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만드는 건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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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꾸똥꾸들아 수고했다!” 지난 3월 19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MBC (이하 ) 종방 기념 기자간담회장에는 참으로 ‘하이킥’ 다운 인사말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렸다. 8개월의 대장정 동안 울고 웃고 넘어지고 부딪히고 밤새며 우리들의 저녁 시간을 즐겁게 해준 의 배우들로부터 다양한 소감을 들었다. 아쉽게도 이 날 오후 촬영을 마친 세경 역 신세경과 지훈 역 최다니엘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을 마치는 소감이 궁금하다.
진지희 : 어….하이킥 가족들이랑 재미있게 연기를 해서 너무 좋구 시원하기도 하구 어떻게 보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연장됐으면 좋겠어요. 아하하하하하. 그래도 하이킥 가족들, 언니들, 오빠들이랑 전화하구 문자하구 그러구 싶어요. 아빠랑 엄마랑 할아버지 할머니두요. 하하하하하하.
서신애 : 처음에는 끝나니까 학교도 갈 수 있고 엄마랑 가족들이랑 같이 있을 시간도 많아져서 좋았는데 막상 끝나니까 섭섭하고. 이제 가족들이랑 어떻게 보나 걱정했는데 지희 말 들어보니까 문자하고 영상통화하고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윤시윤 : 그동안 안에서 보호받고 예쁨 받고 사랑받는 가운데서, 행복한 가정에서 지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고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처음 캐스팅될 때 아무 경력도 없는 저를 의심의 눈이 아니라 기대와 믿음으로 봐 주시고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행복하게 찍었던 신은 가족 모두 닭을 잡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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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출연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 준다면.
이순재 : 작품 초기에 자옥 씨하고 데이트를 하다가 들켜서 담을 넘어 도망가는 설정이 있었는데, 잠실 운동장에서 노래 부르다 쓰러지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보석 : 제가 아버님(이순재)에게 혼날 때 아들 준혁(윤시윤)이가 저를 거들어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아들 앞에서 멋진 아빠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등산을 갔다가 결국 취해서 찌질하게 되었어요. (웃음) 드라마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갖고 표현하고 싶은 게 아버지의 모습이었는데 그게 직접적으로 등장해서 좋았고. 절대로 다시는 하고 싶지 않고, 재방송도 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랩하는 장면입니다. (웃음)
오현경 :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 화장을 글로 배웠습니다”는 에피소드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어요. 그리고 남편과 눈싸움하는 장면은 연기지만 정말 치열하게 싸웠던 거구요. 개인적으로는 극 중에서 김자옥 선생님이랑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가 콩국수 먹으면서 화해하는 에피소드가 좋았어요. 제가 “선생님, 이 짧은 대사로는 눈물이 안 나와요”라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너는 엄마가 계시지? 나는 안 계셔서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돌아가신 아빠 생각을 했더니 눈물이 났는데, 아빠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진지희 : 제가 김연아 언니 따라 하는 장면에서 스케이트장이 너무 추워 울면서 찍었거든요. 또, 타이거 마스크 쓰고 신애 언니랑 협동해서 나쁜 오빠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서신애 : 저는 남산타워에서 아빠 만날 때하고, 제 장래희망 편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원래 장래 희망은 자기가 되고 싶은 걸 하는 거잖아요. 근데 맨 끝에 보면 ‘저는 언니를 사랑하지만 언니처럼 되긴 싫다’고 말하는 게 기억에 남았어요.
윤시윤 : 어제(18일) 방영했던 세경과의 마지막 눈물 키스신이 가장 기억에 남구요. 가장 행복하게 찍었던 신은 가족 다 모여 닭을 잡는 에피소드였어요. 정말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진짜 가족같이 촬영했던 게 좋았어요.
황정음 : 저는 ‘해변 떡실신녀’를 찍을 때 바닷가에서 촬영하면서 눈에 모래도 들어가고 짠물도 많이 먹으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또 첫 촬영을 시작한 강원도 신이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요.
이광수 : 정음이가 남장 분장을 한 황정남 편이에요. 너무 추워서 어묵을 먹으며 얘기도 많이 했고, 춥지만 재미있게 찍어 기억에 남아요. 또 정음이가 돈이 없어 히릿을 다른 집에 맡겼을 때 한옥집 식구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사료를 준비했는데 촬영이 후반부가 되니까 그동안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구요.
유인나 : 한옥집 파는 신에서 미친 여자를 연기하면서 정신을 놓고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 했구요, 제가 큰 웃음을 드릴 기회가 없다가 그때 많은 분을 웃겨 드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제가 일본 진출을 하면서 광수와 기자회견장에서 눈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신이 있었는데 그때 이만큼 극 중에서 광수를 사랑하고 정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면 안 되는데 리허설 때부터 눈물이 많이 나서 참느라 혼났어요.

