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 둥실 둥실 떠오르던 날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매년 오는 추석에다 올해는 너무 짧기도 해서 별 다른 감흥이 없이 보내시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지난 1일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던 공항버스 안에서, 故 최진실 씨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이 벌써 1년 전이라는 뉴스를 듣고 잠시 멍해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랬더군요. 작년 10월 2일, 우리는 오랜 연인의, 친구의, 누나의, 언니의 믿어지지 않는 갑작스러운 퇴장에 TV 앞에서, 라디오 옆에서, 길 위에서, 차 안에서 그렇게 우두커니 가던 길을 멈추고 서 있었습니다.

대중 앞에 노출된 삶을 사는 자들이 누리는 것, 그리고 잃는 것. 그것은 일반인들이 잃는 것과 누리는 것에 비하면 각각의 양은 비교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합은 그들이나 우리나 모두 같을지 모르겠습니다. 인기의 플러스와 동시에 사생활의 마이너스가 시작되고, 재화의 플러스와 동시에 믿음의 마이너스가 시작 될 것입니다. 그저 누군가는 자신이 감당 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인생을 살고, 우리 역시 각자가 감당 할 크기의 인생을 살아갈 뿐입니다. 하지만 ‘공인’이라는 이상하고 무거운 훈장을 가슴팍에 달아주고 당신들은 그 만큼 더 무거운 삶을 살라고 명령하고 요구할 자격은 세상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화려해도 소박해도 공평히 제로섬으로 소멸되는 인생, 우리 모두 그 잔인한 그래프를 따라갈 수밖에 없음은 지난 인류가 역사로 증명해 보인 사실이니까요.

그녀 생애 마지막 작품이었던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이태곤 감독문희정 작가가 만든 새로운 가족 스캔들 SBS <그대 웃어요>가 얼마 전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들은 새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 이야기에 울고 웃습니다. 오랜만에 <내마스>를 다시 꺼내 보면서, 참 예뻤던 그 여자의 일생을 곰곰이 돌아보았습니다. 누구보다 불행한 순간도 많았지만 누구보다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던 인간이었어요. 그저 제 인생 어떤 부분을 따뜻하게 혹은 즐겁게 채워주었던 그녀에게 뒤 늦은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있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떠나고 조금, 추워졌어요.

P. S.
이번 주 수요일부터 <10 아시아>는 10월 8일 개막하는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납니다. 가을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풍성한 뉴스와 인터뷰 그리고 네이버와 함께하는 부산국제영화제 미투데이를 통해 ‘<10 아시아> in 부산’이 매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바다내음 가득한 해운대에서 찐하게 만나자구요. 오이소, 보이소, 노이소!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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