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 발레단의 단장 마샤 장, 그대가 세계적인 발레리나라는 마샤 장이 맞긴 맞나요? 차도경(오연수) 대신 프랑스 유학을 떠난 장공심(황신혜)이라는 건 알겠는데 유럽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발레리나라는 건 어째 믿음이 가지 않아서 말입니다. 스스로 잘 아실 테지만, 발레리나는 자기 직업을 숨기기 어려운 법이지요. 꼿꼿한 목선하며 시선 처리가 남다르다든지, 팔자걸음이면서도 선은 우아하다든지, 그냥 언뜻 봐도 전신에 ‘저 발레 해요’라고 쓰여 있기 마련이거든요. 굳이 영국 로열발레단의 마고트 폰테인 같은 전설의 발레리나들을 거론치 않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프리마돈나 강수진 씨나 유니버셜 발레단 단장 문훈숙 씨만 떠올려도 어떤 느낌인지 바로 다가오잖아요. 그런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마샤 장에게서는 그 같은 포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희한한 일이지 뭐에요.

행정직이라도 프랑스 발레 유학 떠나셨잖아요!

발레단 단장으로는 지나치게 화려한 외양이야 취향 차이라 쳐도 명색이 발레리나이거늘 춤추는 모습은 왜 한 번도 볼 수 없는 거죠? 지난번 대학 졸업 발표회요? 에잇, 누굴 바보로 아세요?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거 얼굴과 몸이 따로따로인 합성이던 걸요. 그야 뭐 십 수 년 전 일이니 다시 캐낸들 뭐하겠어요. 어쨌든, 발레단 단장은 무용수가 아닌 행정직이긴 합니다. 하지만 직접 무대에 서지 않는다 해도 단원들을 이끌려면 춤과 담을 쌓고 지낼 수는 없을 텐데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정도라니 매일 아침 바를 잡고 몸을 푸는 습관이 몸에 배고도 남았지 싶은데 난데없이 연하의 재단 이사장(이재황)에게 홀려 아침마다 헬스장에나 출입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단원들 앞에서 말씀은 잘 하시대요. 감동의 무대는 연습만이 만들 수 있다면서요? 처음 취임 할 적만 해도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과 흡사한 자신의 발을 단원들에게 보여주며 연습을 독려하더니 그새 딴 사람이 되셨나 봅니다. 사무실 벽에 공연 포스터나 두어 장 붙여 놓고 휴대폰 벨소리만 발레곡이면 답니까? 발레 아카데미 수업은 뒷전인 채 남자를 유혹할 립스틱 색깔이나 고르고 있는 당신을 보면 아카데미에 합격하려고 기를 썼던 학생들이 안쓰러워 죽겠습니다.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어디에 있나요?

게다가 대단한 문화재단 산하라는 발레단 운영이 왜 그리 주먹구구식인지 원. 뉴스에서도 떠들썩했다는 ‘오지 공연’ 건만 해도 그래요. 기획 자체를 반대했던 재단 이사들까지 성공을 치하했다지만 저로서는 의아한 부분이 너무 많더군요. 문화의 사각지대를 찾아 소외된 계층들과 무대를 함께 나누자는 의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봐요. 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야외무대에서의 발레 공연이 가당키나 하냐고요. 무대에 오르기 전 발레리나들이 토슈즈에 송진가루를 듬뿍 묻힌다는 걸 설마 까맣게 잊으신 건 아니죠? 가뜩이나 미끄럼방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토슈즈를 신고 빗물이 질펀한 무대 위에서 춤을 추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댄스 가수들도 비 오는 날 어쩔 수 없이 공연을 하게 되면 미끄러져 넘어지고 난리라는데 하물며 발끝으로 서는 발레리나에게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니요. 더구나 무대 세트와 군무가 어우러져야 할 대작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그냥 마을 회관이나 교실에서 공연했어도 충분한 듀엣 중심의 무대이던 걸요. 제가 가장 기막혔던 것은 몸이 아픈 어린 아이를 비를 철철 맞으며 공연을 보게 한 거였어요. 산골마을인데다가 저녁 무렵이니 여름이라 해도 오죽 쌀쌀했겠어요. 거기다 비까지 퍼붓는데 그 무슨 되지 못한 오기랍니까. 아이가 폐렴에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어찌 그리 생각이 없으신지 그러다 머리에서 아예 종소리가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우리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현직 지휘자들도 감탄해마지 않았던 강마에처럼은 아니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처럼 보이는 건 무리라 해도, 그저 학교 무용 선생님처럼만 보였어도 제가 말을 안 하겠다고요. 그러려니 하고 덮으면 되는 걸 가지고 제가 너무 까탈을 부리는 겁니까?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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