구성일 뿐이다. 원작 소설의 작가가 극본을 쓰게 되면서 드라마로 컨버팅 하기 위해 버려야 할 요소들을 그대로 안고 들어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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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 시청률 30% 돌파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이 쏟아진다. 서우는 KBS 에서 박명수에게 칭찬받는다. 옥택연에게는 다음 시나리오가 쏟아진다. 문근영은 SBS에 이어 KBS 연기대상까지 석권한다.
최악 – 서우는 박명수에게 또 혼난다. 언젠가부터 드라마에 주연 배우보다 조폭들이 더 많이 나온다. “택연, 2PM 활동에 집중”이라는 기사가 뜬다. 김갑수-이미숙의 연기에 대한 기사가 가장 많이 나온다. 문근영의 팬들이 문근영에게 “다음에 좋은 작품 고르면 된다”고 위로한다.

최고 – 제작자들 사이에 김소연은 무슨 역할을 맡겨도 잘할 거라는 얘기가 돈다. 진혁 감독-소현경 작가는 흥행 콤비로 이름을 떨친다. 최송현의 직업이 확실히 ‘연기자’가 된다. 박시후에게는 ‘시청률의 사나이’라는 말이 붙기 시작한다. 김제동의 집에서 박정아와 길의 축하 파티가 열린다.
최악 – 나무 액터스의 직원들은 잘된 문근영과 안 된 김소연 사이에서 표정을 바꾸느라 죽을 맛이다. 의 유산 같은 건 없었다. 한정수는 다시 머리를 기르고 사극에 출연해야 할지 고민한다. 박정아가 “로 멈췄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모습이 김제동의 트위터에 올라온다.

최고 – 이민호에게 15개의 CF 제의가 들어온다. 손예진은 언제나 손예진이다. 손형석 감독은 더이상 의 악몽을 꾸지 않는다. 김지석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군입대를 한다. 상고재 주변에 주말마다 국내외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최악 – 손예진도 실수할 때가 있다. 이민호는 최대한 빨리 후속작에 출연하려고 노력한다. 김지석과 왕지혜는 계속 기대주일 뿐이다. 손형석 감독의 최고작은 여전히 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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