아무리 코미디고 연기지만 나의 사회적 지위와 대외 이미지를 너무 해치지 않을까 싶어 고민하고 갈등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보석 : 대본 받고서 처음으로 감독님께 항의했던 에피소드인데요. 대본 받자마자 새벽 두 시에 전화해서 30분 항의하고 다음 날 리허설 가서 계속 따라다니면서 항의했는데 결국 제가 졌던…마지막 부분의 대사만 바꿔 주신 ‘백 비서 성추행 사건’입니다. 캐릭터가 꾸질꾸질 찌질하니까 순수한 맛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면까지 나가니 캐릭터를 기댈 때가 없더라구요. 이러면 보석이라는 캐릭터도 손해고 작품에도 손해 아니냐고 설득했는데 꼼짝도 안 하세요. 고집 세신 분입니다. (웃음)

황정음 씨는 많은 사랑을 받은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황정음 : 그동안 제가 새침하고 된장녀 이미지에 살짝 비호감이었는데 김병욱 감독님께서 대본을 너무 좋게 써주셔서 그렇게 (인기가) 확 올라가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새로운 비극적 시도들이 성공의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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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순재 : 이 보는 사람은 재미있지만 드라마 작업 과정은 지옥이었습니다. 우리가 6개월간 스튜디오에서 목요일과 금요일은 꼭 새벽, 그것도 한 두 시가 아니라 여섯 시 일곱 시에 끝나기를 반복했어요. 황정음 같은 젊은 사람들은 거의 5일을 주야로 뛸 정도였어요. 그래서 일반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것보다는 3배 정도 시간과 힘이 듭니다. 똑같은 연기를 7~8회 반복하고 있을 정도로 정밀 제작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이 같은 작품을 할 때는 지금 돈으로는 안 되고 출연료를 3배 높게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지금 제작 조건으론 힘들다고 봅니다. 이런 드라마는 적어도 1년 전에 사전제작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컨디션으로 좋은 드라마를 할 수 있지, 지나간 이야기지만 젊은 배우들이 감기 걸려서 1주일 동안 방송을 못 냈잖아요. 이건 우리 사정이지 시청자 사정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우리 드라마 뿐 아니라 다른 드라마도 사전 제작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배우들도 최선의 컨디션으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거든요. 정말 우리 젊은 연기자들 생사를 걸고 했고, 우리 아역들은 천재들이에요.

촬영 중에는 하지 못했던, 김병욱 감독에게 하고 싶은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면.
이순재 : 은 과는 좀 스타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멜로드라마적인 요인을 가미해서 만들었고 네 배우들의 러브 스토리를 깔면서, 코미디보다는 비극적인 장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이기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시트콤은 웃기는 가운데 감동을 주고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게 절묘한 맛인데 그런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싶고, 앞으로 황정음, 신세경, 최다니엘, 윤시윤은 스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보석 : 작품 중에는 서로 멋쩍어서 하지 못했지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밤을 너무 많이 샜어요. 그래서 컨디션이 더 좋았다면 조금 더 좋은 에너지로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앞으로 녹화 일을 3~4일로 늘리더라도 밤을 안 새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요. 새벽 네다섯 시가 넘어가도 유일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이 김병욱 감독인데 그런 점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오현경 : 저 역시 밤새는 거 힘들었습니다. (웃음) 정말 욕심은 있는데 체력적으로, 하고 싶은데 대사가 안 되고 특히 젊은 친구들은 이틀을 꼬박 새고 바로 다음날 야외촬영을 나가야 하니까. 배우가 자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어야 다른 걸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데 그게 어려운 제작 현실이 조금 아쉬웠어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많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었을 텐데, 러브라인이 많아지면서 어른들의 비중이 줄어든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내가 못하니까 계속 분량이 줄어드나 싶은 배우로서의 자격지심도 들 때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오현경이라는 배우가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라도 김병욱 감독님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연기를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윤시윤 : 예전에 감독님께 준혁이를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캐릭터를 참고하셨는지, 제가 어떤 걸 보고 공부하면 좋겠는지 여쭤보니까 ‘전혀 없다. 난 너의 모습을 보고 준혁이를 그리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연기자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끌어내서 캐릭터를 잘살려 주신 것에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
황정음 : 비호감인 저를 호감으로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비록 밤을 많이 새서 몸은 늙은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랑합니다. (웃음)
유인나 : 10년이 넘도록 연습생이었던 저를 감독님이 발견해 주시고 캐스팅해 주시고 마지막까지 예쁘게 봐주시고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 평생 효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광수 :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이미지를 살짝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머리도 한 번 잘라보고 수염도 한 번 잘라보라고 하시더니 다음 날 보시고 ‘미안한데 정말 이상하다’고. 머리를 기르고 수염을 붙이든가 해야지 미안하다고, 머리가 미역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람이니까 상처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안아주시면서 잘 해줘서 고맙다고 하실 때 뭉클했어요.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독님.

광수 씨 같은 경우 모델 출신 연기자인데 개그맨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리에서 해명 한번 하시죠.
이광수 : 저 개그맨 아니에요. (웃음) 감독님도 그런 얘기 많이 해주셨어요. 너처럼 사람들한테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는 많지 않다고. 저의 그런 점을 발견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는 재밌고 유쾌한 모습 아니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지붕킥>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만드는 건 지옥”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만드는 건 지옥”" /> 진지희 양은 감독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요?
진지희 : 저는 시트콤이 처음이었는데 빵꾸똥꾸라는 유행어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감독님 덕분에 인기를 많이 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아하하.

좀 센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혹시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는 않았나요?
진지희 : 친구들이 제가 연기자인 거 아니까 뭐라고 안 하고 친구처럼 친하게 잘 지내요. 하하하.

혹시 학교에서도 빵꾸똥꾸라고 말한 적 있어요?
진지희 : 아니요, 없어요. 친구들이 저한테 빵꾸똥꾸라고 그래요. 아하하.

서신애 양도 감독님에게 한마디 한다면?
서신애 : 처음에는 막 저한테 “꼬질꼬질, 빵꾸똥꾸, 거지야” 그러는 게 막 속상했는데 조금씩 지나니까 연기라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처음에 좀 서운한 면이 있었는데 점점 감독님에게 감사하게 됐어요.

해리 양이 입고 싶은 옷 입고 맛있는 거 먹는 게 부럽지 않았어요?
서신애 : 부럽진 않았구요, 저도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에요. 하하.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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